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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계속 운전' 통지 안 했어도 보험 당연해지 사유 안 돼"

대법 "일반인이 계약 조건 변경 사유로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2021-09-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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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오토바이를 계속 운전한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약관 규정을 설명하지 않고도 피보험자가 이를 예상할 수 있다고 보험사가 판단해 계약을 당연 해지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B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B사와 5건의 상해보험 계약을 맺었고, 이 중 1번째 계약을 제외한 나머지 4개 계약에는 이륜자동차 부담보 특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이후 A씨는 2015년 6월부터 한 음식점에서 근무하기 시작했고, 그해 7월 오토바이로 음식을 배달하던 중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해 척추손상 등 중증 상해를 입었다. 
 
이에 A씨는 B사에 보험금 총 6억4400만원을 지급하라고 요청했고, B사가 "이륜자동차 또는 원동기장치 자전거를 계속 사용하게 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알려야 하는데, 이를 알리지 않아 계약을 해지했으므로 지급 의무가 없다"고 통보하자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A씨와 B사가 체결한 5건의 계약 모두를 해지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판단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우선 재판부는 "이 사건 부담보 특약에 가입된 1번째 계약의 경우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특약 2조 1항에 의해 원고가 이륜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발생한 이 사건 사고에 관해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계약은 A씨가 B사로부터 약관 규정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는데도 알릴 의무(통지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고, 재판부는 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고로서는 이륜자동차 운전이 보험사고 발생 위험의 현저한 변경·증가에 해당하고, 나아가 보험 인수나 보험료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며 "피고가 이를 원고에게 개별적으로 명시·설명해야 하는 사항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B사가 1번째 계약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나머지 계약에 대해서는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이륜자동차를 계속 사용하게 된 경우에는 사고 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한 경우에 해당해 피고에게 이를 통지해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사정까지 예상할 수 없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고가 이 사건 약관 규정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해보험의 내용, 약관,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에 대해 보험자의 명시·설명의무가 면제되는 경우는 가급적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특히 이 사건 약관 조항은 위험 변경 증가에 대한 통지의무 등을 규정한 상법 652조의 적용 요건을 완화해 보험자에게 이익이 되는 조항인 데다가 보험자가 약관조항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는 것에 큰 어려움이나 부담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부연했다. 
 
이어 "오토바이 운전이 객관적으로 위험하다는 사실은 일반인도 인식하고 있으나, 그러한 인식을 넘어서서 상해보험의 가입 여부나 보험 계약 조건을 변경시키는 사유에 해당해 통지의무의 대상이 된다거나 이를 게을리할 경우 계약을 해지당할 수 있다는 사정은 보험자 측의 설명 없이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이를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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