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시공사·분양가'도 없는데 돈부터 받는 인천글로벌시티…경제청, 정상화 고심
시공사·분양가 '깜깜이' 상태서 청약금 100만원부터 '모집'
현지 중개 면허 미비, 경고의무 누락 등 '미국법' 위반 논란
인천경제청, 확인 착수…직접 감독 한계 속 법률 검토 지시
2026-08-21 13:01:42 2026-08-21 13:01:42
[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인천글로벌시티의 '송도 글로벌타운 3단계 사업'이 시공사를 찾지 못해 넉 달째 차질을 빚는 가운데, 미국 현지에선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한 청약의향금 모집이 진행된 걸로 확인됐습니다. 시공사는 물론 최종 분양가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현금부터 먼저 걷는 기형적 구조입니다. 출자·감독기관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도 사업 정상화 방안을 놓고 고심하는 분위기입니다.
 
21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글로벌시티는 이달 초 캘리포니아·텍사스·뉴욕 등 미국 주요 지역 한인신문에 '홈잉루츠(Homing Roots) 송도' 전면 광고를 게재했습니다. 홈잉루츠는 송도 글로벌타운 3단계 아파트의 명칭입니다. 광고엔 "1700세대 재외동포·외국인 전용 우선공급", "더블프리미엄=환율 프리미엄+미래 프리미엄" 등의 문구가 담겼습니다. 미래 시세차익을 기대하게 하는 표현입니다. 광고 하단엔 "미주 전역 24시간 1:1 상담"이라는 문구와 함께 로스앤젤레스 지역번호로 시작하는 상담 전화번호가 표시됐습니다. 
 
미국 한인신문 홈페이지에 실린 인천글로벌시티 송도글로벌타운 3단계 아파트 분양 광고. (이미지=미주한국일보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면 국내 텔레마케팅 업체가 받습니다. 이들은 사업 세부 내용은 잘 알지 못하고, 문의자의 이름과 연락처를 접수하는 역할을 하는 걸로 파악됐습니다.
 
국내 텔레마케팅 업체와의 간단한 전화가 끝나면, 이번엔 인천글로벌시티 상담원에게서 직접 연락이 옵니다. 그러면 청약의향금 100만원 납부를 안내합니다. 청약의향금은 인천글로벌시티 명의의 은행 계좌로 직접 납부하며, 향후 청약 접수 대금으로 전환되는 구조입니다. 별도의 에스크로(Escrow) 등 자금 보호 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지만, 실제 납입 사례도 나온 걸로 전해졌습니다.
 
문제는 이 사업은 아직 분양가를 산정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인천글로벌시티가 지난 6월 국내 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사전설명회 자료엔 "시공사가 선정돼야 브랜드 수준과 구체적 공사비가 산출되며, 이를 바탕으로 최종 분양가가 책정된다"고 명시됐습니다. 인천글로벌시티가 제시한 기준대로라면 시공사 선정 전엔 최종 분양가를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미국에서 광고할 땐 '프리미엄'을 전면에 내세워 청약을 모집하고 있는 셈입니다. 
 
사전설명회 자료의 다른 곳엔 해외 영주권자와 시민권자 모집을 위해 추후 별도의 해외 업체, 이른바 브로커 회사를 선정한다는 계획도 담겼습니다. 국내 중개사는 국내 거주자를, 해외 업체는 해외 거주자를 각각 담당하도록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당시로부터 두 달이 지나도록 해외 업체는 선정되지 않았고, 국내 콜센터 접수와 본사 직접 전화로 미국 내 모집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미국 현지에선 이런 모집 방식과 상품 구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캘리포니아주법은 타인을 위해 대가를 받고 부동산 판매를 권유하는 자에게 중개 면허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현재 인천글로벌시티의 청약 모집 과정에선 현지 면허를 가진 중개 주체가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더구나 현재 미국에서 문의를 받는 곳 역시 부동산 관련 자격이 없는 국내 콜센터 업체입니다.  
 
미국에서 부동산 중개업 면허를 보유한 한인 브로커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미국 고객들은 책임 소재 때문에 반드시 바이어 에이전트를 선임하고, 그 수수료는 매도인이 부담하는 구조"라며 "지금은 면허를 가진 중개인이 아무도 관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객 정보만 수집되고 있는 걸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지법상 광고 고지 의무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법은 미국 밖에 있는 부동산을 주(州) 안에서 판매하거나 판매를 제안할 경우 광고물에 "캘리포니아 부동산국(DRE)이 이 오퍼링을 심사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경고문을 10포인트 이상 대문자로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내 홈잉루츠 광고엔 이런 경고문이 없습니다. 해당 경고문은 사업의 완공 보장 장치와 에스크로 관행, 가격 조건 등과 관련한 내용을 알리도록 하고 있습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입주한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소재 G-타워. (사진=인천경제자유구역청)
 
결국 관건은 출자기관이자 감독기관인 인천경제청이 이를 어디까지 들여다보고 어떻게 조치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인천경제청은 인천글로벌시티가 시공사 재공고를 앞두고 1차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상이 결렬된 이후 2순위 업체와 협상을 개시하지 않은 경위와 호반건설과의 협상 과정에서 책임 소재 등을 확인할 걸로 보입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도 "호반건설이 가처분을 취하하면서 법적 분쟁은 정리됐지만, 유찰이나 소송 같은 논란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그동안 사업 추진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인천글로벌시티는 별도 법인이어서 인천경제청의 직접적 감독엔 한계가 있습니다. 행정지도와 주주권 행사에 한정되는 겁니다. 그럼에도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미국 청약 문제에 대해 법령에 저촉되는 게 있는지 살펴보는 중"이라며 "여러 검토 결과를 받았지만, 다른 결과들도 더 들어볼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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