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이송 사실을 우리 정부와 사전 합의 없이 공개하면서 한·우크라이나 간 외교적 마찰이 벌어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포로들이 한국으로 이송됐다고 밝혔지만, 우리 정부는 포로와 북한에 남은 가족의 안전, 한반도에 미칠 외교·안보적 영향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기로 양국이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주한 우크라이나 대리를 불러 공식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해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는 이 갈등이 앞으로 양국의 군사 협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것은 한국이 이제 세계적인 무기 수출국이 되었기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은 2021~2025년 세계 주요 무기 수출의 3%를 차지해 9위이다.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천궁-Ⅱ 같은 방공체계는 물론 K9 자주포, 155㎜ 포탄, 전차와 다연장로켓도 우리나라가 생산하는 무기다.
이 숫자를 보면서 솔직히 자랑스럽기보다 씁쓸하다.
우리는 전쟁의 피해를 너무나 잘 아는 나라다. 일제강점기를 겪었고, 한국전쟁으로 국토가 폐허가 됐다. 가족을 잃고 고향을 잃은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우리는 가난과 폐허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그런 나라가 이제 세계 9위의 무기 수출국이 되었다. 무기를 개발하고 수출하는 것 자체를 무조건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국가를 지키려면 강한 군대가 필요하고, 방위산업은 기술과 일자리,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무기를 절대로 필요하다. 하지만 무기 수출에는 좀 제한이 있었으면 한다.
우리는 언제부터 무기를 많이 팔수록 강한 나라라고 생각하게 되었는가. 세계 9위에서 5위가 되고, 3위가 되는 것이 과연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목표인가. 무기를 미국에 의존하던 나라가 이제 수출국이 되었다고 좋아만 하기에는 좀 양심에 찔리지는 않는가. 좀 더 신중해지자. 무기는 자동차나 반도체와 다르다. 우리가 수출한 포탄과 자주포가 실제의 전쟁터에서 살상으로 사용될 때 그 결과까지 외면할 수는 없다.
이번 우크라이나와의 갈등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국의 군사 지원을 얻기 위해 포로 이송 사실을 공개했다는 해석도 있지만, 그의 의도를 우리가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민감한 군사 협력일수록 국가 간 신뢰와 외교적 소통이 더욱 중요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모두 대한민국이 강한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그 강함이 더 많은 무기를 만들어 더 많이 파는 데만 있지는 않았으면 한다. 방위를 위한 무기가 아니라 현재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에 살상용 무기를 제한 없이 마구 팔아도 되는지 우리의 양심에 호소하는 목소리가 우리 국회에서도, 언론에서도 짚었으면 한다. 우리는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난 나라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보다 전쟁의 참혹함을 더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경제적으로 선진국이 된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쟁을 줄이고 평화를 만드는 데도 앞장서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