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미국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틀을 정할 '클래리티법(CLARITY Act)'이 상원 첫 관문을 넘지 못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자산 이해충돌 문제와 스테이블코인에 따른 은행권 예금 이탈 우려를 둘러싼 이견이 끝내 해소되지 못한 까닭입니다.
1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15일(현지시간) 클래리티법의 본회의 논의를 위한 절차 표결을 진행했지만 찬성 49표, 반대 50표로 부결됐습니다. 법안을 다음 단계로 넘기기 위해서는 60표가 필요했지만, 민주당에서 찬성표가 나오지 않은 데다 공화당에서도 이탈표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클래리티법의 본회의 논의를 위한 절차 표결이 진행됐지만 찬성 49표, 반대 50표로 부결됐다. (이미지=챗GPT)
클래리티법은 디지털자산의 법적 성격과 증권거래위원회(SEC)·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 범위를 명확히 하는 시장구조 법안입니다. 지난해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는 공직자의 가상자산 이해충돌 방지와 스테이블코인 보상 등을 놓고 여야 간 이견이 이어졌습니다.
표결을 앞두고 공화당이 민주당 요구를 반영한 수정안을 내놨지만 표심을 돌리지는 못했습니다. 윤석빈 서강대 특임교수는 "결정적 원인은 대통령 관련 윤리 조항을 둘러싼 막판 협상 결렬"이라며 "표결 당일까지 주정부가 공직자를 기소할 수 있는지, 가족까지 적용 대상에 넣을지가 풀리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은행권의 반발도 변수로 작용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보상이 은행 예금 이탈을 촉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면서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탈표가 나왔습니다. 윤 교수는 "결국 윤리 조항과 은행권 반발이라는 양쪽 전선을 동시에 막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번 부결로 미국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불확실성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감독당국이 현행 권한을 바탕으로 일부 규정을 마련할 수는 있지만, SEC와 CFTC의 관할 등 핵심 쟁점을 근본적으로 정리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감독당국이 현행 규정 제정 권한을 근거로 클래리티법에 포함된 일부 내용을 규정 형태로 제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근본적으로 불분명한 관할 자체를 정할 수는 없다"며 "업계가 상당 기간 규제 불명확성을 감당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특히 개발자나 디파이(DeFi)의 책임과 관련해서는 규제 리스크가 계속 상존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장도 약세를 보였습니다. 이날 오후 2시10분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2.49% 하락한 7만5730.71달러를 기록했고, 이더리움은 3.87%, 솔라나는 4.19%, 엑스알피(XRP)는 8.26% 각각 떨어졌습니다.
재추진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이 재심의 가능성을 열어둔 데다, 지니어스법도 첫 절차 표결 실패 뒤 수정 과정을 거쳐 통과한 전례가 있습니다.
다만 윤 교수는 "형식적으로는 한 차례 실패지만 실질적으로는 동력이 상당히 약해졌다"며 "이번에는 민주당 찬성이 0표였고 쟁점이 대통령 이해충돌이라는 정치적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망 선고는 이르지만 중환자실에 들어간 상태"라며 "레임덕 회기에도 윤리 조항에서 돌파구가 없으면 입법은 차기 의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미국의 입법 지연은 국내 디지털자산 제도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 변호사는 "미국에서 법이 통과됐다면 국내 입법도 좀 더 빨라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우리 입법이 신속하게 진행되기 위한 모멘텀이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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