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고미 거버넌스 5시간 전

어느 25년 민주당원의 자존심

며칠 전 광주가 고향인 지인과 통화할 일이 있었다. 지금은 용인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다. 정치권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니고, 흔히 말하는 운동권 출신도 아니다. 그는 민주당에 입당한 지 25년이 넘었다. 오랜 세월 꼬박꼬박 당비를 내며 민주당원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살아왔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와 민주당이 걸어온 길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으로도 민주당을 떠날 일은 없을거야.”

오랜만에 안부를 묻던 통화는 자연스럽게 이번 전당대회 이야기로 이어졌다. 당 대표 선거에서 누구를 찍을 것인가 얘기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과 당 대표를 선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결론에 이르렸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였다.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해서 당의 모든 선택까지 대통령과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에게 힘을 보태는 것과 당원들이 자신의 손으로 당을 이끌 대표를 선택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권에서는 호남을 이야기한다. 지역에 무엇을 해주겠다는 약속이 나오고, 각종 사업과 예산 이야기가 쏟아진다. 마치 호남의 표심을 지역에 무엇을 가져다주느냐의 문제로만 생각하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정말 호남의 민심이 그렇게 단순한 것일까. 내가 만나온 호남 사람들은 오히려 정치적 판단에 자존심이 강했다. 누가 무엇을 해준다고 해서 무조건 표를 주는 사람들이 아니다. 민주당을 오랫동안 지지해온 것 역시 단순히 지역의 이익 때문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와 개혁에 대한 믿음, 역사의 기억, 그리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에 대한 선택이 그 바탕에 있었다. 그래서 지역에 무엇을 해주겠다는 약속과 당원들이 어떤 정당을 만들어갈 것인가는 서로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인 한 사람의 이야기가 호남 전체의 민심을 대변할 수는 없다. 한 번의 통화로 전당대회의 결과를 예측할 수도 없다. 나 역시 그럴 생각은 없다.

25년 동안 민주당에 당비를 내고 한 번도 당을 떠나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분명히 하면서도, 당 대표를 선택하는 문제에서는 자신의 판단을 따로 이야기했다. 민주당을 오래 지지해왔으니 앞으로도 당연히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호남에서는 결국 민주당을 선택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순간 그들의 판단과 자존심을 놓치게 된다.

지지는 빚이 아니다.

오랫동안 한 정당을 지지했다고 해서 그 정당의 모든 선택을 따라야 할 의무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지지해온 당원이기에 더 엄격하게 바라보고, 때로는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호남은 민주당의 표밭이 아니다. 그곳에는 민주당을 지지하면서도 자신의 판단을 가지고 투표하는 사람들이 있다. 민주당이 잘하면 박수를 보내고, 잘못하면 따져 묻는 평범한 당원들이 있다.

정치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면, 표를 계산하기 전에 그 사람들의 생각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호남의 표를 얻고 싶다면 무엇을 해주겠다는 약속부터 꺼내기보다, 그들이 왜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켜왔는지 먼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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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전남친 P · 4시간 전

25년이라는 시간이 단순히 민주당을 지지했다는 의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함께한 당원이기에 오히려 당의 선택을 더 엄격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말이 와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