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독일 정치의 주요 세력으로 커지고 있다. 2026년 9월 현재 주요 여론조사에서 AfD는 20%대 후반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동부 지역에서는 기존 정당을 크게 앞서는 선거 결과도 나타났다. 나치의 역사적 경험 때문에 극우를 가장 경계해온 독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단순히 경제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 절반만 맞는다. 경제적 불안에 지역 격차와 사회적 소외가 겹치고, 이민 문제와 정치 불신이 그 틈을 파고든 결과로 보는 것이 더 가깝다.
독일은 자동차·기계·화학 등 제조업과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과 중국과의 경쟁, 전기차 전환, 산업 구조 변화가 한꺼번에 진행되면서 기존 성장모델이 흔들리고 있다. 생활비 부담과 일자리 불안도 커졌다. 자신과 자녀의 미래가 예전만큼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은 정치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가난보다 상대적 박탈감이다.
특히 옛 동독 지역에서는 통일 이후 36년이 지났지만 서독과의 자산 격차가 여전히 크다. 2023년 동독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약 12만5500유로로 서독의 25만7100유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젊은 노동인구가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인구 감소와 고령화도 진행됐다.
이것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젊은 사람이 빠져나간 지역에서는 학교와 상점이 문을 닫고, 병원과 대중교통 이용도 불편해진다. 주민에게 인구 감소는 숫자가 아니라 “우리 동네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생활의 경험이다.
통일 이후의 기억도 무시하기 어렵다. 정치체제는 하나가 됐지만 경제와 사회의 격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부 동독 주민에게 통일은 성공의 역사인 동시에 “우리는 정말 동등하게 대우받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남긴 역사이기도 하다. 이런 상대적 박탈감은 중앙정부와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민과 난민 문제는 여기에 또 다른 갈등을 더했다. 난민 유입은 일자리와 복지뿐 아니라 치안과 문화, 국가 정체성의 문제로 번졌다. 그렇다고 이민자가 많기 때문에 AfD가 강해졌다고 단순화할 수도 없다. 외국인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동부 지역에서도 AfD가 강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민 문제는 실제 이민자의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경제적 불안과 사회 변화에 대한 불만이 이민 문제와 결합하면서 정치적 쟁점으로 커진 것이다.
AfD는 바로 이 틈을 파고든다. 경제적 불안과 지역 쇠퇴, 이민 문제를 기존 정치권의 실패와 연결하면서 “당신들의 불만을 기존 정당은 듣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내놓는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한 언어로 설명하고, 정치에서 소외됐다고 느끼는 시민의 불만을 자신들이 대변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AfD 지지자를 모두 경제적 피해자로 볼 수도 없다. 노동자와 실업자뿐 아니라 다양한 직업과 소득계층이 지지층에 포함돼 있다. 경제적 어려움 자체보다 사회가 변하는 방향에 대한 불안, 자신의 지역과 삶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 정치가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인식이 함께 작용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독일은 나치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민주시민교육을 제도화해왔다. 그러나 역사교육만으로 현재의 불안을 해결할 수는 없다. 지역의 일자리를 지키고 산업 전환에서 뒤처지는 사람을 보호하며, 청년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지역을 만드는 일도 민주주의의 과제다. 이민 문제 역시 찬반의 구호를 넘어 사회통합과 공동체의 수용 능력을 함께 살펴야 한다.
극우는 불안이 있는 곳에서만 자라는 것이 아니다. 그 불안을 정치가 해결하지 못한다고 시민이 느낄 때 더 커질 수 있다.
그래서 독일의 AfD 성장을 단순히 과거의 극우가 되살아난 현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왜 일부 시민들이 그 주장에 자신의 불안과 불만을 맡기게 됐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과거의 비극을 기억하는 것만으로 민주주의가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이 자신의 삶이 나아질 수 있고, 자신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될 수 있다고 믿을 때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도 유지될 수 있다. 독일의 현재가 던지는 질문은 극우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그치지 않는다. 왜 시민들이 기존 정치에서 등을 돌렸는지를 정치가 얼마나 진지하게 들여다볼 것인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