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양방은 수조원 보험금…한방은 12년째 배제”
윤성찬 한의협회장, 정은경 장관 취임 이후 한의 차별 지속 작심발언
2026-09-16 16:38:53 2026-09-16 17:07:01
[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이 5세대 실손의료보험 보장 대상에서 한의과의 비급여가 배제되고 있다면서 보건복지부와 금융감독원에 강한 유감의 뜻을 밝혔습니다. 윤 회장은 의료계와 한의계로 이원화된 국내 보건의료 체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현대 의학에 대한 비급여 보장만을 통해 기하급수적인 비급여 남발 현상을 자초했고, 그 책임은 한의사들에게 지우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강서 한의협 회관에서 만난 윤 회장은 복지부 등 관계 부처가 한의계에 대한 차별이 공공연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의료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현대 진단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 복지부가 의료계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의약진흥원 통폐합 논란 등 정은경 장관 취임 이후에도 한의계에 대한, 이른바 ‘차별’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비판했습니다. 윤 회장은 “한의사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동등하게 대해달라는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한의 급여 배제 불합리…복지부, 12년째 권익위 권고 묵살해”
 
-왜 한의 비급여가 실손보험에 포함돼야 합니까. 
 
“1세대 실손보험에는 의료계, 한의계, 치과계 모두 포함됐지만, 2세대 개편 당시 치과와 한의과는 제외됐습니다. 의료계 진료과는 비급여까지 실손보험에서 보장을 해주고, 한의 비급여는 보장이 안 되니 환자 부담이 발생하게 됩니다. 정부가 의료의 선택권을 제한해 버리는 부작용이 생긴 겁니다. 문제 제기에 따라 2014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치료 목적의 한의 비급여는 실손에서 보장하라고 금융감독원과 보건복지부에 권고했음에도 12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안 되는 거죠.”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은 한의 비급여의 실손보험 보장이 배제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사진=대한한의사협회)
 
-금감원과 복지부가 권익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가 뭐죠?
 
“복지부는 한의협의 의견이 맞다고 보지만 현재 의료계의 실손보험을 규제하려는 방향을 잡은 상황에서 한의 비급여를 포함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금감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손 보장을 줄이는 기조에 배치되기 때문에 수용이 어렵다. 한의협의 설득 논리는 뭐였습니까. 
 
“양방의 실손보험 제어를 하게 되면 보험사가 얻는 이익은 수조 원에 달하게 된다고 봅니다. 한의 비급여를 보장해도 100억원 전후죠. 보험 가입자로서는 그간 실손 보장 대상이 줄어드는 반면, 한의 비급여가 일부 늘어나면 5세대 전환 유도에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국민 입장에서 설계해야 함에도 결과적으로 보험사에 경도된 방향성이 아쉽습니다. 헌법소원을 제기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관련해 2024년 기준 실손보험 지급보험금은 약 15조2000억원, 이중 비급여 주사제가 약 2조8000억원, 도수치료 등을 포함한 근골격계 질환 치료가 약 2조6000억원 등 5조4000억여원입니다. 한의협은 치료 목적 한의 비급여의 예상 보험금은 2~4세대 가입자가 전부 5세대로 전환한다고 가정해도 최대 약 2824억원이라고 추계했습니다. 윤 회장은 “5조원이 넘는 기존 비급여 지출 문제와 3000억원에도 미치지 않는 한의 비급여를 같은 선상에 올려놓고 ‘과잉 진료 우려’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다”며 “한쪽은 수조원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시장을 만들어놓고 다른 한쪽은 치료 목적임에도 아예 보장 자체를 막아놓는 것은 ‘비급여 관리’가 아닌 차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해 한의협은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을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한의사의 리도카인 도포 및 오퍼스듀얼 등 의과 의료기기 활용 시술에 대해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위반 혐의로 고발한 바 있습니다.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의협과의 갈등, 결자해지는 어느 쪽에 있습니까. 
 
“진단 의료기기는 의사와 한의사 모두 사용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진단의 본질은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질병에 대한 정보를 얻는 과정이고, 의료기기를 통한 정보 취득은 필수이기 때문에 의사, 한의사를 나눠 볼 사안이 아닙니다. 2022년 12월 22일 초음파 사용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초음파 의료기기에 대한 한의사의 사용권이 인정받았습니다. 의료계에서는 해당 개별 사건에 대한 판결일 뿐이라고 합니다만, 당시 판결문에는 ‘그전까지 한의사들의 진단 기기 사용에 대한 판결 기준을 없애고 새로운 판결 기준을 세운다’라고 적시돼 있습니다. 이에 맞춰 복지부가 후속 조처해야 함에도 복지부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치료하려면 급여, 비급여 여부를 구분해 줘야 합니다. 판단 자체를 한하면 사실상 사용을 못 하게 하는 조치입니다. 급여도 받을 수 없고 비급여도 받을 수 없다는 건 돈을 받지 말라는 말 아닙니까.”
 
-사법부는 결정을 끝냈지만, 복지부가 결정을 미루고 있어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까. 
 
“핵심은 복지부입니다. 의협과 한의협이 협의해서 타협할 문제가 아닙니다.”
 
교통사고 경상환자 8주 초과 치료 제한, 환자 안전 배려 부족
 
국토교통부는 교통사고 경상환자가 8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으려면 국토교통부 정책에 따라 전문 의료인의 타당성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최근 의결했습니다. 한의협은 보험사의 조기 합의 방침을 정부가 수용한 셈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의료비의 증가와 소위‘나이롱환자’로 인한 보험금 부당 수급 문제는 이미 사회 문제가 된 지 오래이기 때문입니다. 윤성찬 회장은 “취지는 공감하지만, 환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한의협은 시행령에 반대 입장이죠?
 
“나이롱환자나 보험금 부정수급 예방 취지에는 100% 공감합니다. 다만 그 방법이 거칠다는 겁니다. 자동차보험이 처음에 도입됐을 당시 이런 문제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제도의 사각지대를 악용한 이들도 많았죠. 다만 현재는 안전장치가 많아졌습니다. 가령,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는 교통사고 환자들의 입원 일수가 사고일로부터 7일 이내로 제한돼 있습니다. 치료 종류와 횟수에 대한 제한이 많습니다. 이러한 규제를 고려하지 않고 또 8주 제한을 두는 것은 이중규제로 볼 수 있죠.”
 
-그간의 여러 역작용을 고려하면 직역 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지 않나요.
 
“한의사 이득을 위한 주장이 아입니다. 자동차보험 환자들을 계속 치료해온 전문가인 만큼 시행령을 통해 선량한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겁니다. 시행령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의협은 보험 진료 모니터링 위원회로 자정작용도 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런 말입니다. 같은 염좌나 타박상이라도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 사고의 정도, 기저질환 등에 따라 회복 속도는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고령자나 장애인, 기저질환자 등은 더 긴 치료가 필요할 수 있지만, 행정적으로 8주라는 기준을 정해놓고 이후 치료 필요성을 별도의 심사로 판단하는 것이 과연 환자 중심의 의료정책이냐는 겁니다. 
 
지난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법원 판결 확정에 따른 한의사의 X-RAY(엑스레이) 사용 선언 기자회견 당시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복지부, 한의사 무관심하거나 배척하거나
 
-한의사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복지부가 보이는 일종의 ‘무관심’과 영향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한의학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만 무시당합니다. 해외는 전통 보안 통합의학을 담당하는 부서의 위상이 높습니다. 일례로 인도는 장관급의 인도의학부가 운영되고 있고, 중국도 차관급의 중의약 관리국이 운영되지만 우리나라는 복지부 내 국장이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과도 2개밖에 없습니다. 홀대도 이런 홀대가 없습니다. 한의학이 세계적인 위상을 갖고 또 국익을 창출해내려면 ‘한의학청’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윤 회장은 “한의사의 사회적 위상이 낮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매년 수많은 한의 의료를 이용하고 있고, 특히 근골격계 질환, 노인·만성질환, 통증 관리, 재택·방문 진료 등에서 한의사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국민이 평가하는 한의사의 위상과 정부 정책안에서 한의사의 제도적 위상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설명입니다. 그는 현대 진단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복지부 대응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습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 체제하에서 한의사 홀대가 더 심해졌습니까. 한의약진흥원 통폐합 시도도 이러한 정부 기조가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합니까.  
 
“우리나라가 보건의료 이원화 제도를 채택한 게 1951년입니다. 국민이 자유롭게 의료선택권을 활용할 수 있도록만 해주면 됐는데 지금 여러 가지 각종 시범 사업을 할 때마다 의료계만 시범 사업에 참여하고, 한의계는 배제된 사례가 부지기수입니다. 현재 정부의 보건의료 54개 시범사업 중에 4개만 한의사들이 참여하고 있고 50개는 한의사들이 참여 자체가 막혀 있습니다. 한의사의 수는 3만명, 의사는 14만명입니다. 한의사가 20% 가량입니다. 건강보험에서 한의 건강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불과합니다. 지나치게 기울어진 운동장입니다. 
 
중국 헌법에는 ‘전통 의학을 육성 발전시키겠다’는 법조문이 포함돼 있습니다. 우리는 헌법에는 없고 한의학 육성법이라는 법을 따로 만들어서 한의학을 육성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한의학 육성법에 나와 있는 한의약진흥원마저도 최근에 기구 통폐합하려고 시도하다가 논란이 커지자, 진행이 중단됐습니다. 한의사의 수준이나 학문적 수준은 중국보다도 훨씬 더 뛰어나기 때문에 정부가 지원을 해 주고 전담 부서가 만들어져서 예산과 인력이 지원되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아쉽습니다.”
 
-원칙적으로 한의학 진흥법대로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데도 그게 안된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한의학 육성을 위한 종합계획을 5년마다 한 번씩 세우고 있고 매년 구체적인 시행 계획들을 세우지만 이를 실행할 예산 배정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윤 회장은 인터뷰 말미 “법원 판결을 행정이 존중하고, 정부 정책에서 한의사를 동등한 의료인으로 인정하며, 국민이 양의사와 한의사 가운데 필요한 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기울어진 제도를 바로잡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한의사에게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고, 차별하지 말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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