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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형 성공, '자동시장격리' 포함 안정적 시장가격 유지가 관건

농민단체·전문가, 자동격리 부적절 "생산기반 무너져 시장 붕과"

2019-09-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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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직불제 개편의 핵심인 자동시장격리제도가 기존의 공공비축미·시장격리제도와 다를 바 없다는 게 농민단체와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바다. 현재의 시장구조상 수급과 가격 안정, 비상식량 비축 등을 목표로 변동직불제 내에서 가동 중인 지금의 제도와 사실상 같은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6일 농민단체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매년 35만톤 내외의 쌀을 비축하는 제도적 장치가 직불제 개편으로 도입하는 자동시장격리제도와 별반 차이가 없다. 기존 제도를 자동화했을 뿐 수급과 시장 가격 안정에 미치는 근본적 작동 원리가 같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실제 자동시장격리제가 현재의 목표가격을 대신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변동직불제 폐지로 정부가 5년마다 결정했던 목표가격이 사라지는 대신 자동시장격리제가 일정 가격수준을 지지하면 쌀 수급안정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결국 정부로서는 시장 개입을 점차 줄이는 방향으로 시장격리제도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이들은 보고 있다. 이는 쌀 자립은 물론 쌀 시장 전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관측의 근거이기도 하다.
 
농촌연구단체 한 관계자는 "시장격리는 위기상황에 이례적으로 사용돼야 하는 정책"이라며 "초과생산 물량을 무조건 사주겠다는 것은 완벽한 보험인 만큼 향후 시장격리제도는 생산자들이 일정부분의 책임을 부담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시장격리 물량을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사들이거나 시장격리 대상이 된 농가가 다음해에 벼 재배면적을 줄이는 등의 방식이 거론된다.
 
특히 농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변동직불제 폐지가 결국에는 쌀 시장 포기로 가는 출발이라는 게 이들의 인식이다. 목표가격 유지를 위해 재고미 방출 억제, 공공비축미 확대, 밥쌀 수입 감축 등의 조치를 가동했지만, 이마저 사라지면 가격 결정의 키가 오롯이 시장에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농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농업 경쟁력 강화와 같은 중장기적 대책과 당장 가격과 수급을 맞추는 정책 없이 단번에 가격을 시장에 맡기면 생산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도 "기존 제도와 다를 바 없는 자동시장격리제는 쌀값 안정을 위한 대책이 될 수 없으며 변동직불제 폐지는 쌀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쌀 농사가 흔들리면 결국 수입쌀 시장에 대응할 힘을 잃고 쌀 자급률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공익형 직불제를 반대하다 최근 찬성으로 돌아선 일부 농민단체들 역시 여전히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다른 농민단체 관계자는 "농업계에서 쌀 산업 비중이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중요한 부분인데 농식품부는 예산 규모나 자동시장격리제 적용 기준, 소농직불금 기준 등에 따른 예상치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20년 가까이 쌀값이 같은 수준에서 머무를 만큼 시장 왜곡을 방치해온 상황에서 직불제 개편이 모든 농업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농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변동직불제 폐지는 농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렵고 자동시장격리제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며 "논에서 쌀 대신 재배할 수 있는 작물에 대한 직불제를 만들어 유연한 수급조절이 가능하도록 유도하는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밝힌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포함한 WTO 내 개도국에 대한 핵심 요구 중 하나가 농업시장 개방인데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어서다. WTO 이후 체제로 논의됐던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사실상 멈췄지만,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향후 미국이 포함된 무역협상에서 국내 농업을 지킬 명분이 사라진다.
 
추분(秋分)을 사흘 앞둔 20일 오전 경남 남해군 서면 인근 들녘에서 한 농민이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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