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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활비 뇌물 무죄" 곧 항소…검찰 '총력전'

'대가성 여부'가 핵심 쟁점…박 전 대통령·'문고리 3인방' 선고 주목

2018-06-1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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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법원이 전직 국가정보원장들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를 뇌물로 인정하지 않자 검찰이 발끈하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이 뇌물죄를 인정하지 않은 이유로 '대가성'을 들었기 때문에 검찰과 피고인 측은 이 부분을 쟁점으로 한치의 물러섬도 없는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특히 검찰은 뇌물 공여자들인 전 국정원장들이 무죄를 받으면서 수수자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에 미칠 영향을 두고 잔뜩 날이 서있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성창호)는 지난 15일 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에 대해 뇌물공여를 무죄로 판단했다. 이들이 국정원장 임명에 대한 보답과 향후 임기 및 인사 등에 편의를 받을 것을 기대하며 박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건넸다는 검찰 논리를 일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정원장들이 특활비라는 뇌물을 건네고 얻은 이익이 없었다는 점을 뇌물공여 혐의 무죄 판단의 하나의 근거로 들었다. 업무상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대통령과 국정원장은 원래부터 긴밀히 협조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국정원장들이 과연 대통령에게 금품을 지급함으로써 직무수행이나 현안 관련해 각종 편의를 더 기대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직무수행과 국정원 현안 관련해 편의를 받으려고 특활비를 공여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는 "국정원장들이 특활비를 지급하기 시작한 시기는 이들이 국정원장으로 임명되고 난 직후이며 이전부터 국정원장에 임명되는 것을 원했다거나 이를 부탁했다는 등의 사정은 찾을 수 없다"며 "국정원장 임명에 대한 대가로 대통령에게 사례나 보답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 주장은 막연하거나 추상적이고 현실적인 뇌물공여 동기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실제 세 국정원장이 돈을 낼 때 현안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종속적인 대통령과 국정원장 간 상하 관계도 무죄 판단의 이유가 됐다. 법원은 국정원장이 평소 대통령 지휘나 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므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통령 지시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관계에 있다고 해석했다. 대통령과 국정원장 간 사이를 상하 관계로 해석해 뇌물죄 성립을 부정했다. 즉 상급자인 대통령이 달라고 하니 하급자인 국정원장들은 이에 따랐을 뿐 이는 횡령죄가 될 수 있어도 뇌물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남 전 원장을 예로 들며 "통상 상·하급 공무원 간 금품 수수가 뇌물로 인정되려면 상호 간 특정한 청탁을 매개로 해 금품이 교부·수수되거나 적어도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자발적으로 금품을 제공하고 상급자가 이를 알면서도 수령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남 전 원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지급할지 임의로 결정하거나 이를 중단할지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던 상황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남 전 원장이 자발적으로 특활비를 공여하거나 지급을 중단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과거부터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국정원 자금을 지원한 관행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국정원 자금을 청와대에 전달하는 자체에 대한 위법 판단 여부는 예외로 하더라도 하부기관인 국정원장들이 박 전 대통령 요구나 지시에 대해 별다른 거부감이나 문제의식 없이 특별사업비를 전달하게 된 데에는 이전에도 비슷한 관행 내지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런 관행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재판부는 국정원장들이 매월 1회 5000만원에서 1억원씩 장기간에 걸쳐 청와대에 특활비를 상납한 방식이 은밀함이 요구되는 뇌물의 통상적인 지급과 비교할 때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특활비를 사저 관리비·기치료 비용 등 사적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국정원장들이 이를 알았다고 볼 증거는 없으므로 이를 직무관련성 내지 대가성을 판단하는 근거로 삼기 어렵다고 봤다.
 
국정원장들이 부하를 시켜 CCTV가 없는 골목길 등지에서 은밀하게 특활비를 건넨 것을 볼 때 특활비를 뇌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검찰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예산을 청와대로 전달하는 게 알려지면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는 취지이지 뇌물과 같은 부정한 돈을 전달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의미로 보이지 않는다"며 "국정원 예산을 청와대로 전달하는 자체가 위법하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볼 수 있어도 부정한 돈을 전달하는 것으로 인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특활비 수수 및 국고손실 혐의 등으로 기소돼 다음 달 20일 같은 재판부 1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박 전 대통령과 오는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영훈)의 1심 판결을 앞둔 '문고리 3인방'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안봉근 전 제2부속비서관·정호성 전 제1부속비서관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검찰이 이번 뇌물공여 무죄 판단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면서 앞으로 있을 두 판결에서도 특활비 대가성 인정 여부가 핵심 사안으로 떠올랐다. 검찰 관계자는 1심 뒤 "판결을 보면 공여자가 대통령에게 개인 돈을 전달하면 뇌물이 되고, 나랏돈을 횡령해 전달하면 뇌물이 아니라는 비합리적인 논리에 이르게 된다"며 "수수한 금액이 35억원에 달하고 그 금액은 오로지 국민의 혈세라는 점에서 직무관련성과 대가관계를 부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본건은 '요구형' 뇌물로서 이는 양형가중사유에 해당함에도 대통령이 요구했다고 해 '뇌물성'을 부정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국정원장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상납받고 있는데 국민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에 대한 공정성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근혜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재준(왼쪽부터),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각각 실형을 선고받고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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