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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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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 보릿고개의 실체

2024-04-1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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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법조인들이 들고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07년 정부가 사법고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로스쿨을 설치해 매년 변호사를 2000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인데요. 당시 법조계는 "함량 미달 변호사가 대량 배출돼 국민들이 질 떨어지는 법률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이후 '변호사 보릿고개'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서울 최상위권 법대를 졸업하고 대형 로펌에 근무하다 서초동에 변호사 사무실을 차린 한 지인은 6개월 동안 사건 수임을 못해 파리만 날린다며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로스쿨 도입 이후 약 15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됐을까요? 변호사 시장 규모는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국세청이 집계한 '2022년 법무법인 및 개인 변호사 부가가치세 신고액 기준'에 따르면 국내 법률시장 규모는 8조1861억원입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기업 법무팀 변호사들을 제외해도 10년 전인 2012년 3조6096억원보다 127% 커졌습니다.
 
변호사 수가 늘면 소득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와 달리 전체 시장 파이가 커지면서 변호사당 소득은 종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법률시장 규모를 등록변호사 수로 나눈 결과, 1인당 매출은 10여 년간 평균 2억2000만~2억5000만원 수준으로 조사됐습니다.
 
법조계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는 방법은 가지각색입니다. 대형 로펌이 아닌, 개인 법률사무소를 차린 변호사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유튜버 명예훼손부터 이혼율 증가에 따른 상간인 소송까지 분쟁 자체가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밥벌이 할 곳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전언인데요.
 
한 변호사 지인은 기억남는 사건으로 아내의 간통이 드러나 상간남에 소송을 제기한 남편의 얘기를 들려줬습니다. 전업주부인 아내가 남편으로부터 받은 생활비를 꾸준히 모아뒀다 경제적으로 상황이 어려운 상간남에게 건냈고, 상간남은 그 돈으로 남편에게 위자료를 지급해 모두가 행복하게 사건이 마무리됐다는 웃픈 사연입니다. 이 과정에서 돈을 번 사람은 변호사뿐입니다. 
 
'법률 서비스 질 저하'를 내세웠던 변호사들을 갑자기 떠올린 이유는 최근 의대 증원에 맞서 집단행동을 하고 있는 의사들 때문입니다. 전국 의사들이 들고 일어나 당장 굶어죽을 것처럼 얘기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벌써부터 매년 진행되는 정부와의 수가협상에서 의사단체가 기를 쓰고 수가를 올릴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는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국민 부담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의사 수가 증가한 만큼 이를 상쇄하기 위해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을 거란 건데요. 마늘주사, 신데렐라 주사로 대표되는 각종 비급여 진료가 늘 거란 전망도 있습니다. 감염병의 일상화가 의사들에게는 새로운 수익 창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유리지갑인 직장인과 달리 전문직은 재량으로 먹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죠. 과거 변호사 단체의 '앓는 소리'를 떠올려보면 의사들의 투쟁도 결국 엄살로 끝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대학병원에 의대 증원을 비판하는 게시물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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