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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매출 대비 영업익 증가 3배…투자·고용 줄이는 '불황형 흑자'

현중 매출 15% 줄었음에도 흑자전환…하청업체·서민경제까지 악영향

2017-02-1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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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국내 대형 상장사들이 ‘불황형 흑자’ 구조에 놓였다. 지난해 매출 1조원이 넘는 46개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합계는 105조여원으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15% 증가하는 동안 매출 증가율은 5%에 그쳤다. 저유가 등 외부환경의 영향이 짙지만 대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맨 것도 큰 몫을 차지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기업의 투자 및 비용절감은 협력사들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등 경제 전반에 연쇄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재벌닷컴 및 재계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까지 실적을 발표한 매출 10조원 이상 12월 결산 46개 상장법인의 연결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은 104조9144억원으로, 전년보다 15.5%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반면 이들 46곳의 지난해 매출은 1372조3809억원으로, 같은 기간 5.3% 증가에 그쳤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 증가율이 외형성장을 보여주는 매출 증가율의 3배에 이른다.
 
46개 상장사 중 이익 개선 폭이 가장 컸던 곳은 현대중공업이다. 매출이 15% 감소했음에도 영업이익은 1조6419억원을 기록,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조선업황의 장기침체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전사적 차원에서 원가절감에 돌입, 비용을 크게 줄였다. SK이노베이션도 매출이 18.3%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조2286억원으로 63.1% 급증했다. 매출이 2% 감소한 LG전자도 영업이익 증가율은 12.2%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S-OIL은 9% 가까운 외형 축소에도 1년 전의 2배 수준인 1조692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이 4% 줄어든 효성도 영업이익은 7% 늘어나 사상 최초로 1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는 매출 증가율이 0.6%에 불과했으나 영업이익 증가율은 10.7%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액 201조8667억원, 영업이익 29조2407억원으로 14.5%의 영업이익률을 나타냈다. 롯데케미칼 역시 매출 증가율(13%)을 크게 상회하는 58%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현대해상은 매출 성장이 정체(0%)되는 속에서도 영업이익은 64% 늘었고, KB손해보험도 매출은 1.9% 증가에 그쳤으나 영업이익은 60% 커졌다. 대한항공도 2%도 안 되는 매출 증가 속에 영업이익은 27% 가까이 불어났다.
 
46개 상장사 중 실적 비중이 제일 큰 삼성전자의 재무제표를 보면, 비용절감이 이익성장에 작용한 부분이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59.6%로, 전년(61.5%) 대비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엔 57.9%로 전년 동기(63.7%) 대비 감소폭이 컸다. 하반기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의 충격을 줄이고자 원가절감에 더욱 적극적이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를 위한 현금 지출도 전년(27조1000억원)보다 4조6600억원 줄였다. 반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은 전년(40조600억원)보다 7조3300억원 많은 47조3900억원으로 집계됐다. 
 
고용과 투자 활성화의 약속도 '위기 극복'이라는 차원에서 지켜지지 않았다. 앞서 재벌닷컴이 매출 상위 100대 상장사의 고용현황을 조사한 바로는, 지난해 9월말 기준 전체 직원 수는 86만1578명으로 1년 전보다 7132명(0.8%) 감소했다. 불황으로 일자리를 줄이면서 고용절벽은 심화됐다. 현대중공업이 전년 대비 3373명, 삼성전자가 3183명 감원했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매출 100위권에 속하는 삼성 7개 계열사는 1년간 1만2000여명을 줄였다. 10대 그룹의 경우 7곳이 아직 올해 신규채용 계획을 확정짓지 못했다. 
 
정부는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2.6%, 경상수지 820억달러 흑자를 전망했다. 수출보다 수입 감소가 더 커진 데 따른 것으로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내수를 진작시켜 수입을 늘리면서 불황형 흑자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내수 진작 없는 흑자가 지속될 경우 직면할 서민경제 위축에 대한 우려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줄이면서 여파는 국내경제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며 "원가절감 차원에서 진행되는 단가 후려치기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우건설은 매출이 30% 늘었지만 보수적인 회계처리로 추정 손실을 반영하면서 적자전환했다. 현대자동차는 매출 1.8% 증가에도 영업이익이 18% 넘게 감소한 5조1935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경쟁구도 심화, 파업 등으로 영업이익이 6년 만에 5조원대로 추락했다. 삼성중공업도 매출이 7% 늘었지만 구조조정 여파로 적자를 지속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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