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1호 지연에…거세지는 트럼프 청구서
9월 말 대미투자 1호 발표 목표…"미국 측 요구 시시각각 변화"
연 한도 200억달러→250달러 상한 요구…반도체 투자 요구까지
2026-09-03 17:00:49 2026-09-03 17:05:11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우리 정부의 대미 투자 1호 사업 발표가 삐걱거리는 사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손해 보지 않는 투자'를 하겠다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사업에 대한 과도한 투자 요구를 넘어 반도체 표적 관세까지 꺼내들며 '청구서'의 단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 정부 내 대미 통상·투자 핵심 참모들의 이탈로 인해 협상 타결을 위한 막판 진통은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채플힐에서 열린 G20 혁신장관회의에 참석해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미국 상무부 장관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연되는 발표 시점…압박 수단도 수위도 ↑
 
2일 통상당국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 혁신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미국을 방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대미 투자 협상을 위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을 만날 예정입니다. 앞서 김 장관은 출국길에서 "관련 일정들을 국내에서 논의해 왔기 때문에 그런 내용을 최종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일정대로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달 16일에도 러트닉 장관과 이틀 연속 만나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주요 쟁점 등에 대해 조율했습니다. 당시 김 장관은 "상당히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투자 윤곽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김 장관은 당시 협의 후 귀국한 지 10일 만에 다시 미국으로 향한 셈입니다. 
 
한·미는 지난해 관세 등 무역 합의 과정에서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추진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 중 1500억달러는 조선업 협력에, 나머지 2000억달러는 현재 협의 중에 있습니다.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는 당초 8월 말~9월 초 발표를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시기를 미뤄 9월 중 발표를 목표로 두고 있는데요. 청와대 내부에서는 늦어도 9월 말까지는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대미 투자 발표가 미뤄지는 배경은 미국 측에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청와대 및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대미 투자 사업 선정에 있어 미국 측의 요구가 거듭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요구로 인해 사업 선정 등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한국의 대미 투자 1호 사업으로 유력한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의 경우 총 사업비인 200억달러를 250억달러로 증액해 달라는 미국 측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양국이 합의한 연간 투자 한도는 200억달러인데, 미국 측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투자 조건에도 이견이 있습니다. 미국은 대미 투자를 통해 자국 내 생산 및 고용 효과를 기대하는 반면, 한국은 막대한 자금 투자인 만큼 수익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투자 구조와 소유권, 수익 배분 등에 '손해 보는 투자'로 1호 프로젝트가 시작된다면,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현 상황을 전방위 압박으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이미 러트닉 장관은 '반도체 표적 관세'를 기정 사실화한 상태입니다. 이미 통상 당국 내에서는 미국이 한국 반도체 기업의 현지생산 확대를 요구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는 사실상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 외에 추가 청구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메모리 전공정 생산시설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건데, 단순한 연구개발(R&D)이나 후공정 투자를 넘어서는 요구입니다. 즉 정부 주도의 대미 투자를 넘어 국내 기업들이 직접 관세를 피하기 위해 투자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최악의 경우 K-반도체 전략의 수정도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여기에 미국은 무역법 301조에 따른 과잉생산 관련 조사 결과를 조만간 내놓을 예정으로 이미 한·미 사이에 확보한 상호관세 15%를 넘어서는 관세까지 압박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에 활용한 무역법 338조도 또 다른 잠재 압박 수단으로 거론됩니다. 미국 기업의 차별적 대우를 이유로 한 추가 관세인데, 쿠팡 사태를 압박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사진=뉴시스)
 
연쇄 이탈…홀로 남은 김정관
 
문제는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우리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고 있느냐는 겁니다. 최근 한 달 사이 대미 통상·투자 협상의 핵심 인사들이 이탈하면서 대미 투자 협상의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미 관세 협상 실무 사령탑이었던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15일 직권면직됐습니다. 대미 투자와 무관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관세 협상을 떼어놓고 볼 수 없는 만큼 충격이 컸습니다.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구조화하는 한·미 전략투자공사의 초대 전략투자본부장인 김경한 전 본부장이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특히 이재명정부 '경제 총사령탑'인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사실상 경질되면서 대미 투자에는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결국 홀로 남은 김 장관의 어깨가 무거워진 셈인데요. 김 장관이 이번 출장에서 러트닉 장관과 접점을 차지 못한다면, 대미 투자 발표는 더 늦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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