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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당 간판 내릴 판"…송영길 모르쇠에 이재명 '사면초가'

돈봉투 살포 인지 추측 녹취록에 우려·비판 빗발쳐

2023-04-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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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당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해 6월1일 오후 서울 중구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중심에 선 송영길 전 대표가 모르쇠로 일관하자 당내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송 전 대표가 귀국을 미룰수록 당에 대한 여론의 비판은 더 커진다는 점에서 그와 가까웠던 이재명 대표도 사면초가에 빠진 모양새입니다. 특히 당 내부에선 문재인정부 때 민심이반을 초래했던 이른바 '조국 사태'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돈봉투 파문 일파만파인데송영길 또 '답변 회피'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애초 해당 사건은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등 송 전 대표 후보 캠프 관계자들이 의원 10여명 등에게 총 9400만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골자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송 전 대표가 당시 돈봉투 살포를 인지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녹취록이 추가로 공개되며 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녹취록에는 '돈 전달책'으로 의심받는 이 사무부총장이 또 다른 '전달책'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에게 "송영길 대표가 '(강)래구가 돈 많이 썼냐'고 (나에게) 묻더라"는 내용 등이 담겼습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1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사무부총장의 개인적인 일탈 행위를 감시·감독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당시 당 대표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느낀다"며 이번 의혹에 대해 자신은 몰랐고, 이 전 사무부총장 개인의 일탈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이와 다른 정황이 나왔다는 점에서 추가 해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파리경영대학원 방문 연구교수로 파리에 머물고 있는 송 전 대표는 이날(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조기 귀국 의사가 없느냐는 물음에 "(예정된 기자간담회 날짜인) 토요일(22일)에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더민초) 윤영덕 운영위원장이 1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 전 대표의 귀국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민정 의원, 윤 위원장, 윤준병 의원.(사진=연합뉴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본지와 한 통화에서 "송 전 대표의 아주 개인적인 판단이 민주당을 더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며 "어찌 됐든 자신의 선거 때문에 빚어진 일이 때문에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도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것은 오만한 태도"라고 지적했습니다. 
 
커지는 송영길 조기 귀국 압박조국 사태 데자뷔 우려
 
상황이 심각해지자 당의 존폐까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제기됐습니다. 비명(비이재명) 이상민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서 "당 간판을 내릴 상황, 지금이 어느 때인데 돈 봉투를 받느냐"고 우려했고, 김종민 의원은 "옛날에 이 정도 일이면 벌써 당이 난리가 났는데 지금 윤리 기준에 대한 감각이 엄청 퇴화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도 송 전 대표의 책임론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민주당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는 "송 전 대표에게 정식으로 요청한다. 조기 귀국해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대표 등 당 지도부에도 "송 전 대표가 조기에 귀국하지 않으면 가장 강력하고 엄중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압박했습니다.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도 "조속히 귀국해 사건의 실체를 밝히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해 5월27일 경기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열린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 기자회견을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자칫 당 전체 문제로 비화될까 전전긍긍하며 송 전 대표와 선 긋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2019년 '조국 사태'에 대해 쉬쉬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당 전체가 궁지에 몰렸던 것 문재인정부 때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섞인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7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송 전 대표의 빠른 귀국을 요청했던 이 대표로서도 송 전 대표의 속 시원한 해명이 나오지 않으며 고민에 빠진 상황입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로서는 송 전 대표가 빠르게 귀국하는 게 영이 서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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