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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숫자보다 기회의 사다리를 세워야

한국은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경제 규모도 커졌고 1인당 국민소득도 선진국 수준에 올라섰다. 그런데 국민이 체감하는 삶은 통계만큼 넉넉하지 않다. 집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청년과 그렇지 못한 청년의 출발선은 여전히 다르다.

《한국 불평등 보고서》가 주목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한국의 불평등은 단순히 소득이 많고 적은 문제가 아니다. 자산과 주거, 교육, 노동시장, 세대와 지역의 격차가 서로 얽혀 있다. 고도성장으로 나라 전체의 파이는 커졌지만 성장의 과실이 돌아가는 과정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생겼다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은 불평등을 키우는 중요한 요인이다. 부모가 집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자녀의 출발선부터 달라진다. 월급을 받아도 월세와 생활비를 내고 나면 저축할 돈이 거의 남지 않는 청년에게 “열심히 모으면 된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주거비 부담이 결혼과 출산, 교육과 취업 준비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면 주거 문제는 단순한 부동산 정책으로 볼 수도 없다.

그래서 첫 번째 해법은 청년 임대주택을 제대로 늘리는 것이다. 단순히 숫자를 채우는 공급보다 청년이 실제로 일하고 생활할 수 있는 지역에 안정적인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일정 기간 임대료 부담을 낮춰주고, 그 기간에 청년이 저축과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주거 지원이 자립의 발판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지나친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같은 가치의 일을 하면서 고용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임금과 복지에서 큰 차이가 난다면 노동시장에 대한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기업에 일방적으로 부담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임금과 복지를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노동의 가치에 걸맞은 보상이 이루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는 청년이 자신의 힘으로 자산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청년자산마련 금융상품을 통해 일정 기간 꾸준히 저축한 청년에게 정부가 일정액을 매칭하거나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도 생각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현금 지급이 아니다. 몇 년 뒤 전세보증금이나 주택 구입, 교육비, 창업자금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종잣돈을 마련하게 하는 것이다. 부모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도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을 만들어주는 셈이다.

교육과 직업훈련도 이와 함께 가야 한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사교육과 취업 준비를 좌우하는 정도를 낮추고, 산업 변화로 직장을 옮겨야 하는 사람에게 재교육 기회를 줘야 한다. 특히 AI가 일자리를 바꾸는 시대에는 기술을 가진 기업에 투자하는 것만큼 사람의 전환 능력에 투자하는 일이 중요하다.

불평등을 없앤다는 것은 모든 사람의 결과를 똑같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출발선이 지나치게 벌어지지 않도록 하고, 노력하면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성장한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미래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부모가 물려준 집이 없어도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고, 비정규직으로 시작해도 노력과 능력에 따라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으며, 자신의 월급으로 조금씩 자산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이 선진국의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성장률을 높이는 것만이 아니다. 청년에게 주거의 기회를 주고, 노동의 가치에 맞는 보상을 보장하며, 스스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자산 형성의 기회를 열어주는 것. 그것이 성장의 숫자를 국민의 삶으로 바꾸는 길이다.

결국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한국 경제가 얼마나 커졌는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 사회에서 내 노력으로 내 삶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가가 진짜 선진국의 기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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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
재재파더 G · 어제

맞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실현시키느냐에 있습니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만들고 실천하는게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