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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하

강덕수 前STX회장 항소심, "분식회계 지시한 적 없다"

"김 전무가 영업적자 은폐 위해 회계분식 시도"

2015-02-26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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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STX 횡령·배임·분식회계'로 1심에서 징역6년을 선고받은 강덕수(65) 전 STX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분식회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상준 부장) 심리로 25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강 전 회장측은 항소이유의 상당부분을 STX조선해양의 회계분식 혐의를 부인하는 데 집중했다.
 
강 전 회장 측은 STX조선해양의 2008~2012 회계연도 당기순손실을 당기순이익으로 부풀려 5841억원의 분식회계를 지시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강 전 회장의 변호인은 우선 검찰이 강 회장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주요 증거인 김노식 전 STX조선해양 전무의 진술을 원심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지적했다.
 
김 전무는 1심에서 지난 2009년 1월30일 강 회장에게 전년도 재무리포트를 가져가 보고하자 강 전 회장이 '이자보상배율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라'는 지시를 내렸고 그에 따라 홍모 전 STX조선해양 부회장을 찾아간 시점부터 분식회계가 이뤄졌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강 전 회장이 분식회계를 지시했다고 주장했고 1심도 이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홍 부회장은 김 전무의 보고를 받은 적이 없었다"며 "게다가 김 전무는 진술 초기서부터 일관되게 홍 부회장이 분식회계를 지시했다고 말했지만 강 전 회장에 대해선 언제 어떻게 분식회계를 지시했는지 구체적으로 진술한 적이 없었다"며 원심이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또 "강 전 회장에 대한 김 전무의 초기 진술은 '분식회계 지시와 같은 것이 있었다' '영업이익을 만들어내라는 지시일 수밖에 없다'는 등 두루뭉술했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강 전 회장과 홍 부회장의 분식회계 공모에 관한 내용이 점점 명확해지고 추측이 단정으로 탈바꿈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어 "설사 김 전무의 진술대로 강 회장과 홍 부회장이 보고를 듣고 협의했다고 가정하더라도 홍 부회장이 강 전 회장에게 지시사항을 확인하거나 처리과정을 보고한 흔적도 전무하다"고 말했다.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News1
 
1심이 김 전무가 강 전 회장에게 보고한 재무리포트가 분식을 암시한다고 판단 부분에 대해서도 변호인은 강 전 회장 외에 사장단과 이사회에도 전부 배포됐던 자료이지 분식을 다루는 비밀스러운 자료가 전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변호인은 또 회계분식에 대한 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STX그룹의 2008년~ 2012년 5년간 재무상황을 감안할 때 조선해양의 2000억 분식을 굳이 할 이유도 자산규모 35조원에 달하는 그룹의 와해 위기를 자초할 이유도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어 "김 전무가 보고했다고 진술한 2009년 1월 시점에서 강 전 회장은 이자보상배율을 전혀 걱정할 이유가 없었다"며 "'이자보상배율'이란 지표는 2009년 6월 정부의 은행대출에 대한 기업의 이자비용과 영업이익 관한 보도자료 배포 이후 은행대출여부의 중요지표로 언급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즉 강 전 회장이 미리 정부정책의 변화를 예상하고 이자보상배율을 높게 잡으라고 김 전무에게 지시했다고는 전혀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당시 회계분식이 누구에 의해서 진행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환손실로 인한 막대한 영업적자가 분식의 주된 이유였기 때문에 오히려 김 전무가 충분히 독자적으로 분식회계를 감행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1심에서도 강 전 회장은 김 전무가 STX조선해양의 CFO(최고재무담당자)로서 경영계획 수립과 함께 자금도 운영하는 등 회계보고의 전 부분을 담당하고 있었으므로 김 전무가 환손실로 인한 영업적자를 은폐하기 위해 회계분식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끝으로 변호인은 다시 한번 김 전무의 진술에 대해 재판부의 철저한 심리를 요청했다.
 
변호인은 "이번 사건은 김 전무 본인이 몸담았던 회사고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탓에 그 사이에서 무수한 자괴감에 휩싸여 수사기관에게 필요 이상의 과장된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강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2조3264억원에 이르는 회계분식을 저지르고 회사자금 557억원을 횡령하는 등 STX그룹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배임 등) 등으로 구속 기소됐으며, 1심 재판부는 강 전 회장의 혐의 상당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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