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모의세상읽기)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씻어내자고?
입력 : 2019-03-08 06:00:00 수정 : 2019-03-08 06:00:00
"요즘 미세먼지가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주변 사람들은 참 이상한 사람들이다. 미세먼지를 회자하다니…. 회자(膾炙)란 '회와 구운 고기'라는 뜻이다. 좋은 것이다. 따라서 회자된다는 것은 칭찬을 받으면서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는 말이다. 아무리 마음이 넓어도 미세먼지가 회자돼서는 안 된다. 
 
미세먼지만큼이나 요즘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이 있다. '인공강우'가 바로 그것이다. 미세먼지가 하도 심하니 인공적으로라도 비를 내리게 해 미세먼지를 씻어내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씻어낼 수 있을까? 미세먼지가 많을 때는 삼겹살을 많이 먹어서 목을 씻어내야 좋다는 것만큼이나 쓸데없는 소리다. 쓸데없는 희망을 지속하는 것은 그야말로 고문이다. 정신적인 고문의 싹은 일찍 제거하는 게 좋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인공강우 과정은 1947년부터 연구되었다. 이제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내용이다. 구름 속에 드라이아이스(CO2)나 요오드화은(AgI) 또는 소금(CaCl2) 입자를 뿌리면 물 알갱이들이 뭉치게 되고 그러면 무거워서 비로 내리게 된다. 간단한 과정이다. 그런데 왜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없앨 수 없다는 것일까? 기압 때문이다.
 
"저 친구 오늘 왜 이렇게 저기압이야?"
 
학교나 직장에서 자주 하는 말이다. 저기압은 안 좋다는 뜻이다. 우리는 원리는 몰라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저기압일 때는 날씨가 나쁘고 고기압일 때 날씨가 좋다고 말이다. 저기압일 때는 구름도 많이 끼고 비도 오는데 고기압일 때는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게 문제다. 인공강우는 없는 구름을 만들어서 비를 내리게 하는 게 아니다. 일단 구름이 있어야 하는데,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구름이 없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은 대개 고기압의 영향 아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3년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건설 300주년 행사에 좋은 날씨를 보장받고 싶었다. 그런데 먹구름이 몰려왔다.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행사를 하기 전에 미리 비를 내리게 하는 것. 푸틴은 러시아 공군 비행기를 이용해 인공강우 씨앗을 뿌렸다. 안타깝게도 푸틴이 국빈과 산책할 때 폭우가 쏟아졌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중국 정부는 개막식과 폐막식 날씨를 맑게 하기 위해 인공비를 미리 뿌리는 데 성공했다. 2013년에는 백두산 산불 예방 차원으로 인공강우를 내리기도 했다. 돈도 얼마 들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중국에서는 티베트고원에 한반도 7배 이상 크기의 인공강우 시설을 구축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한다. 물론 인공강우는 구름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미세먼지가 심한데 구름도 충분히 있다고 하자. 그러면 이때는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을까? 우리도 궁금한데 과학자들이라고 궁금하지 않을 리가 없다. 하지만 이런 경우 인공강우 실험을 하기 전에 먼저 자연적인 비가 미세먼지를 줄이는지 확인하는 게 순서다. 중국 과학자들이 살펴봤다. 별로 효과가 없었다. 비가 웬만큼 와서는 티도 나지 않았다. 폭우가 내릴 때는 초미세먼지는 10퍼센트 정도 미세먼지는 30퍼센트 정도 줄었을 뿐이다. 자연적인 비로도 효과가 별로 없는데 인공강우로 효과를 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아니, 그렇지 않은데…. 비가 내린 후에는 하늘이 맑아지잖아!"
 
그렇다. 맞다. 비가 온 다음에는 하늘이 맑아진다. 그런데 그것은 비 때문이 아니라 바람 때문이다. 비가 내리는 날은 저기압의 나쁜 날씨로 바람이 세게 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5일 우리나라는 인공강우가 미세먼지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검토하기 위한 실험을 했다. 과학자들이 실험하는 게 뭐가 문제겠는가. 하지만 실험은 합리적이어야 한다. 인공강우 실험은 상승기류가 생기는 산악지역에서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우리는 서해상에서 했다.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를 서해에서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험을 수행한 기상 과학자들이 서해에서 인공 비가 내릴 것이라든지 또는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실제로 줄일 수 있을 거라고 믿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민들이 하도 답답해 하니까 뭐라도 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했을 것이다. 
 
미세먼지를 인공강우로 줄이겠다는 생각은 그만 접자. 차라리 제갈량을 살려내어 바람을 불어달라고 제사를 지내는 게 낫다.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를 우리 정부가 당장 어떻게 할 방법은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한다. 일단 자동차 강제 2부제라도 하자. 불편을 감수하지 않으면서 해결할 방법은 없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penguin1004@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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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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