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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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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합 "부동산 이중저당, 배임죄 성립 안돼"

"저당권 설정은 '타인 사무' 아니야…배임죄 인정한 종전 판결 모두 변경"

2020-06-1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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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돈을 빌리는 대신 자신의 부동산에 관해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해주겠다고 약속한 채무자가 담보 대상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저당잡힌 경우에는 형법상 배임죄 처벌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이른바 '부동산 이중저당' 사건에서 채무자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종전의 입장을 완전히 바꾼 것이어서 앞으로 하급심 판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주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8일 돈을 차용하면서 담보로 아파트에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기로 약정했다가,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리면서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혐의(배임)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무죄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장면. 사진/뉴시스
 
이번 사건은, 채무담보로 부동산에 관해 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해 준 채무자가 형법상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해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해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저당권설정계약에서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금전채무의 변제와 이를 위한 담보에 있다"면서 "채무자의 저당권설정의무는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 이루어지는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해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결국, 채무자의 저당권설정의무는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부담하게 된 채무자 자신의 의무이고, 채무자가 그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라며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는 만큼 채무자가 저당권설정 의무를 위반해 담보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했더라도 배임죄는 성립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와 달리 부동산에 관해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채무자가 채권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채무자가 담보목적물을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본 종래의 대법원 판례를 모두 변경한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법리는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에 관해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그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6월 B씨로부터 18억원을 빌리면서 담보로 자기 소유 아파트에 4순위로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기로 약정했다. 그러나 6개월 뒤 A씨는 같은 아파트에 제3자 명의로 채권최고액을 12억원으로 한 4순위 근저당권을 C씨에게 경료해줘 B씨에게 12억원 상당의 손해를 가했다.
 
검찰은 A씨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피해자의 손해액을 4억7500만원으로 산정해 배임죄의 유죄를 인정하면서 징역 1년6개월을, 2심은 12억 모두를 피해액으로 판단해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죄의 유죄를 인정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에 A씨가 상고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타인의 사무에 관한 엄격해석을 통해 종래의 판결을 변경함으로써 형벌법규의 엄격해석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개인간 법률관계 영역에 대한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한 사적 자치의 침해를 방지한다는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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