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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검찰, '대우조선 회계사기 묵인' 안진회계 전 이사 기소

감사보고서 허위 기재 등 외부감사법·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

2016-1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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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회계사기를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배모 전 이사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외부감사법·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배 전 이사를 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대우조선해양 감사팀 담당 매니저로 근무한 배 전 이사는 회계연도 감사보고서 허위 기재, 감사조서 변조 등과 함께 회계사기를 적극적으로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배 전 이사는 고재호(61·구속 기소) 전 사장의 재임 기간인 2013·2014회계연도 감사 시 회계사기가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를 눈감아주기 위해 회계감사기준 등에서 정한 절차에 위반된 부실 감사를 한 다음 감사보고서에 '적정 의견'으로 허위로 기재했다. 배 전 이사는 감사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실행예산(총공사예정원가) 이중장부 운용 사실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행률이 오히려 역행하는 비정상적인 호선을 확인했고,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로부터 실행예산에서 미확정 체인지오더(C/O)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회계기준에 위반된 결산을 해왔다는 실토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우조선해양에서는 총공사예정원가를 실행예산이라고 칭했고, 실행예산을 축소 조작해 매출을 부풀리는 형태로 2012회계연도부터 2014회계연도까지 자기자본(순자산) 기준으로 총 5조7000억원 상당의 회계사기가 이뤄졌다. 특히 배 전 이사는 건조 진행률이 99.98%(2013년 기말)→99.73%(2014년 1분기)→99.67%(반기)→99.65%(3분기)로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역행하다가 2014년 기말에 갑자기 100%가 되는 등 실행예산 회계처리가 누가 보더라도 비정상적인 추이를 보이는 호선을 감사 당시 직접 확인했는데도 '적정 의견'을 냈다.
 
회계감사기준과 안진회계법인 내부 감사방침로는 이러한 경우 회사의 답변에 대한 객관적 증빙, 문서확인 등 입증감사절차를 진행해야 하지만,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 검찰은 만일 실행예산에 관한 입증감사절차를 밟았다면 대우조선해양의 회계사기 전모를 충분히 적발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014년 말 안진회계법인 감사팀 내부에서도 "기말감사 시까지 실행예산 문제, C/O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절대 감사조서에 사인하면 안 된다. 이건 스텝이 책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윗선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란 논의까지 이뤄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배 전 이사는 2014회계연도 감사 과정에서 안진회계법인이 파악한 대우조선해양의 실행예산 조작 등 회계사기에 관한 단서를 그대로 감사조서에 기재하면 회계사기와 부실 감사 사실이 발각될 것을 염려해 감사조서에서 실행예산의 문제점에 대한 내용을 고의로 누락시킨 상태에서 감사조서를 확정시킨 후 나중에 감사조서 확정 후 실행예산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몰래 감사조서에 끼워 넣는 방법으로 감사조서를 변조한 혐의도 적발됐다.
 
지난해 6월 정성립 신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이른바 '빅 배스(Big Bath)'로 수조원의 은닉 손실이 공개된 이후 진행된 2015회계연도 회계감사에서도 손실이 2015년에 갑자기 발생한 것처럼 재무제표에 허위 주석을 기재·공시하게 하고, 그 내용을 인용해 감사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했다. 당시 안진회계법인 감사팀은 대우조선해양이 손실을 일거에 반영하면 금융감독원 등에서 부실감사 책임을 물을 것을 염려해 과거대로 손실을 기간별로 나눠서 인식할 것을 대우조선해양에 권고했다. 이는 사실상 회계사기를 계속하란 요청이었지만, 대우조선해양 신임 경영진이 이를 거절한 후 회계기준에 따라 손실을 모두 반영하는 빅 배스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배 전 이사를 비롯한 안진회계법인의 감사팀은 실행예산 관련 분식을 묵인해 주는 것 외에도 대우조선해양이 목표 영업이익 달성을 위해 회계원칙을 무시하고 영업비용을 영업외비용으로 반영하고, 장기매출채권의 대손충당금 반영 방식을 독자적으로 정해 대손충당금을 과소 계상하는 회계사기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오히려 차후에 문제가 발생하면 변명을 할 수 있도록 허위 논리를 만들어 주는 등 외부감사인으로서 적정한 감사절차 진행을 포기하고, 적정한 감사를 진행한 것처럼 감사보고서를 허위로 기재하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6월8일 서울 중구에 있는 대우조선해양 서울 본사와 경남 거제시에 있는 옥포조선소,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산업은행과 안진회계법인 등 기관과 회사 등 총 10여곳을 압수수색했으며, 이달 2일 배 전 이사를 구속했다. 검찰 관계자는 "방대한 분량의 이메일, 내부 보고서, 공문 등 객관적 증거와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대우조선해양 임직원의 진술 등을 통해 범죄 혐의를 확인해 배 전 이사를 기소했고, 앞으로 안진회계법인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이 '경영정상화를 위한 추가 노사확인서'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한 18일 오후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로비에 마크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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