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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류정혜 카카오페이지 부사장 "한국 웹툰, 미국 방송사와 직접 계약하는 날 온다"

'슈퍼 웹툰 프로젝트' 이끄는 만화광…천만 구독 웹툰 늘리기 목표

2020-04-12 06:00

조회수 : 9,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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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류정혜 카카오페이지 CMO(최고마케팅책임자) 부사장은 만화광이다. 학창시절 용돈을 모아 당시 인기있던 만화 잡지를 구입했다. 대학 재학 시절에는 과외로 처음 번 돈을 들고 단골 만화방으로 달려갔다. 만화가게 주인과 협상을 벌여 당시 좋아했던 신일숙 작가의 작품을 손에 넣었다. 류 부사장은 아직 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야구 만화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은 읽었을 'H2' 애장판도 그의 소중한 만화책 재산 중 하나다.
 
이처럼 만화를 좋아하는 그는 현재 카카오의 콘텐츠 전문 자회사 카카오페이지에서 진행 중인 '슈퍼 웹툰 프로젝트'에 빠져있다. 2차 콘텐츠로 파급력을 발휘할, 천만 구독 웹툰이 많아지게 하는 게 핵심 임무다. 프리챌 공채 1기부터 사회 생활을 시작한 그는 네이버와 포도트리를 거쳐 지난 2016년 카카오페이지 판교 사무실에 둥지를 틀었다. 오랜 IT 경력을 기반으로 콘텐츠 사업을 하게 된 그는 스스로를 '성덕(성공한 덕후)'이라 칭했다. 지난 9일 류 부사장을 판교 사무실에서 만나 웹툰에 대한 그의 열정을 확인했다. 
 
류정혜 카카오페이지 부사장이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사무실의 황금라이언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카카오페이지
 
웹툰 '원천 이야기'의 힘…드라마·영화 '러브콜' 이어져
 
"웹툰은 현재 나오고 있는 성과나 향후 가능성에 비해 저평가받고 있어요. 웹툰이 가진 원천 스토리로서의 힘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류 부사장은 슈퍼 웹툰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슈퍼 웹툰 프로젝트는 카카오페이지와 다음웹툰이 작품성과 흥행성이 뛰어난 작품을 선정해 2차 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슈퍼 웹툰 프로젝트의 첫 작품은 웹툰과 드라마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태원 클라쓰'다. 지난 2018년 연재가 마무리됐던 이태원 클라쓰는 이미 다음웹툰 1위 작품이었다. 드라마 판권도 진작에 팔렸다. 하지만 여전히 작품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류 부사장은 이 점이 안타까웠다. 다행히 드라마 판권을 구매한 JTBC가 주말 드라마로 이태원 클라쓰를 낙점했고 주연 배우로 박서준이 캐스팅됐다. 류 부사장은 드라마 시작을 1~2주 앞둔 설연휴, 본격적인 마케팅을 위해 영화관 광고를 택했다. 작품의 두 주인공인 박새로이와 조이서를 전면에 내세웠다. 관객들이 웹툰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이야기 자체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랐다. 마케팅은 적중했고 포털의 급상승 검색어 순위에도 작품명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슈퍼 웹툰 프로젝트의 두 번째 작품은 △미생 △내부자들 △이끼 등으로 유명한 윤태호 작가의 신작 '어린'이다. 앞선 작품들로 이미 작품성을 검증받은 만큼 윤 작가의 이번 작품도 흥행을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웹툰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줄줄이 이어지는 중이다. 다음웹툰 '계약우정'을 원작으로 한 KBS 2TV 월화드라마는 이달 6일 방송을 시작했고 5월4일 첫방송되는 MBC 월화드라마 '저녁 같이 드실래요?'도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양우석 감독이 직접 웹툰을 쓴 '정상회담'은 영화로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방송사와 영화사들이 웹툰을 원작으로 삼고자 하는 주된 이유는 작품성이 검증됐기 때문이다. 최근 드라마나 영화의 규모가 커져 제작비도 치솟았다. 실패하면 그만큼 손실규모가 크다. 검증된 원작이 간절한 이유다. 또한 웹툰과 더불어 웹소설은 시대의 흐름과 요즘 사람들의 생각을 빠르게 알 수 있게 한다. 류 부사장은 요즘 10~20대 여성의 생각이 궁금하다면 웹소설을 읽어보라고 조언했다. 독자들의 반응을 댓글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웹툰과 웹소설은 매출 측면에서도 카카오페이지를 이끄는 두 축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독자들의 연령대도 10대부터 40~50대까지 다양하다. 유료 결제에 부담이 덜 한 연령층 외에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10대도 주 독자층이다. 이에 류 부사장은 '기다리면 무료' 기능이나 광고를 보면 캐시를 지급하는 등의 이벤트를 이어가고 있다. 직접 결제하지 않아도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우회로를 만들어주는 셈이다. 
 
이태원 클라쓰의 웹툰 포스터(왼쪽)와 드라마 포스터. 사진/카카오페이지
 
"해외서 K스토리의 힘 보여줄 것"
 
꾸준히 흥행하는 K스토리가 나오려면 우선 우수한 작가가 양성돼야 한다. 이에 카카오페이지는 CJ ENM과 함께 3년째 추미스 공모전을 이어오고 있다. 추미스는 추리·미스터리·스릴러를 줄인 말이다. 자체적으로도 2008년부터 작가 양성을 위한 공모전을 열고 있다. 
 
이처럼 작가 저변을 탄탄하게 하는 것 외에 카카오페이지는 플랫폼 확대에도 힘쓰는 중이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웹툰·웹소설 등 K스토리가 힘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텐센트의 웹툰 플랫폼을 통해 카카오페이지의 IP(지적재산권)를 선보였지만 향후에는 자체 웹툰 플랫폼을 해외에 출시할 계획이다. 남의 플랫폼이 아닌 자신의 플랫폼이 있어야 IP를 공급하기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지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미 웹툰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인도네시아'를 선보였고 태국과 대만에도 플랫폼을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주요 국가마다 플랫폼을 깔아놓고 K스토리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류 부사장은 한국의 웹툰·웹소설이 보여줄 것이 여전히 많다고 강조했다. 콘텐츠 산업 종사자임을 넘어 여전한 웹툰·웹소설 팬으로서 독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으로 윤태호 작가의 어린과 유인 작가의 '메디컬 환생'을 꼽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 작품과 작가들의 수준에 대한 강한 확신이 있기에 그는 K스토리의 해외진출 성공 가능성 또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류 부사장은 "나중에는 미국의 드라마·영화사들이 한국 웹툰과 직접 계약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며 웃어보였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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