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최준호

'게임개발자길드' 출범 초읽기..'펀'하게 시작한다

2013-08-08 16:44

조회수 : 2,802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게임개발자연대 준비 모임이 지난 7일 오후 서울시 강남역 인근에서 공식 모임을 갖고, 연대의 목적·회원용 웹사이트 제작·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초기 운영자금 확보 등 구체적인 운영방향을 정했다.
 
이날 모임에는 새내기 게임개발자부터 개발자 출신의 스타 CEO인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 허진호 크레이지피쉬 대표 등 30여명의 개발자들이 모여 활동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사진제공=게임개발자연대를 준비하는 모임)
 
◇ 개발자를 대표할 실질적인 ‘단체 설립’이 우선
 
김종득 게임개발자연대를 준비하는 모임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의 처음 1시간은 한국게임 업계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자리였다. 
 
‘잦은 야근 등 강한 노동강도’, ‘게임을 보는 사회의 차가운 시선’, ‘개발자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의 부재’ 등 다양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특정 조직의 필요성에는 참석자들 대부분이 공감했지만, 결국 개발자들이 실질적으로 소속감을 가지게 하는 단체의 설립이 우선이라는 것에 의견이 모아졌다.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는 “우선 홈페이지를 만들고 이 연대에 ‘유료’회원으로 가입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보고 의미 있는 숫자를 모으는 것이 우선”이라며 “구체적인 활동 방향에 대해서는 이후에 진행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 게임 人 이니까..우리 연대는 ‘길드’로 간다
 
게임 개발자들을 모으는 것이 우선이라고 정해진 뒤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우선 현재 ‘게임개발자연대(가칭)’라는 약간은 무거운 이름보다는 게임 개발자들에게 친숙한 게임 내 모임 용어인 ‘길드’를 사용해 ‘게임개발자길드’를 정식 명칭으로 정했다.
 
개발자 출신의 CEO에서부터 게임업계의 신입들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길드로 키우면서, 제1 목표는 ‘게임의 사회적 인식 개선’으로 못박았다.
 
(사진제공=게임개발자연대를 준비하는 모임)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계속 나빠져 ‘불량사업’으로 사회에서 낙인 찍히면 결국 게임개발자 전체의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또 게임의 사회적 인식 개선은 말단 사원부터 CEO까지 다양한 위치에 있는 개발자들 모두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주제로 모임의 성격과 가장 알맞은 목표라고도 할 수 있다.
 
김종득 대표는 “최근 사카린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판정을 받았음에도 예전에 찍힌 낙인으로 인해 아직까지도 불량식품처럼 취급당하고 있다”며 “우리가 몸담고 있는 ‘게임’도 이런 불명예를 뒤집어 쓰기 전에 업계에 몸담고 있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이미피케이션’으로 현실문제 돌파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은 게임의 사고 방식을 다른 분야에 도입해 관심을 유발하거나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다.
 
게임개발자길드도 무거운 ‘사회운동’ 대신에 개발자들의 참여를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이 게이미피케이션 전략을 선택했다.
 
길드의 향후 주요 일정을 게임을 출시할 때처럼 비공개서비스(CBT), 공개서비스(OBT), 정식서비스 단계를 거치며 개발자들에게 알려가자는 의견이 많은 호응을 얻었다.
 
또 향후 홈페이지에 개발자길드의 회원들에게 각각 ‘레벨’을 부여해 활동 내역에 따라 레벨 향상과 같은 혜택을 주거나, 길드 운영비를 모금할 클라우드 펀딩 진행 시 게임에서 몬스터를 사냥하고 보물을 얻는 것처럼 특정 ‘보상’을 지급하기로 했다.
 
◇게임개발자길드의 운영 방향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사진=최준호 기자)
 
페이스북 커뮤니티로 시작해 이제 현실에 첫발을 내딛은 이 개발자길드가 10만 대한민국 게임 개발자들의 대변하는 조직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모임의 성격은 게임개발자길드와 다르지만, 지난 2008년 미국 헐리우드 작가들의 파업은 창의적인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의 집단행동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들은 미국작가협회(WGA)라는 노조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파업을 이끌어 내기 위해 7년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파업돌입 3년 전부터는 모든 조합원들의 가정에 일일이 방문하며 파업동참을 호소했다.
 
게임개발자길드가 게임의 사회적 인식 개선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개발자들의 진정성 있는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첫번째 ‘퀘스트’부터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최준호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