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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오징어게임'같은 콘텐츠 만들어라?…각자 장점 살릴 길 찾아야

2021-10-19 06:00

조회수 : 7,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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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올림픽만큼이나 뜨거운 관심을 끌었던 프로그램이 있다. KBS가 만든 다큐멘터리 '국가대표'다. 국가대표는 '다큐 인사이트' 시리즈 중 하나로, 도쿄올림픽 최대 스타인 배구에 김연경 선수부터 유럽에서 활약하는 축구에 지소연 선수까지 6인의 여성 스포츠 선수를 담았다. 남성이 주도하는 스포츠 분야에서 차별과 편견을 이겨내고 성취를 이룬 선수들의 이야기는 오래도록 회자됐다. 
 
지난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KBS·EBS 등 공영방송의 콘텐츠 제작 능력을 비판했다. "왜 KBS는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느냐"는 거다. 양승동 KBS 사장이 "오징어 게임은 지상파가 제작할 수 없는 수위의 작품이다. KBS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하면서도 드라마 제작사를 통해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식을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인 흥행 성공 이후 곳곳에서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오징어 게임은 좋은 콘텐츠다. 화제성도 있고, 자본주의의 암면을 잘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며 K 콘텐츠의 위상을 드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제2의 오징어 게임'이 오징어 게임과 같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끊임없이 독창적인 콘텐츠를 요구하는 것이 콘텐츠 수요자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 전에 인기를 끌었던 '킹덤', '기생충' 등 K 콘텐츠는 오징어 게임과 같은 공식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오징어 게임도 선배 콘텐츠들의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단순하게 유사 콘텐츠를 만들라고 요구하는 것은 최근 발생하고 있는 성공 방정식에 매몰된 콘텐츠 일원화 흐름에 부합해 시청권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한다"는 양 사장의 말에 주목해야 한다. 방송사들은 오징어 게임 대신 전통적 텔레비전 시청자를 위한 보편적 프로그램, 혹은 공익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국가대표'가 대표적인 예다. 공영방송인 KBS가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만 생산하려고 했으면 '국가대표'가 나왔을까.
 
이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도 적용된다. 티빙·웨이브·왓챠는 각자 장점을 살린 콘텐츠 수급 방향을 고심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이것이 구체화될 것이라 자신한다. 티빙의 콘텐츠 총괄인 황혜정 국장이 지난 9월 국제방송영상 콘텐츠마켓 2021(BCWW 2021)에서 "OTT 세 개가 경쟁 구도인 것 같으면서도 각자의 색깔이 뚜렷하다"고 강조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성공한 하나의 프로그램을 좇지 않고 자신만의 색으로 승부하겠다는 뜻이다. 
 
정치권이 알아야 하는 점은 하나뿐이다. '투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넷플릭스의 원칙이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제작사에 킹덤과 같이 만들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투자했을 뿐이다. 이런 환경에서 역량있는 한국의 콘텐츠 제작사들은 각자 장점을 강화해 나갔고, 이런 경험이 쌓여 세계인을 사로잡는 K콘텐츠가 나온 것이다.
 
성공한 작품 하나를 두고 단순히 "왜 너희는 못 하냐"는 질책은 산업을 이해하지 못한 질문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콘텐츠 수요자인 시청자들도 납득하지 못할 질문이다. 정치권이나 정부에서는 기업이 각자 개성을 살린 콘텐츠를 해외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지원자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부터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배한님 중기IT부 기자(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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