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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준

(단통법1년)③요금·서비스 경쟁으로 승부해야

미국 T모바일, 지원금 없앴지만 점유율 높아져…요금제 개편·서비스 개선이 열쇠

2015-09-2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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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은 불투명한 지원금 대신 이동통신사의 요금과 서비스 경쟁을 유도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단말기 유통체계로의 변화를 주요 목적으로 한다. 때문에 최근 미국 이동통신 시장에서 불고 있는 변화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이동통신사의 가치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가입자였다. 가입자를 확대하는 것이 이동통신사가 성장할 수 있는 사실상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는 물론 해외 이동통신사들은 소비자들의 단말기 구매 비용 부담을 직접 완화시켜 주는 지원금을 통해 가입자를 확보했다.
 
하지만 이동통신 보급률이 100%를 넘어가면서 가입자 순증이 급격히 줄고, 지원금을 투입해도 가입자를 늘리는 효과가 예전처럼 크지 않은 환경이 되면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맞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이동통신 시장은 지원금 대신 요금과 서비스 중심의 마케팅 경쟁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지난 2013년 미국 4위 이동통신사 T모바일은 지원금을 폐지하면서 ▲요금제 단순화 ▲단말기 교체 프로그램 ▲100개국 무료 데이터 및 문자 로밍 등의 내용을 담은 언캐리어(Un-carrier) 전략을 선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T모바일은 2013년 1분기 13.1%이던 점유율을 3분기만에 13.9%로 끌어올렸다. 지원금을 폐지했음에도 매출과 가입자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T모바일의 약진에 자극받아 미국 이동통신사들도 지원금을 폐지하는 한편 요금과 서비스 경쟁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미국 1위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은 올해 8월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 신규 요금제 체계로 전면적인 개편을 단행했다. 스프린트 역시 내년부터 지원금을 폐지할 방침이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고액의 지원금을 투입해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는 것보다 기존 고객들이 이동통신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하도록 집중함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에서도 당장 지원금을 폐지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궁극적으로 이동통신사들이 지원금을 통한 가입자 유치 경쟁의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유통질서로의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KT(030200)를 시작으로 SK텔레콤(017670), LG유플러스(032640) 등 이동통신 3사는 음성과 문자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책정하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했다. 최근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가입자는 9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요금제를 통한 경쟁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요금제는 상대적으로 모방이 쉬워 차별화 요소로 작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요금제와 함께 새로운 고객 가치 창출이 가능한 서비스 경쟁도 더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T모바일의 경우 요금제 외에도 단말기 교체 프로그램, 아이폰 1주 체험 프로그램, 특정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에 대한 데이터 무료화 등의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했다"며 "그동안 적지 않은 지원금에 익숙해져 있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지원금을 대체하는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요금제와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끝>
 
 
서울 시내에서 영업 중인 한 휴대폰 판매점.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경쟁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뉴시스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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