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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대면조사 일방 파기' 박 대통령, '헌법·특검법 위반' 논란

'조사 일정·장소'는 수사과정 해당…특검법상 브리핑 사항

2017-02-0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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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9일로 예정된 대면조사를 연기하자는 박근혜 대통령 측 요청을 8일 수용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는 다시 안개 속에 가려졌다. 박 대통령의 공세에 특검팀이 한 발 물러선 분위기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 계획은 전날 일부 언론이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를 9일 청와대 위민관에서 진행하기로 했다”고 보도하면서 어그러졌다. 청와대는 이날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 여부를 묻는 출입 기자들의 전화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청와대의 특검팀에 대한 비판 논거는 대면조사 일정과 장소가 드러난 것에 집중돼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대면조사와 관련해 특검 측과 얘기가 거의 다 된 상황에서 날짜 문제부터 약속이 깨진 것"이라면서 "특검이 특정 방송에 계속해서 유출한 것에 대해 매우 격앙돼 있으며 일각에서는 특검과 대화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는 말도 나올 정도로 특검에 대한 불신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두고 헌법 전문 법률가들은 청와대가 특검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며, 더 나가서는 국민의 알권리를 직접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특검법’ 12조(사건의 대국민보고)는 ‘특별검사 또는 특별검사의 명을 받은 특별검사보는 제2조 각 호(특검 수사대상)의 사건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외의 수사과정에 대해 언론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민의 알권리'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다. 때문에 청와대가 특검팀을 공격하고 있는 근거인 박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과 장소는 오히려 국민에게 알려야 할 사항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 황도수 교수는 “청와대가 문제 삼고 있는 내용은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와 일정은 피의사실이 아닌 수사 과정으로 국민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라며 ”청와대는 지금 탄핵결정을 피하기 위한 큰그림에 맞춰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검찰 조사 단계에서도 박 대통령은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했으면서도 결국 대면조사를 거부했다”며 “이번에도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조사 일정을 더 미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임지봉 교수도 “대면조사 일정과 장소는 대통령의 범죄혐의 내용과는 무관한 것으로 피의사실이 아니다”며 “설령 특검팀이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과 장소를 브리핑 과정에서 발표했더라도 이는 오히려 특검법에 규정된 법적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이어 “대통령은 검찰이 대면조사를 요구할 때도 중립성을 문제 삼아 거부했는데, 이는 자기가 임명한 검사들의 중립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며 “자신이 조사 받겠다고 말한 특검 대면조사를 일정과 장소가 알려졌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것은 결국 대면조사를 거부하려는 명분쌓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오영중 변호사는 “청와대가 대면조사 일정과 장소가 알려진 것을 문제 삼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으나 특검법에서 수사과정에 대해 브리핑하도록 한 것은 국회 합의사항인데 이를 문제 삼는 것은 그 자체가 특검법 취지에 반하는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변호사는 이어 “결국은 특검 수사를 받지 않고 버티다가 특검 수사가 종료된 뒤 검찰에서 수사를 받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특검팀이 박 대통령의 피의사실을 누설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법조계나 학계에서는 비판적인 분석이 많다. 이날 박 대통령 변호인단 관계자는 "특검은 그동안 피의사실을 누설하고 심지어 수사기록이나 증거물을 통째로 언론기관에 유출해 왔다"며 "이번 특검의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 누설 역시 특검보 중에 한 사람이 특정 언론에 누설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구체적인 사항을 각각 판단해봐야겠지만 지금 언론을 통해서 나오고 있는 박 대통령의 피의사실은 이미 검찰이 공범인 최순실씨 등을 구속 기소하면서 발표한 것이고, 대부분 이들의 재판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사실들”이라며 “이런 사실들을 피의사실의 공표라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수사를 하고 있는 특별검사팀 이규철 대변인(특검보)이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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