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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레알뉴스)주류업계 끊이지 않는 진흙탕 싸움

2014-09-04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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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기자] 어제 경찰이 하이트진로 사옥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비맥주의 카스 맥주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루머를 유포한 단서를 포착했기 때문인데요, 오비맥주는 이 루머를 근거 없는 악성 루머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이처럼 주류업계에서는 경쟁사 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산업2부 정해훈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정 기자, 어제 경찰이 하이트진로 사옥을 압수수색했는데요, 이번 사건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 주시죠.
 
기자: 네, 서울 수서경찰서는 오비맥주의 카스에 대한 악성 루머를 유포했다는 단서를 포착하고, 어제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하이트진로 사옥과 대전 대리점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지난 6월 말부터 온라인에서는 카스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소문이 떠돌면서 논란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오비맥주는 자사 제품을 겨냥한 악성 루머라고 판단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이에 관련한 민원을 접수하면서 오비맥주 공장 3곳과 유통 현장조사, 정밀검사를 펼쳤습니다.
 
식약처는 지난달 말 이번 냄새의 원인을 유통 과정에서 발생한 산화취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산화취는 맥주 유통하는 도중 고온에 노출시킬 경우 맥주 원료인 맥아의 지방성분과 맥주 속의 용존산소가 산화 반응을 일으켜 발생하는 건데요, 인체에는 유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식약처는 더운 날씨에 고온에 노출시키는 일이 없도록 오비맥주와 주류도매점, 음식업 관련 협회 등에 요청하고, 오비맥주에는 원료와 제조공정을 철저히 관리하도록 시정 권고했습니다.
 
앵커: 산화취가 인체에는 해가 없고, 오비맥주에 시정 권고를 내렸군요. 하지만 이후 진행된 경찰 수사에 대한 양사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우선 오비맥주는 카스 맥주에 대해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달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에 대해서는 그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오비맥주에서는 이번 논란이 당사나 소비자원 등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급속도로 퍼진 것과 언론에 먼저 드러난 것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 하이트진로는 오비맥주가 불필요한 법적 논란으로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하이트진로의 주장에 따르면 관리직 직원 한 명이 최근 온라인에서 카스 맥주의 소독약 냄새에 대해 사적인 SNS에서 지인들과 과장된 내용을 남긴 것을 파악해 경찰에 자진 출석시켰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압수수색이 회사 차원이 아닌 개인에 대한 조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에 식약처로부터 제조와 유통 과정상 문제로 시정 권고를 받은 것을 들어 품질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소독약 냄새가 난다고 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안했을 것 같은데요, 이번 루머가 실제 판매량에도 영향을 줬나요?
 
기자: 현재 맥주 시장에서 국내 제조사는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외에도 롯데주류 등 3사가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올해 4월 롯데주류는 ‘클라우드’란 맥주를 선보이고, 기존 소주 제품인 ‘처음처럼’과의 시너지, 막강한 유통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6월 말 카스에 대한 루머가 퍼지면서 이후에는 이들 업체의 판매량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한 대형마트가 집계한 맥주 매출을 살펴봤는데요, 7월 오비맥주는 3사 전체 매출 중 54.1%를 차지했다가 8월에는 52.0%로 감소했습니다.
 
반면 하이트진로는 33.0%에서 34.2%로, 롯데주류는 12.0%에서 13.8%로 증가하면서 나머지 2곳의 매출은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이번에는 맥주 제품에 관한 경쟁사 간의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전에도 주류업계에서는 상대를 비방했다는 논란이 계속됐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올해 초에는 롯데주류 소주 '처음처럼'의 제조용수인 알칼리 환원수가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내용을 전파한 혐의로 하이트진로의 임원들이 기소됐습니다. 지난달 초 법원은 이들에게 벌금형이 내렸습니다.
 
지난해 4월에는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에서 경유 냄새가 난다는 논란이 있었는데요, 식약처와 경찰이 조사한 결과 경유가 유입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기사를 유포하고 악성 댓글을 단 혐의로 롯데주류 임직원들이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습니다.
 
앞서 2012년에는 국순당이 차례주 제품의 디자인을 그대로 모방했다며 3개 업체를 상대로 법적 공방을 벌인 일도 있었습니다.
 
기자: 네, 최근에는 소주 제품에 대한 경쟁사의 비방전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네거티브 마케팅을 벗어나기 위한 주류업계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번 논란에서 한 업체가 지적했듯이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입니다. 국내 맥주 제조사들 최근 몇 년 전부터 제품이 다양하지 못하고 맛도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수입맥주의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에 술의 종류도 점점 다양해지면서 소비자의 요구도 변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해 기존 라거 맥주와는 다른 에일 맥주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 라거 맥주에 길들여져 있던 국내 소비자의 입맛을 고려하면이들 업체의 에일 맥주 판매량은 적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에일 맥주를 생산하는 것은 다양한 맛을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한 노력으로 보입니다.
 
유명 맥주 브랜드의 위탁 생산과 함께 최근에는 세계적 품평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하는 등 국내 맥주의 품질은 인정을 받은 상태입니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 제품력에 주력한다면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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