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동네 마트에 좋아하는 토마토를 사러 들렀다가 깜짝 놀라 결국 못사고 돌아나왔다. 토마토 10개 정도 들어보이는 작은 한 상자가 대략2만원이었다. 갓 나온 사과, 배보다 비쌌다. 가물어서 유독 토마토가 비싼가 싶었다. 그런데 머리를 자르러 간 동네 미용실에서, 직접 채취하고 말린 고사리를 판다고 해서 가격을 물어보고 또 놀랐다. 크지 않은 한 봉지에 3만원이라고 했다.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80g에 1만5000원 정도였다. 무게를 따져보면 비싼 가격은 아니었다. 아마 원장님은 내가 요즘 물가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주변을 보면 농산물을 직접 길러 먹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서울에 사는 지인들 가운데도 집 가까운 곳에 마련된 공용 텃밭을 분양받아 상추며 고추, 토마토를 취미삼아 가꾸는 가정이 제법 있다. 지방에 사시는 시부모님 주변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본인의 노동력을 계산하지 않더라도 씨앗과 모종, 비료 등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따져보면, 마트에서 사는 것과 비교해 결코 싸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직접 기른 농산물은 품질이 더 나을 것이라는 믿음과 만족감 때문에 텃밭을 가꾼다고 한다. 이 말을 들으면 농산물 가격을 단순히 ‘비싸다, 싸다’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이런 일을 겪으면 농산물 가격이 너무 오르기 때문이 아니냐는 생각부터 든다. 하지만 농산물 가격이 모두 폭등하고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양파·마늘·고추 등을 수입하고 관세를 낮추는 정책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각보다 싸게 느껴지는 농산물도 많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소비자는 농산물이 비싸다고 하고, 또 농민은 농사를 지어도 남는 게 없다고 한다. 통계를 보면. 농가소득은 늘었지만 실제 농업소득은 오히려 줄었다. 직불금 등 정부 지원과 농외소득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반면 인건비와 농자재비, 에너지 비용 등 농업경영비는 계속 올랐다. 농민의 주머니 사정은 나빠지는데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은 높은 상황이다.
소비자와 농민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농업을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결국 농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이제 농업도 기술력이 경쟁력일 테니 말이다. 기후변화에 견디는 품종을 개발하고, 인공지능과 데이터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스마트농업과 첨단 양식기술도 발전시켜야 한다. 하지만 농림수산·식품 기술 수준은 미국의 84.2% 수준으로 주요 5개국 가운데 최하위라는 분석이고, 기술 사용 댓가도 결코 만만치 않다. 저항성·고기능성 품종 개발과 유전자원 개발, ICT 기반 수산양식 등등 식량안보와 직결된 분야는 개개 농가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특히 품종 개발에서는 중국의 추격도 빨라지고 있다는데, 정부가 할 일이 참 많다.
문제는 앞으로의 준비다.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할 농업 연구개발 예산은 줄어들고, 한편으로는 농산물 수입 확대와 CPTPP 가입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CPTPP는 일본·호주·캐나다 등 여러 나라가 참여한 대규모 무역협정으로, 가입할 경우 농산물 시장 개방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 개방 자체를 반대할 수는 없다. 소비자의 물가 부담을 낮추는 일도 중요하니까. 하지만 경쟁력을 키울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문만 먼저 열어서는 농민들의 설 자리가 좁아질 수 있다.
토마토 한 상자와 고사리 한 봉지의 가격에 놀랐던 일, 그리고 직접 텃밭을 가꿔도 생각만큼 비용이 줄지 않는다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물가에 대한 푸념으로 끝나지 않는다.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농산물을 사고 싶고, 농민은 농사를 지어 정당한 소득을 얻고 싶다. 어느 한쪽의 부담만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당장의 가격을 낮추는 정책도 필요하지만, 그와 함께 품종 개발과 기후변화 대응, 스마트농업 등 미래 농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농민이 농사만 지어도 살아갈 수 있고, 소비자는 안심하고 우리 농산물을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토마토 한 상자의 가격이 던진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