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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CPA에세이)배설의 기쁨

2018-06-26 09:40

조회수 :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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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 국어선생님이셨던 것 같다. 뜬금없이 인간의 욕망에 대해서 질문을 주셨다. 그 선생님은 농담을 잘 하셨는데 특히 야한 얘기와 카투사 시절 미군과 싸운 얘기를 재밌게 하셨다. 

어느날은 먹는 즐거움과 배설의 즐거움의 대해서 얘기해주셨다. 인간은 먹는 즐거움보다 배설의 즐거움이 더 크다는 의미셨다. 

인간은 못먹어도 7일은 버티지만 배설을 못하면 10분도 못참는다는 것이다. 7일만에 먹는 기쁨과 7일만에 배설을 하는 기쁨중에 그 강도는 당연히 배설이 백배크다는 것이다. 

배설은 신이 준 축복에 가깝다고 하셨다. 

나도 군대에서 정말 지옥에 가까운 미배설의 고통을 맛본적이 있다. 군대에서 산속에 근무를 할때는 어디 도망도 못가기 때문에 결국 나뭇잎으로 해결해야 할 때가 종종 있다. 둘중 한명은 선임이고 나머지는 후임인데 후임일때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말 끔찍하다. 

배설의 기쁨은 전후가 다르다. 배설하기 전에는 하느님부터 조로아스터교까지 다 읊는다. 하지만 배설후에는 결코 신을 찾지 않는다. 그리고 모른척, 내 똥 아닌척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개똥은 잘도 치우면서 자기똥은 잘 안치우는게 인간이다. 

프랑스에서 하이힐이 발명됐는데 이유가 개똥때문이 아니라 사람똥 때문이란다. 사람들이 여기저기 똥을 싸는바람에 신발과 옷에 묻지 않게 하기 위해 굽높은 구두를 신었는데 그게 지금의 하이힐이 됐다. 철면피로 여기저기 똥을 싸대는 사람이 많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가보다. 

현대시대에는 길거리에서 똥을 싸는 일은 없다. 그러다 보니 배설의 기쁨을 다른곳에서 느끼는 것 같다. 

배설은 화장실이나 숲, 갈대가 많은 곳처럼 은밀하게 아무도 모르게, 누가 내 얼굴 모르게 싸기 마련이다. 싸놓고 도망가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엔 배설의 즐거움을 뜬금없이 국민청원게시판에서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네이버 타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대부분 익명이다. 

나라이름 걸고 축구를 하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 국가대표만큼 영웅이 없다. 하지만 맘에 안들면 어김없이 배설이다. 축구에서 이겨도 기분이 좋겠지만 졌을때 배설을 하는 기쁨이 더 큰가보다. 배설은 인간의 본능이라 control을 못하게 되면 여기저기 쌓이게 된다. 

마치 공유지의 비극처럼. 한번 더러워지면 거기가 화장실인줄 알고 모두 다 찾게 된다. 

우리가 보는 배설의 기쁨은 마녀사냥이나 왕따, 책임 떠넘기기, 하청업체 후려치기, 꼰대 등 이런이미지가 모여서 만들어진 결정체다. 억압받고 스트레스를 받아 배설을 하고픈데 마땅히 풀곳이 없으니 결국 만만한 곳에 싸대는 것이다. 

난 이렇게 생각한다. 반도체를 몇조를 판다고 해도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아름다운 우리의 정서와 문화다. 김구 선생님이 지도자가 되셨어야 했다. 

<꽃은 똥무더기에서 피어난다. 아름다운 꽃은 똥이 없으면 결코 피지 못한다. 그렇다고 똥을 좋아할 이유는 없다. 개똥을 잘 치우듯이 자기똥도 잘 치우자. 똥은 굳이 항문으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입으로도 나온다. 키보드에서도 나온다. 문화강국이라는 프랑스도 예전엔 길거리에 똥을 누던 나라였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프랑스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뭘 보고 배워야 할지>

문화가 아름다운 강국. 김구 선생님은 안계시지만 그 일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의무다. 왜 의무일까? 안그러면 우리 자식들이 똑같이 보고 배워 여기저기 배설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나도 이제 담배도 끊고 길바닥에 침좀 안뱉어야 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습관은 무섭다. 익숙한 것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다. 

모범생이 될 필요는 없다. 그저 나는 왠지 길거리가 똥으로 가득찰까봐 두려울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청원게시판을 차라리 없애자. 사실 별로 해결되는 청원도 많지 않다. 119나 112에 장난전화하면 처벌받는데 국민청원게시판에도 똥을 누는 사람에게 경고를 주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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