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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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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초점)내년부터 쌀 관세화..20년만에 쌀 시장 열려

2014-07-18 19:12

조회수 : 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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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앵커: 정부가 내년부터 쌀 시장을 전면적으로 개방합니다. 정부는 오늘 이런 내용을 담은 쌀 관세화를 공식 발표했는데요. 쌀 시장개방 어떻게 된 것이고, 앞으로 과제는 무엇일까요. 취재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경제부 최병호기자 나왔습니다.
 
최 기자. 우선 오늘 정부가 발표한 쌀 관세화에 대한 간단한 내용부터 알려주시죠.
 
기자: 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오늘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1월1일부터 쌀을 관세화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쌀 관세화는 쌀을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게 하되 400% 정도의 높은 관세를 물리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 체결 때부터 쌀 시장을 닫아왔는데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쌀 시장폐쇄 국가입니다. 대신 의무적으로 수입쌀을 일정량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게 올해 40만9000천톤. 국내 쌀 소비량의 9%입니다.
 
문제는 1990년대 중반부터 국민의 식습관이 변하면서 쌀 소비량이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고 안 먹는 쌀이 남아돌기 시작했다는 건데요. 정부는 불필요하게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느니 차라리 높은 관세를 붙여 쌀을 수입하게 한 겁니다. 이러면 수입쌀 가격이 올라가니까 소비자가 수입쌀을 안 먹게 되고 실질적으로 안 먹는 수입쌀을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네. 쌀 관세에 따른 국내 농가피해 우려도 있는데요. 농민들의 반발은 없었나요?
 
기자: 네. 농민들은 쌀 시장개방이 식량주권을 내준 참사라고 규정했습니다. 농민들은 정부가 그동안 쌀 시장을 개방할 수 있다고 밝힐 때마다 반대 농성을 벌였는데요. 어제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숙농성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정부가 WTO와의 협상을 통해 쌀 시장 이외의 대안을 찾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쌀 관세화를 결정했고 국회와 농민들의 의견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발표도 문제의 소지가 많았는데요. 정부는 애초 6월까지 입장발표를 하겠다고 했다가 추가적인 검토를 하겠다며 발표를 한달 미뤘습니다. 오늘 발표도 이번 주 초까지만 해도 정부는 발표 계획을 잡지 않았는데요, 어제 기습적으로 쌀 시장개방 선언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농민들은 정부가 시간끌기와 기습발표로 농민들 뒤통수를 쳤다고 반발했습니다.
 
농민단체 등은 앞으로 쌀 관세화 반대 투쟁에 나설 방침입니다.
 
앵커: 네. 그럼 정부가 쌀 관세화 후 국내 농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대책은 무엇이 있습니까?
 
기자: 네. 그동안 정부는 이번 쌀 관세화가 불가피한 시장개방이기는 하지만 국내 농가를 보호하려는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이에 앞으로 예정된 한-중 FTA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에서 쌀을 양허제외, 즉 개방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구요.
 
이른 시일 안에 농가 소득보전대책과 쌀 생산기반 유지, 농가 경쟁력 제고, 국산·수입쌀 혼합유통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쌀산업발전대책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아울러 오늘 이동필 장관은 쌀 관세화 후 수입량이 급증할 것을 대비해 수입 쌀에 특별긴급관세를 물리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WTO 협정에 근거한 것인데요. 특정 상품의 수입이 갑자기 늘어나 국내 산업계 피해가 우려될 때 취할 수 있는 조치입니다.
 
그러나 전국농민회총연맹를 비롯한 농업계는 이미 쌀 시장개방을 선언한 게 농업을 보호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정부의 탁상공론식 보호대책은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앵커: 정부가 오늘 쌀 시장개방을 선언했다고 해도 WTO와의 협상이 또 남았는데요. 관세율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습니다. 어떻게 진행될까요?
 
기자: 네. 정부는 9월 전에 국회에 쌀 시장개방 내용을 통보하고 내년 쌀 시장개방을 준비한 국내 관계법령을 다듬을 방침입니다. 이후 9월말까지 WTO에 쌀 관세화를 통보합니다.
 
이때 우리나라와 WTO는 쌀 관세화의 핵심인 관세율을 놓고 협상을 벌이게 됩니다. 쌀 시장개방과 관련해 시장을 여느냐 마느냐가 1라운드라면 관세율 협상은 2라운드인 셈인데요.
 
일단 정부는 국내 농가를 보호할 수 있는 가능한 높은 수준의 관세율을 정한다는 방침입니다. 정부가 협상전략 보안 차원에서 관세율 공개를 꺼리고 있어 정확한 수준은 알 수 없으나 국내·외 동향과 농업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대략 400%대로 결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농업계는 최초 쌀에 1000%의 관세를 매겼다가 나중에 WTO 압력으로 관세율을 낮춘 일본 사례를 언급하며 정부가 결국 WTO와의 협상에서 쌀 관세율을 낮은 수준으로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일단 정부는 그럴 리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동안 쌀 관세화와 관련해 정부가 농민들의 신뢰를 크게 잃은 상황이라서 농업계를 안심시킬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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