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한은·국책은행도 '폭풍전야'…기득권과의 싸움
정부,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발표…44개 기관 세종행
금융기관 중심 노조 반발…법 개정·지자체 유치전 관건
2026-10-14 17:10:24 ㅣ 2026-10-14 17:34:24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정부가 2차 중앙행정기관 세종 이전 방침을 내놓으며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 세종 이전을 두고 노조가 철회를 촉구하는 한편, 타 금융기관의 이전 방향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습니다. 부처 이전을 위한 법 개정과 지방자치단체 간 유치 경쟁도 과제로 남았습니다. 행정기관 지방 이전을 둘러싼 정부의 구상과 각 기관·지역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후속 논의에도 진통이 예상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①노조 반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14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 부처 간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이유로 분초를 다투는 금융정책 결정 기관을 금융 현장과 분리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결정인가"라며 금융위 세종 이전에 반발했습니다.
 
이어 "행정 편의적 발상으로 수십 년간 쌓아온 국가 금융 경쟁력을 훼손하는 정책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정부는 더 이상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말고 금융위원회 세종 이전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앞서 정부는 전날 금융위 등을 포함한 2차 중앙행정기관 세종 이전 방침을 확정했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6곳은 내년 상반기, 금융위원회 등 19곳은 내년 하반기에 우선 이전을 진행합니다. 이전 대상 인원은 공무원 정원 기준 9929명에 달합니다.
 
문제는 근무지를 서울에서 세종으로 옮김에 따라 생기는 노조 반발입니다. 금융감독원 노조가 지난 8월18일부터 21일까지 내부망을 통해 직원 15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방 이전 시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이 85.6%에 달했습니다. 특히 만 40세 미만 직원은 92.5%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재명정부에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의지를 강조하는 사이 실제로 퇴사자가 증가했다는 통계도 나왔습니다. 강준현 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금융위 퇴직자는 15명입니다. 5년 전인 2021년 한 해 퇴직자 수(14명)보다 많습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②법 개정 
 
법 개정도 숙제입니다. 정부는 이번 발표로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의 이전을 재확인했습니다. 외교부·국방부·통일부도 차후에 세종으로 옮겨질 예정입니다. 다만 이들 부처의 이전을 위해선 '행복도시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이 5개 부처는 이전 대상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지난 2005년 행복도시법 제정 논의 당시 외교부·국방부·통일부는 대통령 통치행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 서울에 잔류했습니다. 오는 2029년 대통령 세종 집무실 준공으로 대통령과 이들 부처 간 업무 연계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게 행정안전부의 설명입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이들 부처의 세종 이전 제외 조항을 삭제한 행복도시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문제는 야권의 반발입니다. 국민의힘은 안보 공백을 우려하며 관련 부처 세종 이전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헌법과 안보의 근간을 해치는 위험천만한 시도"라며 "외교·안보 기능의 서울 이탈은 주적인 북한에 우리 수도를 헌납하겠다고 해석될 수 있는 위험한 결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 판결문과 군 방어작계만 면밀히 검토해 봐도 명백한 자해적 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③지자체 교통정리
 
지방자치단체 간 교통정리도 넘어야 할 산입니다. 특히 금융 정책 컨트롤타워인 금융위의 세종행으로 국책은행과 금융감독원 등 도미노 이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른 건 한국산업은행입니다. 부산 이전을 놓고 정치권과 산업은행 간 긴 대치가 이어진 상황에서 다음 이전 첫 번째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부산 국회의원 일동이 금융위·금융감독원은 금융 중심지 부산으로 와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이재명정권은 결국 외면했다"며 "320만 부산 시민과의 약속을 또 한 번 걷어찬 '부산 패싱(배제)'"이라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또 "금융위 세종 이전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금융위와 금감원을 금융 중심지 부산으로 보내라"며 "산업은행 본점은 약속대로 부산으로 이전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밖에 인천에 소재한 재외동포청도 갑작스러운 이전 발표에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이전 발표로 교육센터 건립 등 인천에서 추진하던 각종 사업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이어질 공공기관 이전에도 이목이 쏠립니다. 가장 지자체들의 유치전이 치열한 건 한국발전공사 본사입니다. 5개 발전 공기업을 합쳐 만드는 매머드급 공기업의 출범에 경남 진주·충남 태안·전북 부안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충남 서산·태안에 지역구를 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에 한국서부발전마저도 떠나가고 한국발전공사 본사마저도 다른 지역으로 간다면 이는 정부에서 우리 태안을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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