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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봄이

(현장)기대심리에 호가만 상승..거래주춤, 전세난 여전

시장 불확실성에도 급매 소진에 가격만 올라

2013-10-0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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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집 파는 사람들은 정부 대책 발표 후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뉴스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반대로 집 살 사람들은 악성 미분양 관련 등 비관적 뉴스를 주로 보는 것 같아요. 집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생각이 이렇게 다릅니다."
 
지난 30일 만난 노원구 중계동의 이철웅 마들부동산 대표의 말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발표 후 매수자와 매도자 간 집값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다른지를 잘 보여준다.
 
주택 소유자들은 급매 대신 호가를 올려 가격대를 형성하고, 주택을 구입하기로 마음 먹은 수요자들은 갑자기 오른 가격에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매매가 활발하지 않은 시장은 여전히 전세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책 발표 후 집주인, "집값 얼마나 올랐어요?"
 
매매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8.28대책이 발표된 후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들을 중심으로 부쩍 매수문의가 늘고 있다. 하지만 매물을 보여주려고 하면 집주인이 가격을 올리거나 아예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는 게 추석 이후 시장의 모습이다.
 
이 대표는 "대뜸 전화해서 '대책 발표됐는데 집값 얼마나 올랐어요?'라고 묻는 집주인도 있다"고 전했다.
 
정책 발표 후 중계동 주공5단지는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전용 92~102㎡형을 중심으로 급매 소진한데다  요 며칠 사이 호가가 상승하면서 시세가 2000만~3000만원 정도 올랐다. 정책 기대감에 5000만원씩 뛰어 올랐던 과거에 비하면 다소 침착한 분위기지만 여전히 매수자보다는 매도자가 정책 이슈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매수시장에서는 정부의 잇딴 부동산 대책에도 급매물 중심으로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노원구 중계동 일대 아파트 전경(사진=문정우 기자)
 
◇법안처리 지연..시장 불확실성 '여전'
 
이는 아직 잔존해 있는 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국회가 공전 끝에 뒤늦게 일정에 합의하고 문을 열었지만 취득세 영구인하, 양도세 중과세 폐지 등 부동산 법안의 처리가 늦어지면서 시장엔 불안감과 피로감이 동시에 형성됐다.
 
매수자가 거래의 '열쇠'를 쥐고 있는 '매수자 우위 장세'도 주요 요인이다.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질 때는 '가격 네고(협상)'가 원활했는데 매매가 제한적으로 살아나고 있는 상황에선 매수자와 매도자 간 접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일선 현장에서 '집값이 보합세인 것이 강세인 것 보다 낫다'고 말하는 이유다.
 
이 대표는 "매수자 입장에선 '집값이 더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확신이 중요한데 정부 정책이 매번 시효와 수혜계층을 제한하다보니 시장에 혼선을 주는 측면도 있다"고 비판했다. 정책 변수에 따라 매수 시기와 매도 시기를 조율하다보니 오히려 거래가 묶이고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아파트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날 찾은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업소에서는 중개사들이 매수자의 마음을 잡기 위해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한 중개업자는 "집주인과 얘기를 해서 시세보다 3000만원 더 낮췄다. 우리 중개업소에서만 가능한 가격이다"고 강조했다.
 
◇'집값 바닥'이라는데..수요자들 '급매 선호'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뉴스에도 매수자들 사이에선 '급매물을 사야 손해보지 않는다'는 인식이 여전하다는 것이 일선 현장의 목소리다.
 
송파구 잠실동 매물을 중개하는 배옥란 대표는 "정책이 나오기 전부터 높은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일부 매매로 돌아섰고 관망하던 대기수요자들이 발빠르게 급매물을 선점했지만 이후 추격매수세는 힘에 부친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어 배 대표는 "급매물이 소진된 후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취득세 영구 인하 등 부동산대책 중에서 확실히 결정된 게 아무 것도 없지 않나. 때문에 아직 전세 재계약을 할 것인가 내집마련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지 못한 관망 수요자들이 잠재돼 있다"고 덧붙였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사진=문정우 기자)
 
◇전세, 여전히 보증금 올리거나 반전세 요구
 
전셋값 강세도 여전하다. 전월세시장을 안정화시키기겠다고 나온 정책이지만 전셋집 구하기는 여전히 어렵다는 것이 일선 공인중개업자들의 목소리다.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에서도 전세 매물은 4~5개뿐이고 그 중 대출이 없는 '깨끗한 물건'은 2~3개에 그쳐 전세거래의 열쇠는 '매도자'가 좌우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수요를 매매로 전환해 전세시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정부의 계획이 시장에서는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것. 전세수요의 매매 전환이 전세난을 해소할 만큼 활발하지 않은데다 애초에 전셋집 공급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선 중개업자들은 '금리가 중요한 변수'라고 강조한다. 지금처럼 금리가 낮고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는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으로 목돈을 받아도 돈을 굴릴 곳이 없는 것.
 
히근 한 부동산정보업체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고(高)전세가' 현상은 지속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부동산써브가 지나달 24일부터 30일까지 전국 중개업자 812명(수도권 404명, 지방 408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올해 4분기 전세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7.4%(466명)로 가장 많았다. 보합세에 머물 것이라는 응답이 39.2%(318명)으로 뒤를 이었고 전세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4%(28명)에 그쳤다.
 
양천구 신월동 P공인 대표는 "대책 발표 후에도 집주인들은 시세보다 높은 값에 전셋집을 내놓고 있다"며 "보증금을 올리지 않으려면 그만큼을 월세로 받겠다고 나서고 있기 때문에 전셋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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