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도 쌓기 어렵다…은행 자본관리 '빠듯'
2026-09-09 11:44:40 2026-09-09 14:37:03
[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은행들이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자본관리 부담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기업금융 확대 등에 따라 위험가중자산(RWA)이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건전성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생산적 금융과 금융지주의 주주환원 확대까지 맞물리면서 은행권의 자본관리 셈법이 한층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4대 은행 위험가중자산 증가세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6월 말 RWA는 총 897조원 규모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5년 전인 2021년 3월과 비교하면 33.4% 늘어난 수준입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249조1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239조9000억원, 하나은행 217조8000억원, 우리은행 190조3000억원 순입니다. 4곳 모두 1년 전보다 RWA가 늘었는데요. 증가율은 신한은행이 10.2%로 가장 높았고 하나은행 8.9%, 국민은행 5.4%, 우리은행 2.3% 순입니다. 
 
RWA는 위험도를 반영한 자산으로, 규모가 커질수록 은행의 자본비율은 하락 압력을 받게 됩니다. RWA가 늘어난 배경에는 은행의 성장축 변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가계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은행들은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자산을 확대해왔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2021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4대 시중은행의 가계여신이 13.5% 증가하는 동안 기업여신은 53.3% 늘었습니다.
 
기업여신 확대는 RWA 관리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통상 기업대출은 가계대출보다 위험가중치가 높아, 더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합니다. 실제 최근 은행권에서는 기업여신 확대가 RWA 증가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됩니다. 건전성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기업대출이 빠르게 늘어난 가운데 상대적으로 경기 변동에 취약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연체 지표가 악화하는 양상입니다. 
 
4대 은행의 일반 중소기업 연체율은 2021년 말 0.27%에서 올해 6월 0.61%로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연체채권 규모도 약 5000억원에서 1조8000억원으로 세 배 이상 불었습니다. 부실이 확대될 경우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져 은행의 자본 축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앞으로 기업금융 확대에 따른 자본관리 부담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4대 금융지주가 2030년까지 공급하겠다고 밝힌 생산적 금융 규모만 350조원에 달합니다. 정부가 가계대출보다 기업과 첨단산업 등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유도하면서 은행들도 기업금융 확대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입니다.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시중은행 ATM기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주주환원 확대 등 자본관리 부담 커져 
 
자본을 내부에 축적할 여건은 녹록지 않습니다. 주요 금융지주가 중장기적으로 총주주환원율 50% 수준을 목표로 내걸었는데, 그룹 내 이익 기여도가 높은 은행에 대한 배당 의존도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금융지주의 자회사 배당금 유입 총액이 급증했는데요. 같은 기간 은행 배당금 역시 3조4828억원에서 7조4339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금융지주의 주주환원이 확대될수록 은행이 벌어들인 이익을 통해 자체적으로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여력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관건은 늘어나는 RWA를 관리하면서 자본비율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입니다. 자본적정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보면 올해 6월 말 4대 은행이 14~15% 수준으로, 규제상 최소 요구 수준을 웃돕니다. 현재 자본적정성 자체를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다만 CET1비율은 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눠 산출하는 만큼 분모인 RWA가 빠르게 늘어나면 관리 부담이 커집니다. 앞으로 은행들은 기업금융과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면서 RWA 증가를 관리하고 건전성에 대비하는 동시에 금융지주의 주주환원까지 뒷받침해야 합니다. 당장 자본 여력이 부족하다기보다 성장과 주주환원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자본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더욱 중요해진 셈입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최근 보고서에서 이 같은 흐름을 은행권의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짚었습니다. 기업금융 확대에 따른 RWA 증가와 금융지주의 주주환원 확대가 맞물리면서 은행의 자본비율 개선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은행들의 자본적정성과 손실흡수능력이 우수한 수준인 만큼 단기간 내 신용등급 하방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선 제한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신용평가 등 다른 신평사 역시 RWA 규제 강화와 주주환원 확대 등이 은행 자본비율 관리 부담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연수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국내 은행권은 우수한 절대적 이익 규모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 확대 기조와 각 은행군별 제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자본관리 부담이 과거 대비 한층 가중된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시중은행은 금융지주사의 주주환원 재원 공급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자본비율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향후에는 단순한 외형 확대를 넘어 자본 효율성을 고려한 성장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짚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지표는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자본비율에 대한 하락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며 "대외 변수에다 주주환원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이라 자본 관리의 중요성이 한층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l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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