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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배임' 신동빈 롯데 회장, 1심서 징역 1년8개월·집유 2년(종합)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 배임·서미경씨 급여 지급 횡령만 유죄 판단

2017-12-2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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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심에서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신격호 총괄회장이 징역 4년에 벌금 35억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김상동)는 22일 특정범죄가중법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과 신 총괄회장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만, 건강 상태를 고려해 신 총괄회장을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또 재판부는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 징역 2년, 채정병 전 롯데카드 사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황각규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 소진세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장,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신 회장에 대해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와 관련한 업무상배임, 서씨와 서씨의 딸 신유미씨 급여 지급과 관련한 횡령 혐의만을 유죄로 판단했다. 신 회장은 신 총괄회장, 채 전 사장 등과 공모해 지난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경기 지역에 있는 롯데시네마 매점을 서씨가 소유한 유원실업에, 지방에 있는 롯데시네마 매점을 신 이사장이 소유한 시네마통상에 임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신 회장 등이 가족의 경제적 지원을 목적으로 저렴한 임대수수료와 수의계약 등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 것이 롯데쇼핑(023530)을 위한 경영 판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이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와 관련해 총 778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면서 공소사실에 적시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득액이 공소사실과 같다고 단정할 수 없고, 롯데쇼핑 손해액과 임차회사 영업이익이 같다고 단정할 수 없어 이득액을 엄격하게 증명하는 것을 전제로 한 특정경제범죄법 적용이 안 된다"고 밝혔다. 또 "매출 증대, 제반 비용 절감 등 임차회사의 노력과 영업으로 말미암은 이익이 존재하고, 롯데쇼핑이 매점 임대로 피하게 된 위험, 책임, 비용, 유·무형의 이익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신 총괄회장과 공모해 한국에서 직무를 수행한 사실이 없는 신 전 부회장과 롯데그룹에서 일한 사실이 없는 서씨, 유미씨에게 급여를 지급한 혐의도 받았다. 이중 신 전 부회장의 급여 지급과 관련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 총괄회장의 급여 책정과 배분 방식에 부적절한 점이 있을 수는 있어도 실제 그룹 차원의 경영에 관여한 신 전 부회장에게 급여를 지급한 것 자체가 형법상 업무상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서씨 등의 급여와 관련해서는 신 총괄회장을 유죄로, 신 회장을 일부 공동정범 성립을 인정해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신 회장에 대해 롯데ATM 도입 시 롯데기공 끼워 넣기, 롯데피에스넷 지분 인수·유상증자와 관련한 배임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결했다. 신 전 회장은 황 실장과 공모해 2008년 10월 유동성 위기를 겪은 롯데기공을 지원하기 위해 ATM 구매에 끼워 넣어 39억원의 중간이윤을 취하게 하고, 롯데피에스넷에 피해를 전가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당시 끼워 넣기가 아니라 'ATM을 직접 생산해 납품할 것'이라고 지시한 문서가 존재하고, 롯데기공이 롯데피에스넷보다 임직원 20배, 매출 50배, 자산 3000배에 이르는 등 전형적인 계열사 자금 동원과 거리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신 회장은 황 실장, 소 위원장, 강 전 사장과 공모해 2012년 끼워넣기 거래로 검찰 수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진행되자 형사 고발 등을 무마하기 위해 가치 없는 롯데피에스넷 주식 전량을 92억원에 매입하게 하고,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롯데피에스넷이 만성 부채 과다, 완전 자본잠식이었는데도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억지로 연명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세븐일레븐의 유통망을 가진 코리아세븐의 롯데피에스넷 지분 인수는 사업 연관성이 있다"며 "신 회장 등의 유상증자 결정도 합리적 경영 판단의 재량 범위를 벗어났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신 회장에 대해 "총수 신 총괄회장의 아들이자 정책본부장 겸 부회장 또는 회장으로서 신 총괄회장을 보좌해 한국 롯데그룹을 총괄하는 지위에서 그릇된 지시임을 알면서도 범행에 가담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본건 범행으로 얻은 직접적·경제적 이익이 없다"면서 "현재 롯데그룹이 처한 대내외적 어려운 사정에 비춰 잘못된 경영 형태를 바로잡아 국제 수준과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경영 투명성·합리성을 갖추고, 건전한 기업 활동으로 그룹은 물론 우리 사회와 국가 경제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신 총괄회장은 일본 롯데 주식 증여와 관련한 조세포탈 혐의와 비상장주식 고가 매도와 관련한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신 총괄회장은 2006년 외국 특수목적법인과 다단계 출자 구조를 이용해 서씨와 유미씨, 신 이사장에게 차명 주식을 증여하면서 858억원을 포탈하는 등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조세)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신 이사장에 대한 주식 증여 부분은 공소시효 기간이 지나 공소가 제기됐다면서 면소 처분하고, 서씨에 대해서는 주식증여일까지 생활 관계에 관한 여러 사실에 비춰 국내 거주자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롯데그룹 횡령·배임·탈세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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