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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료 인상 가닥…소비자들 분통
당국·업계, 실손보험료 인상폭 논의 중
보험사 "적자구조 탈피 목적"
소비자들 "병원도 안 가는데 보험료만 올라"
2022-12-07 06:00:00 2022-12-07 06:00:00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보험사들이 내년 실손의료보험료를 대폭 올릴 방침이다. 손해율(보험료에서 보험금 지급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해 적자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명분에서다. 소비자들은 혜택을 제대로 받지도 않는 보험료 인상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실손보험료 인상폭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보험업계는 13% 내외의 두자리 수 보험료 인상폭을 제시한 가운데, 금융당국은 가급적 인상폭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으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실손보험 손해율은 120% 가량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가 보험료로 1만원을 받았다면 보험금으로 12000원이 나갔다는 의미다. 지난해 1~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142.5%를 기록한 바 있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 실손보험은 여전히 적자구조를 갖고 있다"며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으면 보험사가 실손보험을 계속 취급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실손보험의 혜택보다 보험료 인상 부담이 더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실손보험 인상과 관련한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실손보험으로 혜택을 받은 적도 없고 돈만 내고 있다. 돈 없는 서민은 살기 힘들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매년 최소 10% 이상의 보험료 인상을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나 병원에 거의 가지 않는 실손보험 가입자는 억울함이 두배"라는 내용도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실손보험료는 2016년 22.4% 인상한 이후 2018년 동결한 것을 제외하면 매년 10% 내외의 인상이 연속됐다.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이 기간 전체적인 보험료 인상과 더불어 갱신으로 인한 보험료 인상까지 이중고를 겪어왔던 것이다.
 
반면 손해보험사들은 실손보험 손해율의 개선으로 올해 3분기 양호한 수익을 냈다. 손보업계 상위 3개사인 삼성화재(000810)·현대해상(001450)·DB손해보험(005830)은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한 추세를 보였는데, 실손보험 손해율 개선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박창호 인슈포럼 대표는 자동차보험과 달리 실손보험 손해율이 소비자에게 '깜깜이'로 제공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박 대표는 "보험업계는 보험료를 거둬 수입을 올리는 것이 아닌, 보험료를 투자해 얻는 수익으로 운영되는 비즈니스 구조를 갖고 있는데 도대체 보험에서 얼마나 손해를 입어야 제로섬(Zero-sum) 상태가 되는 건지 알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선의의 가입자들이 보험료 인상의 피해를 보게 되는 실손보험의 구조상 문제점을 지적하며 실손보험을 중점적으로 관리·감독할 거버넌스의 등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 대표는 "비급여의 급여화와 함께 의료계의 진료 행태를 바로잡고 보험사의 손해율을 관리할 수 있는 검증 체계를 갖춘 제3의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손보험은 우리나라 국민의 80%가까이 가입한 '제2의 국민보험'이기에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거버넌스를 두는 것에 당위성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실손보험료 인상에 대한 온라인 상 소비자 반응. (사진 = 인스타그램 및 다음 카페 게시글 갈무리)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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