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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준법감시위 "삼성 '구체적 이행 방안', 진전된 내용"

'유일한 사내위원' 이인용 사장 사임…규정 정비 등 보완 요구

2020-06-04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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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과 이후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마련·제출한 삼성 측에 대해 진전된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준법감시위는 4일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6차 회의를 열어 이같이 밝히고 이행방안을 수행하기 위한 세부적 과제 선정과 구체적인 절차, 로드맵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특히 노동문제와 관련해 노조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효적 절차 규정을 정비하고 산업안전보건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등을 검토하도록 요청했다. 시민사회와 보다 다양한 방식의 소통 의지는 확인했으나 시민사회와 협력해 구현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도 더욱 고민해 줄 것을 당부했다.
 
준법감시위는 앞으로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7개 관계사들이 이행방안을 충실히 실행하는지를 지켜볼 방침이다. 성격상 중·장기 과제로 추진할 수밖에 없는 내용에 대해서는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준법감시위 내 유일한 사내위원인 이인용 삼성전자 대외협력(CR) 사장은 이날 회의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 사장은 최근 준법감시위 권고를 계기로 회사가 사회 각계와 소통을 대폭 확대함에 따라 회사와 준법감시위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부득이 사임에 이르게 됐다. 준법감시위는 후임 위원 선임 절차를 조속히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삼성은 이날 준법감시위가 요구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마련해 제출했다. 먼저 노동3권의 실효성 있는 보장과 관련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노사관계 자문그룹'을 이사회 산하에 둬 노사 정책을 자문하고 개선 방안도 제안하도록 하는 등 실질적인 역할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국내외 임직원 대상 노동 관련 준법 교육 의무화 △컴플라이언스팀 준법 감시활동 강화 △노동·인권 단체 인사 초빙 강연 등도 이행 방안으로 제시했다.
 
준법의무 위반이 발생하지 않을 지속가능한 경영체계의 수립과 관련해서는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준법의무 위반을 방지하고 경영의 효율을 증대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경영체계를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법령·제도 검토, 해외 유수 기업 사례 벤치마킹 등에 대한 연구 용역을 외부 전문기관에 발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민단체의 실질적 신뢰 회복을 위한 실천 방안과 관련해 시민사회와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상호 발전 방안 논의 등을 위해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할 전담자를 지정할 계획이다. 이 밖에 환경, 경제, 소비자, 인권 등 다양한 분야의 시민단체와 간담회를 갖고, 사내 행사에 시민단체를 초청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이해와 협력의 폭을 더욱 넓혀 가기로 했다.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게 걸린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사진/뉴시스
 
준법감시위는 지난 3월11일 이 부회장에게 과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준법의무를 어긴 행위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권고하는 한편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서 '무노조 원칙'을 버릴 것 등을 주문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6일 경영권 승계·노조 문제·시민사회 소통 부재 등에 대해 사과하고 '4세 경영'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준법감시위는 이 부회장의 결심에 대해 일단 환영하면서도 삼성 측에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삼성의 이날 대책들은 준법감시위 요구에 대한 후속 조치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4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불법 행위와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의혹 관련해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행위)·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 측이 지난 2일 "검찰의 기소 여부에 대해 심의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를 제출한 지 이틀 만이었다. 
 
검찰의 구속 영장 청구 후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원회의 안건 부의 여부 심의절차가 개시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전문가의 검토와 국민의 시각에서 객관적 판단을 받아 보고자 소망하는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강한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이에 검찰은 "이번 구속영장 청구가 삼성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에 대한 전격적인 반격이란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서울중앙지검은 분식의 규모, 죄질,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 등을 감안해 피의자 측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 이전에 이미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결정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승인을 건의했다"고 반박하면서 난타전 양상을 띄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 스스로 검찰 개혁을 위한 장치로 만든 수사심의위 평가조차 받지 못하게 한 것은 제도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든 꼴"이라며 "제도를 왜 만들었는지 반문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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