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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환

(시론)정쟁 멈추고 시진핑에 대비하라

2022-10-14 06:00

조회수 : 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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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국회는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린 것 같다.
 
각종 민생 법안 제·개정을 위한 협치는 고사하고 공격이 최상의 방어인양 대통령과 야당 대표를 직접 공격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169석이라는 과반이 넘는 의석의 민주당은 대통령의 순방 외교 논란을 빌미로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으로 힘을 과시했으나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고 무시하면서 스타일을 구겼다. 국민의힘은 법원 가처분 기각 결정을 통해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면서 당 내분 사태를 수습 국면으로 전환하는데 가까스로 성공했다.
 
고물가와 고금리 등의 경제 위기 상황에 대한 국회 차원의 고민이나 대응 대신 친일 공세로 상대 당을 공격하고 흠집 내려는, 조선시대 당쟁을 방불케 하는 볼썽사나운 모양새만 노출하고 있다.
 
'국가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정치의 기본 원칙도 무너졌다. 북한이 지난 달 25일 이후 13일까지 쏘아 댄 미사일은 무려 8차례, 14발에 이르는 등 '핵무력' 협박은 우리가 감내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 군이 즉각 동해상에서 한·미·일 합동방어훈련으로 대응하자 야당 대표는 '극단적 친일 행위'라며 비난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북한의 미사일과 핵위협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은 채 '일본과의 군사 협력은 한반도에 욱일기가 휘날리는 사태로 번질 수 있다'며 친일프레임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이 대표의 친일 공세는 자신을 향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한 사법리스크를 희석하려는 시도로 비쳐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여야가 정쟁에 함몰돼있는 사이 미·일과 더불어 한반도 정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국의 정치 지형 변화에는 아예 관심을 두지 않거나 눈을 감아버리는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자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문재인 정부가 한미 동맹에 대해 취해 온 '어정쩡한' 외교 노선에 고무 받은 탓에 윤석열 정부 초기 외교적 압박을 가하려는 태도를 취한 바 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후 한미 동맹 강화가 가시화되자 중국은 한국 정부에 대한 기대를 아예 접었다.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빚어진 미국과의 대결 국면에서 우리의 친미 외교 노선이 분명하게 드러나자 중국은 한국보다는 북한을 두둔하는 기존 외교 노선을 보다 노골화하기 시작했다. 북한 김정은의 핵무력 사용방침과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려하거나 유엔안보리에서의 대북결의안 채택에 반대한 것이 중국의 태도 변화를 잘 보여준다.
 
치밀하게 대응해야 할 중국의 큰 변화는 이틀 후로 다가 온 중국공산당 제20차 당 대회(대표회의)를 통해 확정될 시진핑(?近平)국가주석의 3연임과 장기 집권 이후 중국 외교 노선의 방향이다.
 
시 주석은 2012년 열린 18차 당 대회에서 총서기직에 올라 올해까지 10년을 집권했다. 후진타오와 장쩌민 전 주석처럼 10년 집권한 후 후계자에게 국가주석과 총서기직을 물려주는 것이 관례였지만 시 주석은 마오쩌둥 전 주석처럼 1인 장기 집권의 길로 들어섰다. 덩샤오핑이 마오 주석 시절의 권력 집중의 폐해를 방지하겠다며 장 전 주석부터 제도화시킨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통한 집단지도체제를 사실상 폐기하고 '1인 장기 집권시대'로 회귀한 것이다.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이 가시화되면 중국은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의 전환을 당장 꾀하지는 않겠지만 점진적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시 주석의 지도력 강화를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미·중 대결 구도를 더욱 첨예화시킬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방안 마련도 시급해졌다. 시 주석이 연임의 이유로 내세운 것 중의 하나가 미중 대결 구도에서의 확고한 지도력이었다.
 
미국이 시 주석이 주도하고 있는 중국굴기를 저지하고자 반도체 수출 제한 등 앞으로도 우리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대중 제제 조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미중 대결 구도의 첨예화는 그동안의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식의 안이한 외교 전략으로 더 이상 감당하기 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미 동맹 강화를 기반으로 한 윤석열 정부의 외교 기조로 이러한 중국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는 버겁다는 얘기다. 중국을 잘 아는 교수 출신을 주중대사로 보냈지만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 심도있는 전략적 대화를 나누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친미' 성향으로 각인돼버린 정부를 대신한 국회의 대중(對中)역할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대통령에) 당선되면 사드를 철수시키겠다"는 중국이 듣기에 사이다같은 발언으로 중국을 만족시킬 수는 없더라도 시 주석 3연임 확정 이후 달라질 중국의 변화에 대한 국회 차원의 선제적 분석과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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