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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알뜰주유소 말로만 '알뜰'

가격경쟁력 35.2원 불과, 이마저도 셀프 덕…지방 편중 현상도 문제

2017-08-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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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알뜰주유소가 실효성 논란을 떨쳐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가격이다.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주유소보다 100원 이상 낮게 공급하겠다는 당초 목표에 절반도 다가서질 못했다. 정유사를 비롯한 일반주유소 사업자들의 타격을 감수하면서까지 값싼 기름을 제공하겠다던 알뜰주유소의 취지가 퇴색되면서 시장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알뜰주유소와 비알뜰주유소 간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각각 1370.8원과 1406원으로, 알뜰주유소가 평균 35.2원 저렴했다. 당초 목표의 35%에 불과한 수준이다. 여기에 업계는 이 같은 가격차가 알뜰주유소의 경제성을 입증하는 지표가 되기엔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알뜰주유소 대부분이 셀프주유소로, 주유원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셀프 주유소보다 인건비를 크게 줄일 수 있어 단가 면에서 유리하다.
 
실제로 지난해 셀프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1376.6원으로, 1408.9원의 비셀프주유소보다 32.4원 낮았다. 알뜰주유소와 비알뜰주유소 가격차와 유사한 수준이다. 알뜰주유소와 비알뜰주유소 간 가격차가 셀프주유소와 비셀프주유소의 격차가 크게 반영된 만큼, 앞선 지표로 알뜰주유소가 저렴하다는 분석은 지나치게 단편적인 시각이라는 지적이다.
 
대도시에 비해 지방에 몰려있는 알뜰주유소의 분포 정도 역시 알뜰주유소 실효성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경기도 평택시내 한 주유소 전경. 사진/뉴시스
 
수송용 유류제품 수요가 몰리는 주요 대도시에 비해 지방에 더 많이 위치하고 있는 점도 알뜰주유소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전국 1174개의 알뜰주유소 가운데 서울과 경기를 비롯해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등 주요 도시에 위치한 알뜰주유소는 전체의 22.4%인 263개소에 불과했다. 해당 지역에 전국 전체 주유소 1만2013개소 중 38.8%인 4656곳이 몰려있는 점을 감안하면 알뜰주유소 밀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지역별 등록차량과 견줘보면 주요 지역의 알뜰주유소 부족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전국에 등록된 차량 중 서울, 인천,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울산 7개 도시의 차량 비중은 전국 등록 차량의 절반가량인 43.6%를 차지했다. 전국 최대 단위 등록대수를 기록 중인 경기도를 더할 경우 전국 절반 이상의 차량들이 이들 지역에서 운영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대도시 알뜰주유소 부족 현상은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제도 출범 초기 지원되던 세제 혜택이 사라진 상황에서 지방 소도시에 비해 임대료와 시설 전환비용 등이 높은 대도시에서 일반주유소를 운영하던 사업자들이 알뜰주유소로의 시설 전환을 계획하기엔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정부가 제도적으로 개입해 업계에 강제로 부담을 지우는 상황에서 그 효과마저 미미하다면 제도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유류세 인하 등 민생안정을 위한 정부 차원의 고통분담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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