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북한 물품을 통일부 장관 승인 없이 국내 반입하면 형사처벌하는 남북교류협력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습니다. 해당 조항에 대한 헌재 판단은 처음입니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이 지난 4월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4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헌법재판관들과 자리했다. (사진=뉴시스)
헌재는 17일 진천규 통일TV 대표가 청구한 남북교류협력법 13조 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9명 중 8명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나머지 1명인 정계선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진 대표는 2018년 8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북한에서 구입한 서적 19점 등 북한 물품 총 146점을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고 국내 반입하려 한 혐의(남북교류협력법 위반)로 2020년 3월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습니다. 진 대표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지만 1심 결과 역시 같았습니다. 진 대표는 항소심 진행 중인 2022년 6월 남북교류협력법 13조 1항 등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했다며 헌재에 해당 사건 청구를 냈습니다.
남북교류협력법 13조 1항 등은 북한으로부터 물품을 반입하려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승인 없이 반입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합니다. 해당 조항이 여행 기념품이나 북한 사람으로부터 받은 선물, 언론 취재 결과 수집한 자료 등 모든 물품 반입을 전면 금지해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게 진 대표 측 주장입니다.
그러나 헌재는 남북 관계의 민감성과 중대성을 고려할 때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여행자는 남한으로 돌아온 뒤 물품 반입 승인을 받아, 나중에 물품을 반입할 수 있다”며 “북한 여행자가 계획하지 않은 물품을 취득한 경우라도 승인 없이 물품을 반입하는 경우에 사후 감독하는 건 어려운 일이고, 남북한의 민감하고 특수한 관계와 국제관계의 복잡성에 비춰 해악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헌재는 아울러 “대외 관계 및 남북 관계의 민감성과 중대성을 감안할 때 남북 교류 협력이 일관성을 가지고 추진되도록 하는 공익에 비해 승인받지 않은 물품을 반입할 수 없어 입게 되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의 제한의 정도가 더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정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정 재판관은 “해당 조항은 국헌 문란 등 유해성과 상관 없이 미승입 반입을 문제 삼고 있다”며 “이에 대한 제재를 함에 있어 형사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남북 교류 협력의 일관성이란 공익을 감안해도 미승인 반입 자체를 형사처벌하는 건 기본권 침해 정도가 과중하다고도 했습니다.
한편 이번 결정은 재판소원 도입 이후 헌재와 법원의 신경전으로도 주목받았습니다. 앞서 진 대표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 2심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0부(재판장 전보성 수석부장)는 지난 6월 헌재의 ‘심리 지연’이 진 대표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인지 심사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재판부는 진 대표가 청구한 헌법소원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재판을 정지했는데, 헌재가 4년 넘도록 결론을 내놓지 않자 헌재에 의견요청서를 보내는 등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겁니다. 재판소원 도입으로 헌재가 법원 판결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되면서, 법원 역시 맞대응에 나섰다는 게 법조계 시각입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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