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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일반주유소의 몰락…경영난에 줄잇는 폐업

2017-08-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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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일반주유소에 있어 알뜰주유소는 생존의 문제다. 정부가 알뜰주유소에 시장보다 낮은 가격에 기름을 공급하는 데다, 알뜰주유소에 대한 소비자 인식 또한 과대포장되면서 일반주유소 사업자들은 경영난에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27일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만2901개였던 전국 주유소는 올 1월 900여개 줄어든 1만2013개로 집계됐다. 알뜰주유소가 지난 2013년 1031개에서 1168개로 137개 늘어난 것과는 상반된다.
 
늘어가는 알뜰주유소에 비해 일반주유소들이 속속 문을 닫는 이유는 가격경쟁력에 기인한 경영난에 있다. 비록 당초 계획만큼의 가격 인하에는 실패했지만 알뜰주유소가 일반주유소 대비 리터당 35원가량 저렴한 가격에 기름을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은 자연스럽게 알뜰주유소로 향할 수밖에 없다. 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 수를 줄이거나 셀프주유소로의 전환 등으로 상황을 타개하려는 노력도 있지만, 주유소 운영과 비용적 측면에서 손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여기에 새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되면서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일반주유소의 부담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 주유소 가운데 자영업자의 비중은 89.8% 수준이다. 견디다 못한 일부 사업자들은 폐업을 고려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에 내몰렸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큰 폭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가격이 낮은 알뜰주유소 확대에 일반 주유소 사업자들의 부담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서 주유원이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일반주유소와 알뜰주유소 모두에 유류를 납품하는 정유사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알뜰주유소용 유류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공급할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자사 브랜드 간판을 내건 회원 주유소에는 역차별의 볼멘소리까지 듣는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같은 기름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일반주유소에 넘기다 보니 사업자들로부터 항의가 종종 제기된다"면서 "사업자들에게 일일이 속사정을 이야기할 수도 없고, 거의 읍소하다시피 달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알뜰주유소 사업자라고 속내가 편한 것만도 아니다. 제도 초기 사업자 유입을 위해 세제 혜택 및 시설 보조금 등의 지원책을 펼쳤던 정부가 현재는 소정의 시설지원금 외 세제 혜택을 거둬들면서 더 이상의 반사이익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또 입지가 대도시가 아닌 지방이 대부분인 만큼 싼 가격에 기름을 팔아도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장은 "알뜰주유소 공급 입찰 등으로 정유사에 대한 주유소들 반감이 커진 상황에서 알뜰주유소 공급가격과 가격 차별이 심해지는 등 정유사가 시장에 반하는 행위를 계속 할 경우 협회도 결코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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