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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법원, 고영한 전 대법관 압수수색영장 모두 기각

검찰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영장 기각 계속돼" 반발

2018-08-2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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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법원행정처장이었던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검찰은 "통상 사건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에 따른 영장 기각이 계속되고 있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사법농단 수사 중 전교조 법외노조화 소송에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개입한 부분, 박근혜 정부 청와대 관심 사건에 대한 대법원 재판연구관 보고서를 유출한 부분 등의 수사를 위해 고 전 대법관 등 관련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다고 26일 밝혔다.
 
하지만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장이 직접 문건을 작성하거나 보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압수수색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재판연구관 보고서 유출과 관련해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해당 재판 보고서를 작성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낸 사실을 다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압수수색을 통해 취득하고자 하는 자료를 생성하거나 보관하고 있을 개연성이 부족하다", "재판연구관실 압수수색은 재판의 본질적인 부분 침해가 우려된다" 등으로 설명했다.
 
전교조 법외노조화 부분에 대해서도 "현재 대법원에 본안 사건이 진행 중이므로 재판의 본질적인 부분 침해가 우려된다", "법원행정처의 검토·보고 문건이 재판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 "압수수색에 앞서 먼저 소환 조사나 임의제출을 요구하라" 등의 기각 사유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영장 심사 단계에서 증거자료가 그 장소에 있을 가능성을 넘어 '개연성'까지 요구한다"며 항의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은 조사 대상 판사들이 휴대폰을 파기하고, 업무일지를 파쇄하고, 이메일을 삭제하는 등 지속적인 증거인멸 사례가 다수 축적되고 있고, 임 전 차장 등 전·현직 판사들의 압수수색에서 예상치 못했던 중요 증거자료가 다수 확보되고 있는 등 '증거자료가 있을 개연성'도 충분한 상황"이라며 "무엇보다도 통상의 압수수색 영장에서 이런 식으로 '개연성'까지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고 반박했다.
 
또 "수사 대상자가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지는 조사 이전에 누구도 알 수 없는데도 '압수수색 대상자가 재판연구관 보고서 송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다 인정할 것 같다'는 아무 근거 없는 판사의 심정적 추측을 압수수색영장 기각의 사유로 직접 들기까지 하고 있다"며 "영장 법관은 청구된 영장이 요건에 맞는지를 심사할 책무가 있을 뿐 수사기관의 수사 방식과 수사 범위에 대해 수사 지휘할 수는 없는데도 압수수색 영장 단계에서 영장 법관이 수사기관에 '임의수사나 임의제출 등을 먼저 하라', '기밀누설 혐의 성립에 의문이 있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수사 방식과 수사 범위, 종국 판단에 대한 예단 등 수사 지휘를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미 법원 내외에서 재판 과정에 대한 개입 단서가 다수 나온 상황에서 재판 과정에 대한 수사 없이 이 사건 범죄 혐의 규명은 불가능함이 명백한데도 '재판의 본질을 침해한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그 수사를 하면 재판의 본질을 침해한다'는 동어반복적인 이유로 계속 막고 있는 통상 사건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에 따른 영장 기각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비상식적 이유로 반복적으로 영장을 기각하는 것은 그런 조사 없이 재판 개입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 달라는 노골적인 요구와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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