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대·파출소 주고 인사·예산 봉쇄…출범 5년째에도 자치경찰은 '반쪽짜리'
자치경찰 인사, '지역 경찰청' 추천 후 의결에 그쳐
주민 만나는 지구대·파출소는 정작 국가경찰 소속
전문가 "민생 치안은 자치경찰로 완전히 이관해야"
2026-07-01 17:33:26 2026-07-01 18:43:07
[뉴스토마토 박진석 기자] 지역별 맞춤형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한 자치경찰제도가 본격 실시된 지 5년이 지났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반쪽짜리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자치경찰제도가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기 위한 핵심 조건인 인사권과 예산권이 여전히 확보되지 않은 탓입니다. 형식적 운영을 벗어날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2021년 7월2일 서울경찰청에서 진행된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 출범식에 장하연 당시 서울경찰청장과 김학배 당시 서울시자치경찰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경찰청 추천안 무조건 '가결'?…'거수기'로 전락한 인사권
 
1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 내부에선 자치경찰위원회가 법적으로 독립된 인사권을 갖고 있음에도 실제 인사는 여전히 경찰청과 시·도 경찰청이 주도하는 데 따른 불만과 문제 제기가 상당했습니다. 자치경찰 소속 경찰관 인사는 상급기관이 추천한 안을 위원회가 의결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겁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법)에 따르면 각 시·도 경찰청엔 광역자치단체장 소속의 자치경찰위원회가 설치됐고, △생활 안전 △교통 △수사 중 여성·청소년 기능에 대한 인사와 예산, 운영을 담당합니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운영은 취지와 거리가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6월24일 진행된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 제212회 회의 결과에 따르면, 승진 대상자 107명과 전보 대상자 4명 모두 서울경찰청의 추천으로 임용됐고, 위원회는 이를 의결만 했습니다. 경기남부자치경찰위원회에서도 지난 6월25일 진행된 제121차 정기회의를 통해 경찰관 82명에 대한 승진이 의결됐는데, 이 역시 경기남부경찰청의 추천에 따른 걸로 확인됐습니다.
 
자치경찰위원회가 실질적인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하자 '거수기 역할'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옵니다. 지역에 맞는 경찰의 일부 역할을 자치경찰위원회를 통해 광역자치단체장이 관리하도록 명시됐음에도 지켜지지 않는 꼴입니다. 
 
예산권도 가로막혀…현장선 "적극적 치안역량 발굴 전무"
 
예산권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찰법 제35조(예산)엔 자치경찰 사무에 필요한 예산을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시·도지사가 수립하도록 규정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경찰청장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자치경찰위원회가 독립된 예산권을 행사하려 해도 국가경찰의 검토를 거쳐야 하는 구조로 짜인 겁니다. 
 
이에 대해 수도권의 한 경찰 관계자는 "자치경찰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나는 동안 예산권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없다. 가령 지역 주민이 신호등 설치 등을 요청하면 이를 검토해 시·도지사에게 전달하는 등의 역할만 한다"며 "적극적으로 지역의 치안 문제점을 발굴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은 전무하다"고 말했습니다.
 
2021년 3월31일 자치경찰 시행 전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안정된 자치경찰제 정착을 위한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 입장문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국가경찰 넘어간 '파출소·지구대'…"자치경찰에 이관해야"
 
지구대와 파출소를 자치경찰이 관리하지 못하는 점도 한계로 꼽힙니다. 본래 지구대·파출소는 현재 자치경찰의 사무인 생활 안전 소속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치경찰 시행 직전인 2020년 12월31일 경찰청은 조직개편을 통해 지구대·파출소를 112치안종합상황실 소속으로 개편했습니다. 112로 신고가 들어올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지구대와 파출소는 지역 치안과 가장 밀접하게 접촉하는 현장 조직으로, 맞춤형 치안 서비스 제공의 핵심으로 평가됩니다. 그럼에도 두 곳을 국가경찰이 관리하고 있어 자치경찰이 체감도 높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한 자치경찰위원회 소속 위원은 "지구대·파출소는 지역 주민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며 현장에서 활동하는 조직이다. 지역별 맞춤형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국가경찰이 아닌 자치경찰이 운영해야 한다"며 "광역자치단체의 관리 하에 지구대·파출소가 각 지역의 행정복지센터, 보건소 등과 연계해 활동할 수 있다면 범죄 예방뿐만 아니라 각종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을 돕는 등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광역자치단체장이 인사권과 예산권을 활용해 지구대·파출소를 관리하면 민원 대응 및 치안 확보 역량은 지역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앙 집권적인 국가경찰은 지역별 특성에 맞는 치안 정책을 만들 수 없다. 때문에 수사는 국가경찰이, 민생 치안은 자치경찰이 각각 분리해 맡을 수 있도록 지구대·파출소를 자치경찰 소관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자치경찰제도는 지난 2021년 1월1일부터 6월30일까지의 시범 운영을 거친 후 같은해 7월1일부터 전국적으로 전면 시행됐습니다. 국가 중심의 치안 구조를 지역 중심의 생활치안 체계로 전환, 지역마다 특성이 다른 치안 여건에 맞는 주민 밀착형 경찰 활동을 펼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박진석 기자 ptba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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