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아빠를 부탁해`..아버지마케팅 열전
실직자 급증..금융기관 아빠 氣살리기 프로젝트 가동
보험, 보장성 상품 판매 주력
2009-04-28 10:00:00 2009-04-28 17:25:54
[뉴스토마토 박민호기자] 쉬지 않고 걸어온 삶의 피로.
 
30여년간 평생을 바쳐온 회사로부터 '오렌지처럼 알맹이만 쏙 빼먹고 껍질만 던져버리듯' 감원 바람을 피할 수 없다.
 
실업의 공포는 한국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40~50대 가장의 자리마저 흔들고 있다.
 
혹독한 세상사에 지친 이들에게 안식을 주는 곳은 가정. 금융기관들이 이 시대의 키워드 `아버지`를 놓칠 리 없다.   
 
◇ '아빠를 부탁해'
 
외환위기 시절 ‘아빠 힘내세요’라는 한 카드회사 광고 이후 경기 불황에 어깨가 축 처진 아빠들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힘들땐 역시 '아빠' 광고가 최고다.
 
모진 세상살이에 대중의 심금을 가장 잘 파고드는 것은 ‘가족'. 지난해 세계경제가 늪에 빠진 이후 광고계에서는 일제히 '아빠 기(氣) 살리기' 프로젝트를 담아내느라 바빴다.
 
기업은행은 다소 직설적으로 경제위기에 허덕이는 이 시대 아버지들의 현재 모습을 조명했다.
 
아빠 공장이 힘들어 학원을 더이상 다니지 못하게 된 한 초등학교 여학생.
 
'아빠 공장이 힘들어서 이제 학원 못 간다. 아빠는 ‘정은아 미안해’ 하신다. 난 괜찮은데'
 
하지만 아이는 오히려 자기가 아빠의 용기를 북돋아 주면 좋겠다며 아버지들의 '왕년의 시절'을 아련히 되살려주는 따뜻함을 표현했다.
 
'김 부장, 입사한 지 얼마나 됐지'라는 질문에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라며 45가지 걱정거리를 쏟아낸던 김 부장.
 
이는 연민 어린 시선으로 정신없이 살아야만 했던 아버지 세대를 위로함과 동시에 아버지 그리고 가족이 위안과 힘을 얻기 위한 시대의 모습이다.
 
지난 27일 푸르덴셜생명보험에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정을 위해 경제적으로 대비해야 할 리스크에 대해 남성의 4명 중 1명 꼴로 ‘본인의 죽음’을 1순위로 꼽았다.
 
여기에 가정을 책임지고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재무 목표 중 세 가지를 꼽아 보라는 질문에 남성이 가장 많이 선택한 답변은 ‘본인이 예기치 않게 죽거나 다칠 경우, 내 가족이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것(46%)’이었다.
 
◇ '내 가족만큼은..' 보장성 보험 급증
 
가장의 삶이 힘에 부치는 때일수록 유사시에 내 가족만큼은 보장을 받아야 한다는 보호심리가 강하다.
 
주식시장이 강세를 나타내던 지난해 상반기까지만해도 생명보험업계의 주력상품이었던 변액보험의 인기는 뚝 떨어지고 보장성 보험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보험업계도 경기침체로 목돈이 필요한 저축성 보험보다는 적은 돈으로 사망ㆍ질병ㆍ재해 등에 대비할 수 있는 보장성 보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을 간파해 보장성 보험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생명 라이프케어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가입한 생명보험 상품중 보장성 보험과 금융형 보험의 가입비율은 75 대 25로 보장성 쪽이 훨씬 많았다.
 
보장성과 금융형의 가입 비율이 40 대 60 정도였던 지난해 추세와는 상반된 결과다.
 
실제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등 국내 4대 손보사들의 지난달 보장성보험 신계약 실적은 모두 681억원으로 지난 2월 338억원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저축성 보험 판매비중이 높았던 외국계 보험사들도 결국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영업 방침을 선회하고 있다.
 
INGㆍ푸르덴셜ㆍ알리안츠 등 외국계 보험사들은 70~80%에 달하던 저축성 보험 판매비율을 50~60%대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조세훈 ING생명 재정설계전문가는 "지난달에 보험료가 오른다는 점이 알려져 가입률이 높아진 면도 있지만 불황에 자신과 가족의 안전부터 챙기자는 인식이 강해져 보장성 보험 가입이 늘어난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뉴스토마토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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