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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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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석에서)이재명의 최우선 과제는 ‘생존’이다!

2023-12-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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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8월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 된 뒤 당원들과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바로 ‘생존’과 ‘동물적 감각’입니다.
 
20대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석패한 뒤 주위에서는 이 대표에게 최소한의 숨고르기 기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곧바로 지방선거 일정이 있었지만 대선 직후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다들 이기기 쉽지 않다고 봤습니다. 패한 민주당이 다시 이재명을 찾으면 그때 다시 등판해도 늦지 않고, 이는 공교롭게도 민주당 전당대회 시기와 맞물렸습니다.
 
이 대표는 다음을 기약하는 대신 지방선거에 뛰어들었습니다. 정확히는 국회의원 배지가 필요했습니다. 당 안팎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금배지가 보장되는 인천 계양을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를 위해 직전 당대표였던 송영길을 서울시장 후보로 돌렸습니다. 자신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이력마저 팽개치며 양지 바른 자리를 꿰찼습니다. 물론 당은 지방선거에서 처참하게 패했습니다.
 
당시 이 대표의 오랜 친구이자 친명계의 좌장이었던 정성호 의원과 툭 터놓고 얘기를 나눴습니다. “차라리 분당으로 갔어야 했다. 노무현의 길을 걸었어야 옳다. 대권을 꿈꾸는 사람 아닌가. 이재명답지 못했다.”
긴 한숨과 함께 돌아온 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만류가 왜 없었겠나. 그런데 이재명에게는 우리에게 없는 천부적 감각이 있다. 동물적 생존 판단력이다. 지금은 생존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 혼자 살아남았다’는 조롱 속에서도 이 대표는 전당대회까지 내달렸습니다. 77.7%라는 놀라운 득표율로 제1야당의 당권을 거머쥐었습니다.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와 국회 입성, 당대표까지 모두 사전에 계획된 일정표대로였습니다. 그리고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는 논리로 빠르게 당을 장악했습니다. 강성 친명계 의원들과 개딸들이 이 대표를 호위했습니다. 당의 주류는 ‘친문’에서 ‘친명’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9월27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대표가 ‘생존’을 위해 몸부림 쳤던 이유는 사법 리스크에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숙적인 자신을 그대로 놔두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었습니다. 예상대로 검찰력이 총동원돼 이 대표를 괴롭혔고, 그는 매 순간 벼랑 끝에 선 느낌이었습니다. 이는 곧 ‘불체포특권 포기’라는 대국민 약속마저 ‘부결 읍소’로 비참하게 뒤집는, 못난 졸장부의 행동으로 이어졌습니다.
 
비명계의 집단행동으로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만 해도 이 대표의 생존은 여기까지구나 여겼습니다. 반전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어났습니다. 법원이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이 대표를 향한 사퇴 주장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습니다. 윤석열정부와 김기현 국민의힘 체제는 이 대표를 지탱하는 ‘아군’이 됐습니다.
 
끝난 것 같았던 ‘위기’는 다시 찾아왔습니다. 내년 총선에 적용될 비례대표제를 놓고 또 다시 약속 파기 직전에 이르렀습니다. 이탄희가 배수진을 치며 결사항전하고, 김상희의 이른바 위성정당 방지법에 75명의 의원들이 동참하는 등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반발이 일었습니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적과도 동침하는, 적대적 공생관계의 양당제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을 예고하고, 정세균·김부겸 등 전직 총리들은 물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도 연대하는 ‘빅텐트’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김종인, 유승민, 이탄희 등까지 가세할 경우 일찍이 본 적 없는 3지대가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윤석열과 이재명, 두 사람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비호감이 여전히 팽배한 상황에서 거대 양당이 변화와 희생을 주저하다 코너로 몰리는 형국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고 김문기·백현동 허위 발언'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뢰를 잃은 정치는 설 자리가 없음에도, 이 대표의 고민은 계속해서 ‘생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최측근으로 추켜세웠던 김용의 1심 선고(징역 5년)가 큰 충격이었다고 합니다. 유동규의 진술 외에 뚜렷한 물증이 없음에도 법원이 검찰 손을 들어주면서 이 대표의 분신과도 같은 정진상 또한 외길로 내몰렸습니다. 최종 표적은 이 대표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경기도청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위증교사 혐의는 증거 면에서 대장동 등과는 차원을 달리 합니다.
 
그래선지 이 대표는 금배지에 연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각에서 기대하는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는 고려 대상도 아니라고 합니다. 지금으로선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가 유력하지만, 전국 지원유세를 명분으로 비례대표 출마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당대표 사퇴 주장도 수용할 뜻이 전혀 없습니다. 측근들은 계속해서 말합니다. “방패를 내려놓는 순간 검찰 손에 운명을 맡기는 것과 같다.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야 다음도 있다.”
 
다만, 신뢰를 잃은 이재명이 기약할 수 있는 ‘다음’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선뜻 대답하지 못합니다. 고민의 시작과 끝을 ‘생존’에 두지 않고, 국민을 믿고 담대한 행보를 펼쳐보길 마지막으로 기대해 봅니다.
 
편집국장 김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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