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실수요자 중심으로 완화되면서 은행권에서도 청년층에 대출 공급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청년·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한다는 취지지만, 2030세대의 주택 관련 부채가 이미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은 부담입니다. 지원 확대가 추가적인 부채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동시에 세대 간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늘어난 대출 여력…청년층에 우선 공급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만 39세 이하 소비자를 대상으로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 특별한도 2500억원을 추가 배정했습니다. 다음 달 2일에도 2500억원을 추가로 더해 총 5000억원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이번 특별한도는 앞서 소진된 9월분 한도와는 별도로 배정되는 몫입니다. 신한은행은 지난 1일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접수를 재개했지만 준비된 한도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이튿날 오후 접수를 마감했습니다. 대출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몰리자 청년층을 대상으로 별도 공급 여력을 마련한 겁니다.
추가 공급이 가능해진 배경에는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 변화가 있습니다. 정부는 8·13 대책을 통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를 기존 1.5%에서 3.0%로 상향하고, 청년층을 비롯한 실수요자에 대한 금융지원을 주문했습니다. 신한은행은 늘어난 대출 여력을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청년·실수요자 지원에 우선 활용한 셈입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청년층 금융지원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청년 주거 안정과 실수요자 금융지원 강화 취지에 맞춰 청년층의 주택 구입 자금 수요를 지원하기 위해 특별한도를 추가 배정했다"며 "가계대출 총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도 청년·실수요자에게 필요한 자금은 차질 없이 공급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대출 공급 확대와 맞물려 청년층의 주택 관련 부채도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다른 연령대의 신규 주담대가 줄어든 것과 달리 20대에서는 증가하는 흐름이 관측됩니다.
한국은행의 '2026년 2분기 차주별 가계부채 통계'에 따르면 20대 차주의 신규 주담대는 평균 2억3217만원으로 전 분기보다 392만원 증가했습니다. 주요 연령대 가운데 20대에서만 신규 주담대가 늘어난 것으로, 전 분기에 이어 역대 최대치를 다시 경신했습니다.
30대도 규모가 적지 않습니다. 30대의 차주당 신규 주담대는 전 분기보다 2632만원 줄어든 2억6358만원이었습니다. 전체 신규 주담대 취급액에서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3.7%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컸습니다. 대출 잔액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20대의 차주당 평균 주담대 잔액은 전 분기보다 575만원 늘어난 2억394만원으로 처음 2억원을 넘어섰습니다. 30대는 2억3419만원으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많았습니다.
최근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와 무주택자 비중이 높은 특성이 20대 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주거 불안감이 커지면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최근 청년층의 생애 최초 주택 매입도 증가하고 있다는 겁니다. 청년층을 비롯한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공급 여력이 확대되면서 앞으로 관련 대출이 늘어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세대 간 형평성도 논란
청년층의 부채 부담이 상당하다는 점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데요.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39세 이하 가구주의 평균 부채는 9548만원으로 1억원에 육박했고, 이 가운데 금융부채가 8272만원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39세 이하 가구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30.3%로 40대(22.8%), 50대(16.7%) 등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습니다.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131.1%에 달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자산 축적 기간이 짧은 청년층의 부채 부담이 이미 큰 상황인 만큼 추가적인 대출 공급이 부채 증가세를 자극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정책 지원이 청년층에 집중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서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지원할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 수요가 청년층에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체 신규 주담대 취급액에서 40대가 차지한 비중은 24.5%로, 30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같은 무주택·실수요자라도 연령에 따라 대출 공급 기회가 달라질 경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옵니다. 청년 주거 지원 확대는 필요하나 세대 간 형평성, 가계부채 관리라는 목표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주거 취약계층인 청년들에게 대출을 확대할 필요성은 있다"면서도 "가계대출 부실화를 막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기 때문에 두 가지를 충분히 고려한 정책적 결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부가 표심을 의식해서 청년층에 지원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모든 연령층에게 동일한 혜택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l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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