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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연

10년 전 방사능침대 적발…라돈 관리 책임공방

'라돈 침대' 문제로 정부 관리 허점 드러나…피해자들 "정부 믿을 수 없다"

2018-05-1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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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대진침대에 사용돼 문제가 된 방사선 방출물질이 10년 전에도 적발됐던 것으로 알려지며 정부 관리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생활방사선을 포함한 원자력 관리를 총괄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와 라돈 기준을 관리해온 환경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대응이 늦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정부 부처와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2007년 특정 업체의 온열매트에서 방출된 방사능이 일반인 허용 기준치인 1밀리시버트(mSv/연)보다 최대 9% 높게 측정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소비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건강 팔찌 등 일부 음이온 건강 보조제품에서 최대 26베크렐(bq/g)의 방사성 토륨이 나왔다. 당시 과학기술부는 자연방사능 방출물질인 모나자이트에서 방사능이 유출된 것으로 보고 모나자이트에 대한 이용 규제와 관리 등 안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계획한 바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관련 법 규정을 가진 국가가 없어 검토와 조사가 길어지다 법 제정이 계속 미뤄졌다는 게 원안위 측 설명이다.
 
문제는 이달 초 라돈 침대 문제가 발생하면서 정부의 방사선 방출물질 관리에 허점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2012년 제정된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생방법)에 따라 일정 수량 이상의 방사선 물질을 수입·취급하는 업체는 원안위에 신고하도록 돼 있지만 제품 유통과정까지는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게 원안위 설명이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된 모나자이트 파우더를 공급한 업체의 경우 해당 제품이 음이온 파우더일 뿐 라돈이 방출된다는 사실은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는 1급 발암물질로 알려진 라돈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부처 간 불협화음을 내는 상황이다. 방사선 방출물질 관리는 원안위가 담당하고 있지만 해당 물질에서 방출되는 라돈 기준을 규정하는 부처는 환경부로 돼 있기 때문이다. 원안위는 침대에서 대량의 라돈이 검출됐다고 알려진 이후 조사에 착수하면서도 라돈 관리는 환경부 소관이라며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 환경부 역시 실내 공기질 관리 차원에서 라돈 관리를 맡고 있지만 방사선 방출 원인물질은 원안위 담당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문제제기 이후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대응이 늦어지자 이날 범정부 차원에서 라돈 방사성 침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라돈 방사성 침대 관련 현안 점검회의'에 참석한 피해자들은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조승연 연세대 교수(라돈안전센터장)는 "원안위가 모나자이트 관리를 맡는 동시에 실내 환경은 환경부, 학교 실내공기는 교육부, 작업환경은 고용노동부에서 각각 담당하고 있어 관리에 사각지대가 발생한 측면이 있다"며 "특히 원안위가 방사선 방출물질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전문가는 "원안위와 환경부가 서로 공을 떠넘기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원안위가 문제가 된 침대에서 기준치에 미달하는 피폭선량이 측정됐다는 1차 조사를 뒤집자 불신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대진침대의 피폭선량이 기준치보다 최고 9.3배 높다고 원안위가 발표한 직후 시민단체들은 18만개 음이온 제품을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원안위는 1차 조사에서는 처음에 문제가 된 속커버에 대해서만 측정한 반면 2차 조사에서는 속커퍼 외에 메모리폼과 에코폼 등 다른 구성품에도 모나자이트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수치가 늘어났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방사선 방출물질로 인한 내부 피폭 가능성은 적어 그 동안 문제가 없었지만 침대의 경우 호흡기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에 문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라돈은 외부 피폭 피해는 거의 없지만 호흡기로 들어가 내부 피폭이 발생하면 문제가 된다"며 "라돈과 토론 중 라돈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모나자이트를 위험 물질로 분류하지 않았지만 이번 문제가 발생한 만큼 관련 물질에 대한 규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안전사회소위원회가 17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주관한 '라돈 방사성 침대 관련 부처 긴급 현안점검회의'에서 양순필 안전사회소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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