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단독)'정인이법'이 삼킨 '위기출산'…영아살해죄 폐지 뒤 1심 평균 징역7년5개월
영아살해죄 폐지 이후 신생아 사망 사건 14건 분석
아동학대살해 인정…최고 징역 12년 최저 3년6개월
집행유예 불가능…14건 중 10건 '병원 밖 고립출산'
2026-09-27 16:11:52 ㅣ 2026-09-27 16:40:16
[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2023년 영아살해죄 폐지 후 신생아 사망 사건에 아동학대살해죄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 홀로 출산한 뒤 발생한 신생아 사망을 양육 관계에서 발생한 아동학대와 같은 법리로 처벌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법원의 판단은 엇갈립니다. <뉴스토마토>는 판결문을 통해 '위기 출산'이 법정에서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추적하고, 현행 법체계의 쟁점과 대안을 짚어봅니다. (편집자)
 
“피고인 A씨를 징역 3년에 처한다. 다만 5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2023년 7월, 수원지법 안양지원)
“피고인 B씨를 징역 10년에 처한다.” (2026년 6월, 서울중앙지법)
 
준비되지 않은 임신 끝에 화장실에서 홀로 출산한 후 신생아를 숨지게 한 두 여성이 있습니다. 한 명은 집행유예를, 다른 한 명은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적용된 혐의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집행유예를 받은 A씨는 ‘영아살해죄’가 적용됐습니다. A씨는 중절을 결심했지만, 병원비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임신 32주 만에 자택 화장실에서 미숙아를 분만하고 맙니다. 이후 신생아를 변기 안에 방치해 숨지게 했습니다.
 
반면, 한국에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갑작스러운 진통을 느끼고 화장실에서 37주 차 아이를 홀로 출산한 B씨에게는 '아동학대살해죄'가 적용됐습니다. 당시 B씨는 패닉상태에 빠져 신생아를 유기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습니다. 
 
임신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못한 채 홀로 출산한 위기 임산부에게 중형이 선고된 것은 B씨 사례만이 아닙니다. 영아살해죄 폐지 이후, 출산 직후 영아를 방치하거나 유기한 사건에 일반 살인보다 형량이 무거운 아동학대살해죄가 적용되면서 선고 형량이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심 평균 선고형은 징역 7년을 넘어섰습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뉴시스)
 
아동학대살해 인정 6건 모두 실형…최저형도 '징역 3년 6개월'
 
<뉴스토마토>는 영아살해죄가 폐지된 개정 형법 시행(2024년 2월9일) 이후부터 올해 8월까지 선고된 '위기 출산' 직후의 신생아 사망 사건을 분석했습니다. 위기 출산은 뜻하지 않은 임신을 했거나 경제적·사회적 사유 등으로 인해 혼자서 임신·출산·양육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산모 혼자 출산한 경우를 말합니다. 생후 한 달 이내 신생아가 사망한 14개 사건의 1심 판결을 분석한 결과, 아동학대살해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사건은 6건이었습니다. 이들의 평균 선고형은 징역 7년5개월에 달했습니다. 가장 무거운 형은 징역 12년, 가장 가벼운 형은 징역 3년6개월로 6건 모두 예외 없이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과거 영아살해죄가 적용되던 시절과 비교하면 처벌 수위는 급격히 높아진 셈입니다. 2019년 4월부터 영아살해죄가 폐지된 2024년 2월까지 선고된 영아살해죄 판결 11건의 평균 선고형은 징역 2년10개월입니다. 나머지 5건은 집행유예가 선고됐고, 이들의 평균 선고형은 징역 약 2년7개월입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법정형 하한 징역 7년…판사가 정상참작 최대 감경해도 '집유 불가'
 
과거에는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거나 양육이 어려운 상황 등 참작할 만한 동기로 분만 중·직후의 영아를 살해한 경우 영아살해죄를 적용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영아의 생명권을 경시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국회는 2024년 2월 영아살해죄를 폐지하고 일반 살인죄를 적용하도록 형법을 개정했습니다.
 
문제는 영아살해죄가 사라진 자리에 일반 살인죄가 아닌, 훨씬 무거운 특별법인 아동학대살해죄가 자리 잡았다는 점입니다. 2020년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2021년 신설된 아동학대살해죄는 사형, 무기 또는 징역 7년 이상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유기징역 하한이 징역 5년인 일반 살인죄보다 무겁습니다.
 
아동학대살해죄로 일단 재판에 넘겨지면 중형이 선고됩니다. 아동학대살해죄는 법정형 하한이 징역 7년이기 때문에, 재판부가 피고인의 극심한 공포와 고립 등 딱한 사정을 감안해 판사 재량의 '작량감경'을 최대로 적용하더라도 형량은 절반인 '징역 3년6개월' 밑으로 내려갈 수 없습니다. 현행법상 징역 3년을 초과하는 형에는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으므로, 아동학대살해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는 순간 판사가 선처하려 해도 무조건 실형이 불가피한 구조입니다. 분석 대상 사건 중 최저형이 정확히 징역 3년6개월이었던 이유입니다. 
 
기소권을 쥔 검찰은 특별법 우선 원칙과 중형 적용 실무에 따라 아동학대살해죄를 적극 적용하고 있습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사건 경위에 따라 다르지만, 아동학대살해죄는 특별법적 성격을 띠고 있고, 하나의 행위에 여러 죄가 성립할 경우 법정형이 가장 중한 혐의를 의율하는 것이 실무 원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태어난 영아도 법상 18세 미만 '아동'에 해당하고, 출산 직후 현장을 이탈하거나 방치하는 행위가 방임(아동학대)에 해당하는 이상, 미필적 고의만 인정되면 아동학대살해죄가 성립한다는 논리입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14건 중 10건 병원 밖 출산…“위기출산, 장기 아동학대와 구분해야”
 
그러나 판결문 전수 분석을 통해 드러난 현실은 반복적·지속적 폭력으로 아동을 숨지게 한 전형적인 아동학대 사건으로 보기 어려웠습니다. 분석 대상 14건 중 10건(71.4%)이 병원이 아닌 화장실(4건), 모텔(3건), 자택(3건) 등 은폐된 장소에서 출산한 사건이었습니다. 전체의 64.3%(9건)는 출생 당일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판결문에 기재된 피고인들의 범행 배경(중복 분석)을 보면 출산·양육에 대한 극심한 공포나 분만 전후의 정신적 혼란이 10건(71.4%), 사회적 고립 상태에서의 원치 않거나 준비되지 않은 임신이 8건(57.1%), 신생아 친부의 연락이 끊기는 등 친부가 부재한 사건도 6건(42.9%)에 달했습니다. 계획적 살해나 직접적인 물리력 행사가 없었던 사건도 9건(64.3%)이었습니다.
 
결국 아동학대범을 엄벌하기 위해 만든 '정인이법'이, 복지 사각지대에서 벼랑 끝에 몰려 패닉에 빠진 위기 임산부들을 옭아매는 덫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수진 법률사무소 혜석 대표변호사는 “위기 출산에 따른 영아 사망은 지속적인 양육 관계에서 벌어지는 반복적 학대살해와 범행 동기와 구조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며 “영아살해죄 폐지의 취지가 '극단적 가중처벌'이 아니었던 만큼, 출산 직후의 위기 상황을 감안해 죄명을 적용할 수 있는 명확한 수사·양형 기준이 시급하다”고 짚었습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임신 사실조차 밝히지 못한 여성이 긴급한 주거나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공적 안전망이 부재한 상황에서, 출산 이후의 행위만 떼어내 중형으로 처벌하는 것이 적절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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