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석 기자] 74명의 사상자를 낸 대전 안전공업 화재 사고로 남편을 잃은 사실혼 관계 배우자가 사측의 합의 대상에서 배제된 걸로 확인됐습니다. 이 배우자는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함께 살아온 남편을 잃었음에도 단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 만으로 안전공업으로부터 아무런 사과와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사 보상금에서도 차별을 받는 구시대적 관점의 가족관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지난 5월9일 대전시 대덕구 문평동 문평근린공원에 마련된 안전공업 화재 사고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6월30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유가족 A씨는 안전공업 측이 지난 4월 유가족 단체와 피해 변제 등 내용을 담아 체결한 최종 합의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남편을 안전공업 사고로 잃었지만, 고인과 미처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A씨는 법률상 배우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A씨는 고인과 10년 동안 함께 살았습니다. 남편은 A씨가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자녀가 결혼할 때도 혼주석에 앉아 아버지 역할을 하는 등 두 사람은 실질적인 부부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정의) 3항에 따르면, "'유족'이란 사망한 사람의 배우자(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자녀·부모·손자녀·조부모 또는 형제자매를 말한다"라고 규정했습니다. 또 같은 법 제63조(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자의 범위)엔 "유족보상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은 근로자가 사망할 당시 그 근로자와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유족 중 배우자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한다"라고 명시했습니다. 그럼에도 안전공업은 A씨를 합의 대상에서 배제한 겁니다.
심지어 A씨는 사측이 유가족과 합의하기 전에 자신이 고인의 배우자인 만큼 합의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내용증명까지 보냈습니다. 하지만 안전공업 측으로부터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습니다.
A씨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남편과 10년 동안 함께 살았다는 각종 자료를 사측에 보냈음에도 안전공업은 저를 철저히 무시했다. 속전속결로 유가족들과 합의를 진행하려고 사실혼 관계를 증명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저를 일부러 배제한 것"이라며 "남편을 잃은 마당에 보상금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다만 공식적인 사과를 받고 억울함을 풀고 싶을 따름"이라고 말했습니다.
법원도 사실혼 관계 배우자라고 할지라도 보상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21년 10월 서울고법은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의 '법률상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공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당시 고인과 법률상 배우자는 사실상 이혼한 상태(별거)였기 때문에 공단은 고인과 실질적으로 동거하며 생계를 같이 한 '사실혼 배우자'에게 유족급여를 지급했던 겁니다. 당시 재판부는 "법률혼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유족급여 수급권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 수급권자는 고인과 생계를 같이 한 유족(사실혼 배우자)"라고 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하나 변호사는 "2024년 6월 발생한 아리셀 참사 당시에도 유가족 중 1명이 사실혼 배우자여서 합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부부가 많아지고 있지만 산업재해 사건에서 합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구시대적 관점에서 가족 관계를 바라보기 때문으로 이를 타파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A씨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사실혼 관계를 법적으로 확인받기 위한 '사실상혼인관계존부확인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A씨 측 변호사는 본지에 "사실혼 관계임을 안전공업에 증명했음에도 보상 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A씨를 다른 유가족들과 동등하게 대우를 하지 않아 유감"이라고 했습니다.
박진석 기자 ptba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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