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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담보’ 성동일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 많이 납니다”
윤제균 감독 ‘딱 맞는 시나리오 있다’ 제안…“연기 안 해도 될 배역”
“악랄한 사채업자? 사람이 하는 일이라 꼭 그렇진 않다고 하더라”
2020-10-09 00:00:05 2020-10-09 00:00:05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응답하라시리즈로 국민 아빠란 타이틀을 얻었다. 이 시리즈가 신드롬을 일으킬 때 실제로 성동일 같은 아빠가 있었으면이란 포털 사이트 댓글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드라마 속 성동일의 이미지가 격이 없고, 유머스럽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댓글의 진심은 사실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평소에도 사람 좋아하기로 유명한 성동일의 실제 성격이 연기에서도 알게 모르게 드러나기 때문이었을 듯하다. 실제로 그의 집은 연예계 사랑방으로도 유명하다. 동료 선후배 연예인들이 격이 없이 드나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고, 그들과의 술자리를 좋아하는 애주가 성동일의 성격이 이어지고 이어져서 국민 아빠로 불리게 된 것 같으니 말이다. 그가 영화 담보를 선택한 건 이런 성격도 있지만 좀 더 진솔하고 가슴으로 울리는 아빠의 모습에 매료됐기 때문은 아닐까. 성동일은 뭔가 연기를 안 해도 될 것 같은 모습의 아빠였다담보속 자신의 배역을 전했다. ‘국민 아빠성동일의 담보와의 만남을 전해 듣는다.
 
배우 성동일.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개봉 전 성동일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담보는 윤제균 감독이 이끄는 JK필름이 제작했다. 사실 윤 감독과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 귀환을 함께 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이 영화 제작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캐스팅 자체가 무산이 됐다. JK필름 측은 성동일에게 또 다른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당시 성동일이 건네 받은 시나리오가 바로 담보였다. 사실 그는 이 영화가 더 끌렸다고 웃는다.
 
“’귀환이 먼저고 담보가 다음이 아니라 비슷한 시점에 거의 동시에 제안 받았어요. 굳이 순서를 따지자면 귀환이 먼저인데. ‘귀환때 윤 감독님이 나한테 딱 맞는 시나리오가 있다고 주시더라고요. 그게 담보였죠. 사실 난 담보가 더 끌리더라고요(웃음). 그냥 딱 재래시장 같은 사람 냄새 나는 얘기였어요. 이젠 이 나이에 뭐 막 멋 부리고 미장센이 화려한 그런 영화는 자신도 없어요. ‘담보는 자식 키우는 얘기인데, 뭐 그쪽으론 제가 좀 되잖아요(웃음).”
 
배우 성동일.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이미 응답하라시리즈로 3명의 개딸을 보유한 딸부자 아빠가 성동일이다. 집에는 실제 자신의 딸이 둘이나 있다. 방송을 통해 공개된 3남매가 성동일의 마음을 든든하고 풍족하게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다. 그런 성동일에게 아빠역할은 어려운 배역은 아니었다. 배역이 쉬울 수는 없다. 그가 말한 쉽다는 담백하고 꾸미지 않은 그저 있는 그대로의 진심을 보여줄 수 있단 얘기일 것이다.
 
이번 영화 하면서 저 스스로 지키자고 했던 게 딱 하나였어요. 절대로 연기하지 말자. 실제로도 전 나이를 먹을수록 작품 속에서 연기를 많이 안 하려고 해요. 눈에서 광선 뿜어내지 않아도 될 수 있는 연기를 이젠 좀 알 거 같고. 눈물도 감정적으로 끌어 내는 게 아니라 흐름에 맞춰서 흘릴 수 있으면 하고 아니면 말고. 물론 그렇다고 다 쉽진 않았죠. 하하하. 어린 나이부터 다 큰 성인까지 딸을 키워내는 연기이니 감정선 잡기가 보통 일은 아니더라고요.”
 
배우 성동일. 사진/CJ엔터테인먼트
 
사실 영화 속 성동일이 연기한 두석은 아빠는 아니다. 딸로 등장하는 승이’(박소이, 하지원)를 가슴으로 품은 아빠 역할이다. 그럼에도 또 생소한 것은 사채업자다. 승이의 생모(김윤진)에게 받을 돈을 위해 어린 승이를 담보로 빼앗아 온 인물이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얘기라고 하지만 기본적인 설정은 사실 꽤 거부감이 큰 시작이다. 성동일도 분명히 고개를 끄덕였다.
 
후배들 중에 실제로 사채업을 하다가 그만 둔 친구들이 몇 명 있어요. 걔들 얘기를 들어보면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등장하는 그런 모습도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사정을 봐주는 등 그런 상황이 대부분이라고 하더라고요. 악마처럼 만들어 버리는 이미지가 있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라 극단적으로 갈 필요가 있을까 싶었죠. 뭐 그런 말도 있잖아요. 사채 돈은 떼먹어도 은행 돈은 못 때먹는다고. 사람이 하는 일이니 사람에 맞춰 보자 싶어서 그려가기 시작했죠.”
 
배우 성동일. 사진/CJ엔터테인먼트
 
쉬운 것도 있었고, 힘을 빼면서 연기를 하다 보니 다른 작품에 비해 수월한 점도 있었다. 물론 그런 모든 지점이 반대로 힘이 들 때도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자신보단 감독과 어린 승이를 연기한 아역 배우 박소이에게 있었을 것이라고 전한다. ‘담보를 보면 누구라도 아역 배우 박소이의 똘망거리는 눈빛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웃는 성동일이다.
 
고 녀석이 정말 물건이에요. 사실 소이는 현장이 정말 재미있었을 거에요. 걔한텐 촬영 현장이 에버랜드였을 거에요(웃음). 모든 스태프가 소이를 최우선으로 했고, 뭐 먹고 싶다면 버선말로 뛰어가서 사다 주고 했으니 하하하. 그리고 강 감독님이 정말 고생했어요. 소이가 정말 야무졌지만 8세짜리 아이가 그 감정을 안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면서 연기를 가르치는 데 절대 쉽진 않았죠. 근데 그걸 또 기가 막히게 하는 소이를 보면서 감탄만 했으니.”
 
이번 영화를 만들고 홍보를 하면서 성동일이 십 수년 동안 호적도 없이 커왔단 점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리고 과거 방송에서도 스스로 밝혔지만 아버지와의 원만하지 못했던 관계도 다시 주목됐다. 그래서 영화에서 성동일이 연기한 두석이 소이에게 엄마를 다시 만나게 해주는 장면은 그랬지만 아버지를 찾아주는 장면은 스스로에게도 묘한 감흥을 일으켰을 듯싶다.
 
배우 성동일. 사진/CJ엔터테인먼트
 
뭐 특별하게 생각하진 않았어요. 전 절대 작품을 하면서 감독님과 논쟁을 하지 않아요. 궁금도 했어요. 나도 호적 없이 12~13년을 살았으니. 왜 아버지가 날 버렸나. 왜 날 안 찾았나. 이 개념이 아니라. 그냥 궁금했어요. 해외 입양 간 분들도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나도 궁금한데 어린 영화 속 승이는 안 궁금할까 싶었죠. 그 장면에서 ()지원이가 친 아빠한테 걸어가는 장면을 뒤에서 보는 데 눈물 나더라고요. 하하하.”
 
그는 이번 영화를 끝내고 불현듯 아버지가 그렇게 떠올랐단다. 살아계실 때는 부정이란 것을 결코 느끼며 살아온 적이 없는 성동일 이었다고. 하지만 담보를 끝내고 나니 살아계셨다면 좋은 술친구로서 부자간에 술잔을 기울일 수 있었지 않을까 싶었다고. 인터뷰 중 잠시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바라보는 성동일의 눈길이 공허했다. 그는 3남매에게 좋은 아빠로서 오랫동안 남아 있고 싶단 바람을 전했다.
 
배우 성동일. 사진/CJ엔터테인먼트
 
아내는 고속도로라고 생각하면 자식들은 논두렁 같은 느낌이에요. 아내는 쭉쭉 함께 뻗어나갈 수 있죠. 자식들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도 언젠가는 끝까지 그 길을 끌고 가게 되잖아요. 그래서 지치지 않는 건가 싶기도 하고. 아빠들이 다 그렇잖아요(웃음). 우리 아버지도 그러셨을까 싶어요. 살아 계셨다면 좋은 술친구가 됐을 텐데 싶기도 하고. 부모는 자식에게 아주 작은 공간이라도 돼 주면 그게 가장 훌륭한 부모가 아닐까 싶어요. 지금처럼 작지만 그런 공간으로 애들한테 기억되고 싶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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