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명석의 재계시각)그룹 지운 ‘뉴 삼성’, 각자도생의 향방은?
입력 : 2018-06-11 06:00:00 수정 : 2018-08-10 11:05:59
<뉴스토마토>는 11일부터 ‘채명석의 재계시각(財界視角)’을 매주 월요일자 지면에 연재한다. 재계가 직면한 다양한 현안, 그중에서도 지배구조 개편을 비롯한 경영권 승계, 사업구조, 미래전략 등을 전문기자 시각에서 접근한다. 동시에 재벌에 대한 우리사회의 이분법적 관점이 가져올 위험을 지적하고,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모색한다. 첫 편은 한국 재벌의 상징 '삼성'이다.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그룹 지원 없이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과도기'다.”
 
최근 삼성의 한 고위 임원은 삼성이 처한 현 상황을 '과도기'로 표현했다. 미래전략실으로 대표되는 ‘그룹’ 체제를 폐지한 지 1년3개월이 지났다. 이후 삼성 계열사들은 ‘각자도생’을 모색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이 삼성 전문경영인들에겐 최고의 시험대"라며 “경영상 결정 장애가 발생했다는 건 아니다. 심리적인 부담으로 보면 될 것이다. ‘그룹’일 때는 우리가 잘 하고 있는지를 봐줬지만 지금은 그런 게 없으니, 선택의 무게감이 더하다”고 설명했다.
 
‘그룹’을 지운 삼성 계열사들이 각자도생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계열사별 생존전략이 ‘뉴 삼성’이라는 큰 그림에 부합할지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13년 7월30일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7일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신경영 선언’을 한 지 25주년이 되는 날로, 오늘날 삼성의 근간이 만들어졌다. 신경영의 방향은 이 회장이 제시했지만, 이를 실현할 방법론은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축했다. 윤 전 부회장은 ‘통합’을 핵심 키워드로 한 생산(Product)과 프로세스(Process), 퍼스널(Personnel) 등 3P 경영혁신을 단행, 삼성을 빠르고 상시적인 혁신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도하는 ‘뉴 삼성’의 테마는 ‘통합’에서 ‘융합’으로 바뀌었다. 통합 과정에는 대표기업 ‘삼성전자’의 역할이 컸다. 삼성전자가 거둔 성공의 열매가 계열사들에게 뿌려져 ‘초일류 삼성’의 기틀을 다질 수 있었다. 삼성전자가 벌어들인 이익은 자사를 비롯해 전 계열사, 신사업에 대한 투자재원으로 활용됐다.
 
지난해부터는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버리고 독자생존을 증명해야 했다. 62개 삼성 계열사들은 각자의 이사회를 중심으로 독자경영에 돌입했다. 인사·채용·투자 등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계열사별 생존 전략이 ‘뉴 삼성’이 가려는 방향과 일치하는가이다. ‘뉴 삼성’은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역량을 하나로 모아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것을 지향한다. 융합·복합이 대세를 이루는 미래에는,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계열사들의 역량 강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현실은 간단치 않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삼성 비금융 계열사 44개사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은 약 150조원, 매출액은 약 96조원, 영업이익은 약 4조5000억원으로, 재계 4위인 LG그룹과 비슷한 수준이다. 결코 작지 않은 규모지만, 삼성전자(자산 약 198조원, 매출액 약 162조원, 영업이익 약 35조원)와 비교하면 초라하다. 성장세도 상당히 둔화됐다. 그 결과 비금융 계열사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역대 최고치(자산 56.87%, 매출 62.74%, 영업이익 88.54%)에 달한다.
 
반도체 홀로 독주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사업구조 개편도 시급하지만, 갈수록 존재감이 줄어들고 있는 다른 계열사들도 미래를 위한 큰 결단 앞에 서게 됐다. 2014년 이후 추진해 온 ‘쪼개고, 붙이며, 팔고, 사오는’ 식의 사업구조 개편도 미전실 해체로 잠정 중단됐다. 사장단 회의도 폐지, 재계 4위권 사업군의 운명을 44명의 전문경영인 각자에게 맡겼다. 경주마처럼 서로 앞만 보고 달리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불통의 삼성’이라고 한다. 회사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화시키는 '조정자' 역할을 자임한 것도, 삼성과 같은 거대기업에서 소통이 사라질 경우 닥칠 위기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전문경영인들을 믿고 맡기되, 그들간 소통이 원활히 작동하게 하는 것이 삼성의 총수로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봤다. 지난 2월 출소 이후 해외출장 등의 일정만 소화하고 있는 그가 현 상황을 언제까지 지켜만 보고는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삼성의 위기는 심각하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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