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KB금융그룹이 차기 회장으로 이재근 글로벌사업부문장을 낙점하면서 연말 계열사 사장단에도 변화의 폭이 커질지 관심이 쏠립니다. 현직 회장의 연임 대신 새 수장을 선택한 배경으로 '변화와 세대교체'가 거론된 만큼, 새 회장 취임 이후 이어질 계열사 인사에도 거센 쇄신 바람이 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회장부터 '세대교체'…연말 CEO 10명 임기 만료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부문장은 오는 11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KB금융 회장으로 정식 선임될 예정입니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이 후보를 최종 후보로 낙점하면서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는데요. 우수한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한 단계 도약하려면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이 부문장도 이날 출근길에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 머니무브, 고령화 등 향후 3~5년간의 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금융그룹의 명운이 걸려 있는 시기"라며 "변화에 뒤처지지 않고, 안정적인 성과를 기반으로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KB금융이 세대교체를 선택하면서 관심은 연말 계열사 인사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올해 KB국민은행을 비롯해 KB국민카드, KB라이프, KB손해보험, KB증권, KB자산운용, KB캐피탈, KB부동산신탁 등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줄줄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새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그룹의 주요 경영진을 다시 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입니다.
지난해만 해도 KB금융은 계열사 인사에서 변화보다 안정에 무게를 실었는데요. 당시 임기가 끝난 계열사 CEO 상당수를 재신임하면서 기존 경영진을 중심으로 사업 연속성을 이어가는 쪽을 택했습니다. 다만 이들 모두 양종희 회장 체제에서 선임되거나 재신임된 경영진이어서, 새 회장 취임과 맞물려 인적 쇄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그동안 KB금융은 계열사 대표를 새로 선임할 때 통상 2년의 임기를 부여하고, 성과 등을 인정받아 연임할 경우 1년을 추가하는 이른바 '2+1' 방식의 인사를 이어왔는데요. 기존 관례만 놓고 보면 올해는 이미 한 차례 연임해 3년을 채우는 CEO와 첫 2년 임기를 마치는 CEO의 처지가 갈리는 시점입니다. 하지만 그룹 수장 자체가 교체되면서 첫 임기를 마친 CEO들도 연임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곳은 그룹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입니다. 이환주 행장은 2025년 1월 취임해 올해 말 2년의 첫 임기를 마칩니다. 취임 첫해인 지난해 KB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을 전년보다 18.8% 증가한 3조8620억원으로 끌어올리며 리딩뱅크 탈환을 이끌었고, 올해 상반기에도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7% 증가하는 등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갔습니다. 통상적인 '2+1' 관례를 적용하면 실적을 토대로 무난한 연임이 점쳐지나, 새 회장 체제 출범이라는 변수가 생겼습니다.
이 부문장 역시 국민은행장 재임 당시 2년의 첫 임기를 마친 뒤 1년 연임한 전례가 있어, 이 행장에게도 같은 전례를 적용할지가 관심사입니다. 다만 이 행장이 이 부문장보다 두 살 많다는 점도 세대교체라는 인사 기조와 맞물려 변수로 거론됩니다. 이 때문에 이 행장에게 기존 관례대로 1년의 추가 임기를 부여할지, 아니면 새 회장 취임을 계기로 은행 수장까지 교체할지가 이번 인사의 방향을 보여줄 첫 가늠자가 될 전망입니다. 이 부문장이 국민은행장을 지내 은행 조직과 주요 경영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도 차기 행장 인선의 변수로 꼽힙니다.
KB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이재근 부문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KB금융 신관 로비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년차 CEO부터 초임 CEO까지 나란히 '평가대'
이미 연임했던 CEO들의 거취는 더욱 주목됩니다. 이홍구 KB증권 WM부문 대표와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 빈중일 KB캐피탈 대표, 성채현 KB부동산신탁 대표는 지난해 한 차례 연임해 올해 말 3년 차 임기를 마칩니다. 당시 이들은 각 계열사의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성과 창출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 추가 임기를 부여받았습니다.
그러나 통상적인 임기 관례상 이미 3년을 채우는 데다 새 회장이 취임한다는 점에서 올해는 교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지난해에는 경영 연속성에 무게를 두고 이들을 재신임했지만, 불과 1년 만에 지주 리더십이 교체되면서 새 체제에 맞는 경영진을 꾸릴 필요성도 커졌기 때문입니다.
첫 임기를 마치는 CEO들도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김재관 KB국민카드 대표와 정문철 KB라이프 대표, 박찬용 KB데이타시스템 대표는 2025년 1월 취임했고, 윤법렬 K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같은 해 4월 취임했습니다. 기존 인사 관행대로라면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 여부를 결정할 시점이지만, 이들 역시 새 회장의 경영 구상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가 주요 평가 기준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는 3년 차 CEO를 중심으로 교체하고 성과가 검증된 초임 CEO는 남기는 '선별 쇄신'이 될지, 은행장을 비롯한 첫 임기 CEO까지 폭넓게 바꾸는 '대폭 쇄신'으로 이어질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회추위가 양 회장의 연임 대신 이 부문장을 선택하면서 '변화와 세대교체'를 강조한 만큼, 계열사 인사에서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회장 교체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시각도 금융권에서 나옵니다. 대규모 인사 태풍을 전망하는 배경입니다.
과거 금융지주에서도 새 회장의 취임은 계열사 사장단을 재편하는 계기가 됐는데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 2023년 취임을 앞두고 임기가 끝나는 9곳의 자회사 대표들을 대거 교체하며 새 체제 구축에 나섰습니다. 같은 해 KB금융 수장에 오른 양종희 회장도 첫 계열사 인사에서 임기 만료를 앞둔 주요 계열사 대표 8명 중 6명을 새 얼굴로 바꾸며 세대교체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이 부문장 역시 세대교체에 방점을 찍되, 단순히 연령대가 높은 CEO를 젊은 인물로 바꾸는 방식보다는 새 체제에 맞는 인물을 가려내는 방식으로 인적쇄신을 진행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나이에 국한하지 않고 역량과 전문성, 직원들과의 호흡과 헌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는 방침입니다.
이 부문장은 "세대교체라는 의미는 나이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라며 "젊은 KB란 의미는 나이보다는 의사결정을 좀 더 신속하고 책임 있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l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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