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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kjb517@etomato.com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점점 더 세상은 공포로 채워지고 있다

2022-04-28 10:37

조회수 : 4,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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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이가 들었단 뜻 일까. 아니면 나이는 실제로 한 두 살 먹어가고 있고, 언젠가는 찾아올지 모를그 날에 대한 실질적 공포가 두려운 것일까. 아마 그래서 지금도 죽어라 운동에 집중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멋진 식스팩? 필요도 없고 만들 이유도 없다.
 
아들녀석, 얼추 몸무게 70kg 170cm가 된다. 이제 길거리에서 나와 함께 어깨 동무를 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이제 겨우 14살이다. 아들이 비장애인이었다면 누구보다 자랑스럽고 으쓱할 체격이다. 조만간 녀석과 더운 여름 날 맥주한잔 같이 할 생각에 행복감이 밀려왔을 것이다.
 
MBC 방송 캡처
 
 
하지만 아들은 장애인이다. 아직도 집에선 바지를 벗고 고추를 딸랑거리며 돌아다닌다. 여전히 이 녀석의 마음은 이제 겨우 1~2살일 뿐. 그럼에도 기분 좋아 웃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까지 기분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아들 녀석은 점점 더 커 갈 것이다. 점점 더 자기 주장이 강해질 것이다. 그건 비장애인의 시선과 판단과 머리가 말하는거친 행동’ ‘폭력성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아들과 같은 발달 장애인들에게 그건 행동 언어다. 말을 하지 못하니, 상대에게 의사 전달이 제대로 되지 못하니 스스로도 답답해 하는 행동일 뿐이다. 우리도 상대방이 내가 하는 말을 제대로 못 알아 들으면 얼마나 짜증이 나고 얼마나 답답하고 얼마나 화가 나는가.
 
물론 이것도 그저 넋두리일 뿐이다. 누구도 알지 못하니. 알려고도 하지 않으니. 그리고 사실 알 필요도 없으니. ? 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내 인생 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나 하나 건사하기도 벅찬데 무슨’ ‘내 새끼 돌보기도 죽을 맛인데 내가 왜 남을다들 그러지 않나. 그리고 그걸 탓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럼에도 가끔씩 아니 요즘은 거의 시시때때로 그런다.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 내가 선택해서 장애를 가진 아들을 두게 된 것도 아니고, 내 아들이 선택을 해서 장애를 갖고 태어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세상은 그걸 온전히 나와 아들의 책임으로 돌린다. 세상은 약자들에게 존재 자체가 그저 책임이라고만 손가락질한다. ‘누가 그럼 그렇게 태어나래?’라고 비웃는다.
 
아마 난 그게 공포스러운 것 같다. 그게 두렵고 그게 무서운 것 같다.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 등교하던 두 번째 날. 비장애인과 통합학급으로 등교를 하던 그 문제의 두 번째 날. 그날 아들과 같은 반 남자 녀석 둘이 뛰어 나와 아들을 보고 한 외침이 병신 또 왔다’. 그날 이후 난 아들 교실 앞에 가질 못했다. 일종의 트라우마를 겪으며 두 다리가 덜덜덜 떨리고 숨까지 쉬어지지 않는 증상에 아내까지 힘들어 했었다.
 
아들은 세상에 손을 내밀고 있지만 세상은 여전히 아들의 손을 거부하고 있다. 아들은 점점 더 커가고 있지만 이 세상은 점점 더 장애와 멀어져 가고 있다. 난 그게 두려운 것 같다. 근데 진짜 두려운 건, 내가 느끼는 이 두려움을 아들 녀석이 느끼게 될 날이 점점 더 가까워오는 것. 그게 가장 미치도록 두렵다.
 
지난 26일 밤 MBC에서 방송된 PD수첩 우리가 장애인을 볼 수 없는 이유의 유튜브 동영상 댓글만 봐도. 이미 내가 느끼고 있는 이 두려움의 근원은 이 세상을 너무도 두텁게 덮고 있다.
 
김재범 기자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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