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8만번 두드린 금리인하요구권…이자 감면은 ‘뒷걸음’
2026-09-07 14:39:52 2026-09-07 14:49:26
[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은행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이 크게 늘었지만, 실제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많지 않습니다. 신청 절차가 간편해지면서 이용 건수가 급증한 반면 수용률은 떨어지고 승인 한 건당 이자 감면 효과도 줄었는데요. 제도의 양적 활성화를 넘어 실질적인 이자 부담 경감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리인하요구권, 실질 효과 미미 
 
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은행에 접수된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은 267만9000건으로, 지난해 하반기 151만3000건보다 116만6000건(77.0%) 증가했습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취업이나 승진, 소득 증가 등으로 신용 상태가 개선된 차주가 금융회사에 대출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신청은 급증했지만 실제 금리인하로 이어지는 비율은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수용 건수는 41만8000건에서 51만2000건으로 22.5%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신청 증가 속도가 빨랐던 탓에 수용률은 지난해 하반기 27.6%에서 올해 상반기 19.1%로 8.5%p 하락했습니다.
 
수용률 하락만으로 은행의 심사 문턱이 높아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신청 급증에는 지난 2월 도입된 마이데이터 기반 금리인하 요구 서비스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소비자가 한 차례 동의하면 마이데이터사업자가 정기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게 되면서 신청 모수 자체가 크게 늘었습니다. 올해 상반기 신청에선 가계대출 신청이 256만7000건으로 전체의 95.8%를 차지했고, 기업대출은 11만2000건으로 4.2%에 그쳤습니다.
 
금융권에서는 비대면 채널 확대와 마이데이터 서비스 도입으로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과거보다 신청이 쉬워지면서 신용 상태 개선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는 얘기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신청 건수가 크게 늘어난 측면이 있다"며 "신청된 건 중에 실제 금리인하 요건을 충족하는 이들이 적어 수용률이 하락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업무 창구. (사진=뉴시스)
 
수용 건당 감면액 감소
 
수용률과 별개로 실제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이자 감면 효과도 크지 않습니다. 올해 상반기 전체 이자 감면액은 734억3000만원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5억5000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같은 기간 수용 건수가 20% 넘게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감면액 증가 폭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이를 수용 건수로 단순 환산하면 차이가 더욱 뚜렷합니다. 지난해 하반기 이자 감면액 728억8000만원을 수용 건수 41만8000건으로 나눈 건당 평균 감면액은 약 17만4000원입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약 14만3000원으로 3만원 이상 줄었습니다. 신청과 수용이라는 '양'은 늘었지만 건당 감면 효과는 오히려 뒷걸음질친 셈입니다.
 
건당 감면액이 줄어든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금리인하요구권에 따른 이자감면액은 은행별 신용등급 체계와 신용평가 모형 등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비대면·마이데이터를 통해 신청이 크게 늘면서 상대적으로 감면 여지가 작은 대출까지 수용 대상에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5대 은행만 떼어놓고 봐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는데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해 하반기 이자 감면액은 총 259억8600만원, 수용 건수는 18만2204건으로 수용 1건당 평균 감면액은 약 14만3000원이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이자 감면액이 282억4300만원으로 늘고 수용 건수도 22만9399건으로 증가했지만, 건당 감면액은 약 12만3000원으로 13.7% 줄었습니다. 전체 감면 규모는 커졌지만 한 건당 돌아간 감면액은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감소 폭이 가장 컸던 신한은행은 수용 1건당 감면액이 지난해 하반기 약 20만7000원에서 올해 상반기 약 12만3000원으로 40.6% 줄었습니다. 하나은행도 약 21만1000원에서 17만1000원으로 19.1% 감소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약 10만6000원에서 9만7000원, 우리은행은 약 11만6000원에서 10만5000원, NH농협은행은 약 10만9000원에서 10만2000원으로 각각 떨어졌습니다. 
 
은행들은 앞으로 상대적으로 이용이 적은 차주의 금리인하요구권 활용을 늘리고 신청 편의성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간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신청 건수가 크게 늘어난 만큼 제도의 성과를 단순한 이용 확대뿐 아니라 실제 소비자의 이자 부담을 얼마나 덜어줬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아울러 은행별 심사 기준과 거절 사유에 대한 안내를 보다 구체화해 소비자가 자신의 신용 상태 개선이 금리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이 쉬워진 것만으로 제도가 충분히 활성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차주의 신용 상태 개선이 실제 금리에 얼마나 반영되는지 살펴보는 한편, 금리인하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소비자가 그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l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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